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상처받은 동부그룹
편견에 상처받은 동부그룹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7-22 10:28
  • 승인 2013.07.22 10:28
  • 호수 100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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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사업’ 새 국면, 농민과 함께 할까?

‘농업세계화’ 꿈꿨지만 ‘골목상권침해’ 논란에 좌초
 버려지는 토마토…대규모 사업 인수자 찾기 힘들어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의 농작물 재배사업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던 농민단체들이 “동부의 농작물 재배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동부는 향후 사업 방향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미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만큼 지분을  1%라도 가질 경우 ‘일구이언’하는 꼴이 돼 “지분 소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화성시 농민단체들은 전국구 농민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사업 방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동부그룹의 ‘농업 세계화’ 꿈의 발판이었던 토마토 농작물 재배사업이  재가동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농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동부 측이 “토마토 사업을 전면 철수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농민단체들이 재참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태도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농민단체들의 태도 변화가 인수해야 할 첨단 유리온실의 규모가 적잖은 부담을 안긴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온실단지는 화성시와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가 함께 협약을 맺고 총 467억 원을 들여 만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 온실단지다.

동부는 농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시장인 해외 수출에 주력해 농업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구축하고, 차후 농가에 품질 기술 보급을 통해 공동브랜드, 공동수출을 계획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어나 동부와 농가 사이의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불매운동 등 농민들의 반발은 거세져만 갔다.

이에 동부 측은 “이윤이 크게 남는 사업도 아닌데 이로 인해 주력 사업에까지 타격을 받을 수 없다”며 “농민들과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경영 마인드에도 맞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계기로 사업 전면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동부는 사업 철수를 요구한 정부와 농민들에게 온실단지 매각액으로 500억 원을 제시고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농민단체들은 인수조차 반대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난항을 겪었다.

농협은 사모자투자펀드(PEF)를 만들고 투자자를 모집해 영농법인이 온실단지를 위탁 경영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도 큰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안용덕 농림부 농업정책과장은 “동부의 온실단지가 대규모인 만큼 매각이 성사되려면 외부의 자본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마토 사업은 정부가 주관하는 농·식품 전문 수출단지 공모전에 응모해 선정된 사업이다.

동부는 “제한이 많은 온실 농업 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농·식품인 토마토를 수출해 세계 시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 이번 新사업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철수 선언으로 사업 초창기 토마토 수출을 계약한 일본 대형 유통업체 돌재팬, 로열 등은 사업 전망의 불안정을 이유로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농·식품의 세계화’를 꿈꿨지만 국가브랜드 자체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처럼 동부는 사업철수에 따른 대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토마토와도 적잖은 씨름을 해왔다.

이로 인해 동부는 이미 온실단지에 심어놓은 토마토를 하루 3~4t 씩 수확·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져 하루 1약 500상자씩 전체 토마토의 30% 이상을 폐기처분했다. 수출하고 남은 물량은 자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기도 했지만 공간부족으로 한계에 이른 상태다.

동부는 “판매처를 찾지 못해서도 아니고, 버리는 것 보다 기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토마토를 외부로 유통시키는 것이 ‘약속위반’처럼 보일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사업 재건 문 열렸지만 ‘산 넘어 산’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우여곡절 끝에 농민들은 동부의 재참여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관할부처인 농림부도 이를 지지하고 나선 만큼 앞으로 동부의 토마토 고민은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협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화성시와 농림부 등 인수협의체는 “동부가 40% 정도의 지분을 소유하고 공동운영 형태로 참여하자”고 제안했으나 동부 측은 “이번 사업은 전면철수로 결정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 온실단지 사업은 ‘산 넘어 산’의 국면을 맞이했다.

동부의 관계자는 “기업 자체가 농자재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화성시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국의 농민들 모두가 함께 찬성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본래의 상생 목적을 훼손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며 “최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바라지만 결렬될 경우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화성시 농민단체들은 전국농민단체(이하 전농)와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을 대상으로 동부의 지분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농과 한농연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전농과 한농의 입장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며, 동부는 기존 MOU 체결안을 기준으로 오는 8~9월로 매각 일정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농민들도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지분을 가져오지 않는 선상에서 이번 협상을 긍정적인 결과로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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