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공급점으로 위장한 대형마트
개통 이력 있는 단말기 공지 불분명
GS리테일(사장 허연수)이 상품공급점 사업 진출, 편의점 알뜰폰 판매 사업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상품공급점 사업 진출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돌파구’로, 알뜰 폰 판매는 개통 이력을 숨긴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현재 상품공급점 사업은 롯데, 이마트 등도 참여하고 있어 GS리테일의 사업 진출을 두고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양성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이에 GS 측은 모든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사장 허연수)이 상품공급점 시장 진출을 위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개인 슈퍼마켓과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상품공급점은 운영 자율권이 있는 점주가 본사 물건의 일부를 받아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개인슈퍼가 대형 유통업체를 상품공급점으로 지정할 경우 그동안 식품업체나 지역대리점과 계약을 맺거나 연합회 등을 통해 공동으로 물건을 구매해온 것과는 다르게 개인이 직접 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상품공급점 시장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이 앞장서서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대형마트를 직접 운영해온 방식과 다르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마트 구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영역이 확장된 대형마트’라고 말하고 있다. 즉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 시장을 확보해 의무휴업, 신규출점 제한 등의 제약으로 인한 마이너스 신장을 탈출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재권 의원(민주통합당·서울 강동을)은 “SSM 규제를 받지 않는 ‘임의가맹점형’ 체인 점포가 1145개까지 늘었다”며 “영업 시작을 기준으로 5개월 만에 20개가 늘어나는 빠른 성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들이 개인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은 후 기존 슈퍼마켓의 간판만 바꿔 단 채 상품을 독점·공급하는 임의가맹점형 체인 점포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주 등의 지역에서 대형 유통업체 명칭의 간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인근 개인슈퍼 등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만든 영업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으려고 편법을 쓰는 것”이라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상품공급점 사업 진출은 완전히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며 “그동안 개인 사업자들의 상품공급 요청에 따라 다양한 공급 루트를 조성하기 위해 테스트성의 진행 단계에 들어선 것뿐”이라 말했다. 이어 “상품공급점 진출은 슈퍼마켓 인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상품 공급 영역에 들어선 것이고, 상품을 공급한다고 해서 개인사업자들이 우리 상품만 받는 것은 아니다”며 “골목상권 침해로 보기엔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고 오히려 공급처가 확장돼 편리성이 확대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S “박스폰 판매 명시했다”
이밖에도 GS리테일은 SSM 시장에서 처음으로 나선 ‘알뜰폰’ 사업에서도 논란이 일어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GS슈퍼마켓에서 이미 개통됐던 이력을 가진 휴대폰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채 새 휴대폰처럼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A씨는 “구입한 휴대전화에서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었고, 액세서리 역시 사용했던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 GS슈퍼마켓이 판매하는 휴대전화는 박스폰이거나 대리점 등에서 진열됐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스폰이란 사용한 적은 없으나 개통만 돼 있던 상태의 휴대폰을 말한다. 하지만 CU편의점이 ‘중고폰’ 판매를 명확히 명시한 것에 반해 GS의 홍보에서 ‘중고’, ‘박스’라는 단어를 찾기는 힘들다. 알뜰폰 판매 전단지 맨 아래 부분 ‘일부 상품은 개통이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적혀져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글귀를 발견할 수 있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통신업계에서는 박스폰 자체가 일반화된 고유명사와 다름없다”며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값에 제공할 수 있도록 개통만 한 것이기 때문에 중고 제품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과정에서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응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며 직원 교육, 불만 접수 등을 통해 문제점을 고쳐가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알뜰폰 통신업체인 프리텔레콤 측도 “휴대전화를 싼 값에 제공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개통이력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대대적인 광고가 이뤄진 것이 비해 전국 모든 매장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알뜰폰을 판매하는 매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판매 매장이 확장되지 않는 것을 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소액결제 등 제한된 서비스가 많고 통신업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조금 혜택에 대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174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3%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달 판매량으로 따져 봤을 때 각 판매점 당 1~5대 정도 수준이다.
한편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알뜰폰 요금제 혜택 확대, 단말기 종류의 다양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GS리테일의 알뜰폰 사업의 향후 방향도 주목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