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정 전문가가 공금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했으니 많은 회원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협회장을 2번이나 연임한 송 전회장이 두 번째 임기 때 이같은 무리수를 두게 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부인의 투자 실패이다.송 전회장의 부인은 지난 2001년 5월 한 금융 다단계회사에 자기돈 4억원과 주변에서 끌어들인 11억원 등 모두 15억원을 투자했다가 이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송 전회장의 부인은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언론에 폭로하겠다는 등 빚독촉에 시달렸고 당시 협회장으로 있던 송 전회장이 결국 공금을 이용해 부동산 투자로 빚을 갚기 위해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감정에 전문가인 송 전회장이었지만 투자에는 그리 밝지 못했던지 투자액의 2배를 보장한다던 부동산 투자개발회사가 얼마 못 가 부도를 냈고 송 전회장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협회는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되는 등 기금 집행에 문제가 많았는데도 유용된 기금을 대부분 회수했다며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협회는 기금 유용과 이사회 의사록 위조 등 관행을 넘어선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당사자가 재판을 받고 있고 유용한 기금도 대부분 변제가 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이와 관련해 한 협회 관계자는 “전체 회원들 사이에서도 원활하게 해결됐고 손해본 기금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기금 운용에도 내부 기구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전문가 집단인 감정평가사들의 협회 운영이 얼마나 허술했는지와 전문성과 함께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됨에도 사문서 위조와 자신들이 조예가 깊은 부동산에 회사 공금을 이용해 투자하는 등 도덕 불감증의 전형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협회 규정상 협회장은 이 기금을 목적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그 의사록을 은행에 제출해야 공금을 사용할 수 있다. 송 전회장은 지난 2002년 5월부터 10월까지 업무 이사였던 곽모씨에게 이사회 의사록을 7차례에 걸쳐 위조할 것을 지시했고, 곽씨는 협회에 보관돼 있던 18명의 이사들의 도장을 이용해 열리지도 않은 이사회의 의사록을 위조했던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송 전회장은 이렇게 위조된 의사록을 이용해 같은 기간 시중 은행 6곳에 분산 예치된 기금 61억원을 담보로 9차례 걸쳐 58억원을 대출 받아 부동산 투자 등에 썼다. <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