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함바 게이트의 브로커 유상봉씨는 폭넓은 인맥을 가진 카멜레온 같은 인사였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함바업자 사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그의 알려진 이름만 세개였고 정치인, 고위 공무원, 경찰 수뇌부, 공·사 기업체 임원, 광역단체장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하며 마당발 인맥을 쌓았다. 유씨는 전남 완도 출신이었지만 그의 초창기 활동 근거지는 부산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개발 사업이 많은 곳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해 업계에선 ‘전국구’로 통했다.
그는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휴대폰을 10개 넘게 갖고 다녔고 이름과 직업을 수시로 바꿔 함바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 조차 그가 누군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고향을 활용한 호남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한 게 유씨 인맥의 원천이었다. 또 주로 향우회와 자신의 사업기반이 있던 부산 등지에서 인맥을 확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깨들을 데리고 다니며 유회장 혹은 유영감 등의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유씨는 한번 관계를 맺으면 이를 사다리 삼아 다른 고위층을 소개 받는 등으로 인맥을 확장시켜온 것으로 전해졌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건넸지만 때로는 가명으로 정치 후원금을 내고,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또 경찰들에게는 평소 용돈을 하라며 조금씩 찔러 주는 등 인맥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을 거절하는 경찰에겐 직접 찾아가 책상에 돈 봉투를 던지고 사라졌고, 일선 경찰 간부들에게는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