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아직은 …’
8년여간의 논란 끝에 첫 문을 연 성인전용관은 두 곳으로 대구에 있는 동성아트홀과 레드시네마다. 16mm 비디오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해오다 성인전용관으로 변신을 꿰한 것. 그러나 설치되기까지의 과정은 각계의 찬반의견이 대립되는 등 뜨거웠지만 전용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아직 뜸한 상황이다. 첫 상영작은 까뜨린느 브레이야 감독의 <로망스>였다. 여성의 욕망과 성을 그린 이 영화는 2000년 국내에서 개봉됐지만 일부 성행위 장면은 노출수위가 높아 삭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본이 그대로 상영된 것. “2년 전부터 성인전용관에 기대를 갖고 준비했다”는 대구 동성아트홀 배사흠 사장은 “과거 비디오 영화를 틀던 때에 비하면 괜찮지만 기대했던만큼의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신문광고는 물론 상영하는 영화 포스터도 붙일 수 없어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사장은 “영화만 좋으면 차츰 관객들도 많이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의 전망에 낙관론을 폈다. 성인전용관에 영화를 공급하고 있는 듀크시네마 조영수 이사는 “14일과 15일 관람객 숫자를 자체적으로 종합해 본 결과 평균 100여명에 달했다”며 “이는 과거 성인 비디오 영화를 상영했던 때에 비하면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광고와 홍보가 안되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입소문을 통해 찾아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한 수치라는 것.하지만 조 이사는 “관객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계획이며 올해는 일단 성인전용관의 체계화를 잡는 기간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20~30대 젊은층이 주 관객층 된다?
성인전용관에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주로 대형극장에 밀려 성인비디오영화를 상영하면서 근근히 수입을 올리던 소규모 극장들이다. 듀크시네마 측에 따르면 성인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소규모 극장의 수는 전국적으로 약 300∼400개가 산재되어 있고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성인사이트를 통해 ‘포르노의 공습’과 노출수위가 훨씬 강한 성인방송국 IJ들의 ‘쇼’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점점 성인영화전문 상영관이 힘을 잃어 간 것. 이에 대해 듀크시네마 조 이사는 “지난 4월 13일 충무로에서 열렸던 배급시사회에 전국에서 약 40여명의 극장주들이 참여했고 이중 70∼80%는 개관 의향을 나타내는 등 뜨거운 관심을 가졌다”며 “이는 대형극장의 벽에 막혀 성인비디오 영화 상영관으로 내몰린 영세 소극장들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듀크시네마 측은 이미 오픈한 대구의 2곳을 포함 전국에 30개 성인전용관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서울의 2곳을 비롯해 10여곳은 오픈 막바지 준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극장주들의 관심사는 기존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과거 성인영화관을 찾았던 관객들은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혼자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첫 개봉이후 20대 30대층의 관객이 늘었고 남녀가 함께 오는 커플도 있다”며 “관객층이 점차 젊은 층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돼 수입도 늘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또 “관객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극장들의 수입창출에 도움을 주기위해 성인전용 PC와 상품 벤딩머신 등 성인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의’와 ‘상영관 인·허가’ 기준이 변수
그러나 성인전용관은 여전히 많은 장애물들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노출수위가 높아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은 물론 포스터조차 내걸지 못할 만큼 규제가 엄격하다. 이 때문에 제한상영관이 개관했다는 사실을 아는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 전용관으로 변신을 꾀하려는 극장들이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문제도 쉽지 않다. 실제 듀크시네마측은 당초 14일 4∼5개의 제한상연관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첫 개봉관은 2곳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10년 넘게 극장을 운영했던 사업자들도 성인전용관으로 바꾸기 위해선 새롭게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기존에 극장을 운영하면서 가졌던 프리미엄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러나 당국이 청소년 보호시설이라는 기준을 너무 확대 해석해 허가를 잘 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의 문제도 걸림돌이다. 첫 개봉작 로망스 이후 두 번째 작품으로 내 걸었던 까트린느 브레이야 감독의 ‘지옥의 체험’이 지난 4일 ‘수입불가’판정을 받은 것. 남녀의 성적 정체성과 성적 욕망에 대한 차별을 표현하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혐오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다.그러나 이같은 장애에도 불구 영화계에선 제한상영관이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에 비해 표현의 자유가 급신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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