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新인맥 새판짜기
금융권 新인맥 새판짜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7-22 11:02
  • 승인 2013.07.22 11:02
  • 호수 1003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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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수장 교체…빅4 ‘혈투’ 시작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1일 퇴임식을 가짐으로써 그간 금융지주사 ‘MB맨’ 수장들의 4대 천왕시대가 막을 내렸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2월 4대 천왕 가운데 가장 먼저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후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심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강 전 회장에 이어 사퇴에 동참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간 머물렀던 현장에서 떠났다. 이에 해당 금융지주사들이 차기 회장과 임원진 구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판짜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KB·우리금융  “새 술은 새 부대에” 인사 검증 주목
하나·신한금융  남은 임기 1년도 채 안 돼…연임 노력

KB금융은 지난 12일 임영록 회장이 취임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으론 막판 대열에 합류했다. 임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단순한 비용절감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노동조합과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힌 만큼 노조의 견제가 있었다. 임 회장이 3년간 사장으로 재직했지만 노조는 임 회장을 ‘내부 인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회장 및 행장에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3년간의 사장 재임은 ‘KB맨’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회장 취임 직후인 이날 오후 노조를 방문했다. 계열사 인사 등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의견차를 좁혔다.

지난 18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신임 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해 해당 계열사 주주총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959년생으로 고려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조흥은행 부행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는 당초 김옥찬 부행장과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유력하게 검토되던 중,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의 지지 발언으로 인해 막판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이밖에 대추위는 7개 주요 계열사 대표 후보를 모두 선임했다. KB국민카드 사장 후보로는 심재오 고객만족그룹 부행장, KB투자증권 사장 후보로는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 KB생명 사장 후보로는 김진홍 전 국민은행 본부장, KB자산운용 사장 후보로는 이희권 현 KB자산운용 부사장이 선임됐다.
또 KB부동산신탁 사장 후보로 박인병 현 KB신용정보 사장, KB신용정보 사장 후보로 장유환 전 서울신용평가정보 사장이 선임됐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취임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부터 매각절차에 들어가는 경남은행 등 4곳은 우선적으로 인사를 단행했지만, 우리카드를 비롯한 10개 계열사는 인사검증을 이유로 아직도 차기 CEO가 결정되지 않았다. 당초 이달 초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선 이달 말까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관계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인사 보따리를 빨리 풀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이 회장이 취임한 지난 6월 14일에 앞서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내정자 신분인 이 회장에게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다.

김양진 수석부행장을 포함한 부행장 11명과 상무 11명, 본점 내 본부장급 간부 등 총 30여 명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15개 주요 계열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김원규 사장만 새로 선임됐고 나머지 3곳은 박영빈 행장과 황록 사장, 김하중 행장이 그대로 유임됐다. 나머지 11개사는 CEO가 언제, 누구로 바뀔지 결정되지 않아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상태다. 더욱이 이 회장 본인도 임기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우리금융은 회장 임기가 3년이지만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 1년 반에 불과하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내년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라는 뜻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이 회장은 18개월 밖에 안 되는 임기 중 한 달 이상을 CEO 교체로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안정적 조직 장악? 수익 창출은 숙제
임기만료를 8개월여 앞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재일동포 주주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일본 방문도 재일동포 주주들을 만나 지난해 발생한 계좌 무단 열람 의혹 등 그동안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자들은 최근 재일동포 주주 자녀의 결혼식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했다.
통상 2월 기업설명회(IR)와 3월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추모식 등 공식적인 행사로 3~4차례 방문하지만, 재일동포 주주의 개인행사를 위한 출국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방문한 것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신한금융 내부의 가장 큰 화두는 한 회장의 연임 여부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난 2년여 동안 조직 안정과 내실 성장에 주력하며 ‘조용한 경영’의 행보를 보였던 한 회장이다. 신한사태를 겪고 난 후 모든 역량을 조직의 안정에 집중시켰다.

한 회장은 지난 5월 자회사 대표 등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탕평’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성락 신한아이타스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위성호 부행장을 신한카드 부사장으로 기용한 것이다.
위 부사장의 경우 8월 임기만료인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후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표면적으로는 신한사태 이후 알게 모르게 생겼던 내부조직 균열의 틈을 메꾸는 인사였다. 그러나 연임을 염두에 둔 한 회장이 신한사태로 발목이 잡히면 안 된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한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 안정화를 위해 CEO 승계시스템 정착에 힘을 쏟았다. 특정인이 오랫동안 CEO를 맡지 못하도록 새로 선임되는 CEO의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하고, 연임 시에는 재임 기한을 만 70세까지로 묶었다. 1948년생인 한 회장에게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한 회장의 결단이 서면 객관적으로는 연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조직 장악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금융 경영진 선임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그룹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김승유 전 회장의 퇴임 이후 그룹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도를 짜는데 역점을 뒀다는 평가다. 외부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당초 젊은 피로 수혈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연륜을 고려한 인선이 이뤄진 배경이다. 
김 회장은  신한은행과 서울은행을 거쳐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참여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점이 충청·보람·서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인수한 하나금융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그의 선임에 힘을 실어줬다.
하나금융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김 회장을 보좌할 능력을 갖췄는지가 가장 주요한 고려사항이 됐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 내정자가 순수 국내파인데다 은행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는데, 이를 보완하도록 해외 네트워크에 강하면서도 기획력을 갖춘 ‘전략가’를 찾은 것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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