학교법인 이사회, 원안대로 의결…학생들, 법적대응 ‘불사’
총장실 점거·법정다툼…중앙대 두산 인수 후 잡음 계속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중앙대학교가 비인기 학과 구조조정으로 학내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 불똥이 두산그룹으로 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두산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2008년 이후 잡음이 끓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이듬해부터 논란이 되던 구조조정과 관련해 총학생회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데 이어 구조조정안을 담은 개정 학칙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단과대학 교수들도 “이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은 학교를 말아먹는 일이다”며 “박용성식 개혁에 의문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그 덕택에 각종 외부 기관 평가의 주요 항목 순위가 상위권에 등재돼 있다. 입시에서도 중앙대는 경쟁률이 상승하며 이른바 두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과는 달리 중앙대 단과학생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어느날 갑자기 내려온 ‘통보’
박 이사장이 펼치는 개혁이 기업이 추구하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대학 본연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업의 밀어붙이기식’ 대학 경영에 대한 학내 반발은 학과 구조조정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앙대는 2010년 대대적인 학문단위 재조정 과정에서 학생들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학생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인문학 영역에 취업률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민 것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 등을 문제 삼으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까지 벌였다.
지난 15일에는 인문사회계열 4개 학과(아동복지학과·가정복지학과·청소년학과·비교민족학과 등) 폐지에 반발해 온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학과 구조조정안을 담은 개정 학칙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내기도 했다.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는 “중앙대학교 학칙 제96조에 따르면 학칙개정안은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친 후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6월18일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학칙개정안은 대학평의원회 안건으로 올라온 적도 없으며 이에 대한 심의가 열린 사실도 없다”며 “본부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년간 학부제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이제 와 학과를 아예 없애는 무책임한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태영 비교민속학전공 학생회장은 “8~9월에는 내년도 입시 요강이 발표될 것”이라며 “법원은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루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학과 폐지는 일방적인 통보와 독단적인 집행으로 이뤄졌다”며 “학내 구성원을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해 결과적으로 구성원간의 낭비적인 갈등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이번 문제는 2008년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오며 취업률이 높아 질 거라는 지극히 피상적 발상으로 통폐합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폐해”라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회 구성원을 배출하기 위한 학교의 비전과 목표를 뚜렷하게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과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느끼는 개혁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논문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을 두고 학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지만 정작 교수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학생처는 14일 공대위와 진행한 면담 자리에서 평의회의 심의는 심의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 학교 측이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니라 평의회가 심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조조정…‘경쟁력’ 향상 할까
이번 중앙대의 구조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결국 ‘기업이 주도하는 대학 개혁’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정작 중앙대 구성원들이 두산의 인수 이후 느낀 변화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대학본부와 재단의 초조함이었다고 귀띔한다. 구조조정 역시 중앙대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기 보다는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에 국내 5대 세계 100대 대학이 되겠다는 홍보뿐이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학교, 그리고 두산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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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