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비리 유상봉 수사 ‘이번엔 MB 실세 겨눈다’
함바 비리 유상봉 수사 ‘이번엔 MB 실세 겨눈다’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7-22 11:02
  • 승인 2013.07.22 11:02
  • 호수 100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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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순천대 총장 “나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 유서 내막

[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함바(건설현장식당) 비리’로 파문을 일으킨 브로커 유상봉(67)씨가 사기 혐의로 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씨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던 지난해 4〜5월 일반식당 운영자 박모(52)씨에게 “함바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유씨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하자 지난달 25일 그를 체포해 조사했다.경찰은 다음날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관계인의 진술을 추가 확보하라”며 영장을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박씨로부터 신고를 받고 올해 초 수사에 착수했으며 박씨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뿐만 아니라 유씨가 어떻게 금품을 뜯을 수 있었는지, 그 명분은 무엇이었는지 캐고 있다.

▲ <뉴시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유씨가 구속집행정지 시기에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유씨가 과거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거나 강제로 자신이 연루된 각종 사업에 참여 시키도록 한 정황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또 경찰은 유씨가 최근 협박해 금품을 뜯은 이들 중 MB정부 인사들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유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MB정부 실세가 직접 개입한 흔적을 일부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주변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유씨와 은밀한 거래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수차례 접촉해 사업 논의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경찰은 유씨가 함바 비리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된 경위와 공사 현장 사업권 부여 등 각종 특혜를 따낼 수 있었던 배경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함바 비리 뒤 MB 그림자

경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유씨가 MB 정부 핵심 측근과 유착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과거 유씨 수사에 대해 “MB 정부 인사들이 여러 명 개입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집권 중이던 MB정부에 칼을 겨누지는 못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은 서울시 정무실장이었다. 정 전 의원은 이때 유씨와 한 번 두 번 접촉한 적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때 정 전 의원은 “거절할 수 없는 분의 부탁으로 유씨를 만난 적 있으나 청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어 MB-유씨 간의 검은 커넥션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분’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라 보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이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검찰은 유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유씨가 모종의 관계라는 것을 파악했으나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유씨를 정 전 의원과 연결하고 뒤를 봐주도록 한 인물이 바로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철규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유씨 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은 것도 이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꼬리 자르기 아니었냐는 것이다.
유씨는 출소 후 ‘과거인연’을 찾아가 또 다시 검은 거래를 제안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유씨는 과거 검찰 수사를 받던 때에도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이들을 찾아가 협박했는데 경찰은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전 농림부장관이었던 임상규 순천대학교 총장이다. 임 총장은 2011년 06월 13일 전남 순천 자신의 선산 인근 임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자살한 원인을 두고 경찰주변에선 “임 총장의 자살 배후에 유씨의 그림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임 총장의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빠져 나가기 어려울 듯 하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는 내용이 담겨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집요한 협박 내용은?

이 소식통은 “유씨가 임 총장을 협박한 것 같다. 임 총장이 유씨의 속임수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악마의 덫이나 잘못된 만남은 건설 현장 식당 브로커로 지목된 유씨와의 관계를 암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임 총장이 유씨에게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 영 전 강원랜드 사장, 경찰 간부급 인사 등을 소개한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함바 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 이미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는 “임 총장을 통해 유씨를 알게 됐다”며 사건의 ‘몸통’으로 임 총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임 총장 스스로도 지난해 경북 지역 대형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내용 대로라면 그는 선의로 주선한 만남이 비리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임 총장 외에도 과거 형집행정지 기간과 출소 후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하거나 협박을 통해 돈을 뜯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돈을 뜯었는지 여부와 더불어 피해자들을 상대로 왜 유씨에게 돈을 뜯겼는지 이유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과거 유씨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유씨가 MB정부의 여러 인사들과 연결됐으며, 검찰은 이 부분을 들추려했으나 임 총장의 자살로 사건을 조기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들린다.
또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MB정부 실세들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도 경찰관계자 수사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최근 경찰 주변에서는 함바 비리를 통해 경찰이 MB정부 실세 수사와 더불어 검찰의 부실수사 부분을 들춰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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