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그 스물여섯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벤처계의 희망이자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자랑하는 티켓몬스터이다.
2010년 1월 15일. 신현성과 신성윤 그리고 이지호는 약속장소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햄버거 가게 앞에서 유민주 일행을 만났다.
“저와 함께 온 친구들을 소개할게요. 제 이름은 신현성이고 이쪽은 신성윤과 이지호예요. 저희 셋은 펜실베니아 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구요. 저와 성윤이는 뉴욕에서 컨설팅 회사를 다녔고, 지호는 LA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했어요. 셋이 창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어요.”
“세 명이 모두 회사를 그만뒀다니 결심이 대단하네요. 제 이름은 유민주고, 오늘 함께 나온 권기현과 김동현은 카이스트를 함께 다니면서 룸메이트를 한 사이에요.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장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나왔어요.”
간단한 소개를 마친 후 이들은 밥을 먹으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신현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온 이야기를 듣던 권기현이 질문했다.
“그런데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많이 놀랐어요. 제 생각에는 사업을 하려는 지역의 특징, 사람들의 생활양식,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거든요.”
“맞는 말이예요. 그런데 저희는 미국에 있으면서 날마다 쏟아지는 재미있는 서비스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따라서 한국에 맞게 적용하면 성공할 것 같은 아이디어 스무 개 정도를 가져왔고, 한국에 도착해서 더 고민해본 후에 하나를 골랐어요. 그게 ‘티켓몬스터’입니다.”
대화주제가 ‘티켓몬스터’로 옮겨가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특히 김동현은 몸을 잔뜩 앞으로 기울인 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데일리딜 서비스예요. 하루에 한 지역, 하나의 상점의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광고하면 높은 집중도로 인해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50퍼센트라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거고요. 음식, 마사지, 스파, 요가, 여행, 그 외에도 분야는 무궁무진해요. 미국에서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갓 1년이 지난 ‘그루폰’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유사 업체인 마이씨티딜(MyCitudeal)이 떠오르고 있어요. 저희 생각에 이 서비스는 한국에서 더욱 성장 가능성 있는 모델이에요.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서울은 인구밀도가 엄청나잖아요.”
드디어 ‘티켓몬스터’ 오픈
세밀한 계획을 세운 뒤 이들은 첫 영업을 하기 위해 정장을 차려 입고 무작정 강남역으로 향했다. 급히 서울에 올라오느라 정장을 챙겨오지 못한 김동현은 신성윤의 옷을 빌려 입었다.
강남역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신현성과 이지호, 김동현과 신성윤으로 팀을 나눴다. 신현성과 이지호 팀은 6번 출구부터, 김동현과 신성윤 팀은 7번 출구부터 음식점, 술집, 카페를 가리지 않고 다니며 4시간 동안 영업을 한 후 그 성과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명함 하나 없고 웹사이트도 주소만 달랑 있는 상태에서 처음 해보는 영업에 메뉴얼이 있을리 없었다.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행여 사장님이라도 자리에 없으면 상황은 허무하게 끝났다.
운 좋게 상점 주인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음식점의 경우에는 ‘공동구매’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50퍼센트 할인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을 티켓몬스터라고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어리숙한 젊은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역할을 다시 나눴다.
대표인 신현성은 5월10일 서비스 런칭을 목표로 전체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동현은 영업 전반을 맡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성격으로 여러 번 거절당해도 기죽지 않고 상점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신성윤은 IT컨설팅을 한 경험과 네 명 중에서 가장 엑셀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재무와 티켓몬스터의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영업 시 상점 주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에 포함될 티켓몬스터 서비스의 매출 및 효과에 대한 참고자료를 작성하고, 향후 투자 유치를 위해 데일리딜 서비스 시장 조사와 티켓몬스터의 성장 예측 데이터를 만들어야 했다. 이지호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져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의 대형 카페와 클럽을 방문해 티켓몬스터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때로는 파워블로거들에게 연락해 티켓몬스터 홍보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덧 서비스 런칭일이 다가왔고, 한자리에 모인 다섯 명은 첫 상품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첫 상품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구매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어야 했다. 초기에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서비스를 판매할 수만 있다면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홍대입구에서 다섯 명의 눈에 들어온 상점이 있었다. 웅장한 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캐슬프라하’였다. 캐슬프라하는 홍대, 이태원, 강남역에 위치한 체코 맥주 전문점으로 홍대입구 본점의 경우 고풍스러운 외관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그 지역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맛 좋은 체코 맥주로 소문난 곳이었다. 따라서 캐슬프라하라면 티켓몬스터 상품 공급 능력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동현과 신형성은 굳은 다짐을 하고 캐슬프라하 홍대 본점으로 출동했다. 둘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캐슬프라하의 양정원 본부장을 설득했다. 다행히 양 본부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꾸미지 않은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양 본부장은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은 그날 처음 들어봤지만 이들을 믿고 판매를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둘의 열정적인 영업으로 티켓몬스터는 첫 계약을 맺었다. 캐슬프라하의 대표 맥주인 ‘프리마토르 여섯 병과 소시지 안주 세트’를 기존 5만 원에서 50퍼센트 할인한 2만5000원에 내놓은 서비스였다.
5월 10일. 드디어 서비스 런칭일이 다가왔다. 티켓몬스터의 첫 번째 상품인 캐슬프라하의 소개글과 사진, 동영상 편집이 마무리 됐고, 모든 자료를 티켓몬스터 웹페이지에 업로드 했다.
최소 거래 만족 인원은 25명. 서비스 첫날 얼마나 팔릴 것인가. 기대 반 초조함 반으로 모두들 숨죽인 채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5분이 지나자 성격 급한 김동현이 참지 못하고 화면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구매인원 2명’, 이후 오전 2시에는 구매 인원이 20명으로 늘어나는 등 오후에는 만족 인원을 넘는 30명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1천 명 이상 폭발적인 반응 불러와
5월11일, 오전 9시. 김동현은 아침부터 전화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세번째 업체인 ‘사까나야’ 사장님과 마지막 계약사항을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사장님 정말 50퍼센트 할인은 어려울까요?”
“50퍼센트는 아무리 광고비용으로 생각해도 부담이 커요. 40퍼센트 이상은 힘들어요.”
사까나야 광화문점에서 선보이는 주말 초밥 뷔페는 오픈 준비 때부터 김동현이 유독 공을 많이 들인 계약이었다. 뷔페임에도 초밥의 질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이 쿠폰을 판매한다면 그 어떤 마케팅보다도 티켓몬스터에 대한 입소문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김동현의 판단이었다.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로 수수료를 포기하겠다고까지 했음에도 사까나야 사장님은 50퍼센트 할인은 힘들다는 답을 보내왔다. 결단이 필요했다.
“나머지 10퍼센트는 우리가 부담하자.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해서 입소문이 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야.”
사까나야는 그날 밤 12시에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팔려나갔다.
“역시 우리 예상이 맞았어. 이런 게 바로 사람들이 원하던 거야!”
순식간에 구매인원이 100명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한 이들은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컴퓨터 화면을 켠 김동현이 소리쳤다.
“큰일 났어. 너무 많이 팔렸어!”
아침 9시, 쿠폰 구매인원은 30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까지 티켓몬스터는 구매가 성사되는 최소 인원에 대한 기준은 명확했지만 최대 인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상점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 9시가 갓 넘은 시각에 300장이 팔려나가더니 오전 10시에는 500명, 11시가 넘으니 900명이 넘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빠른 속도로 쿠폰이 팔려나갔다. 김동현은 사까나야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생각보다 고객들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벌써 쿠폰이 900장 넘게 판매되고 있어요. 3달 동안 몇 명까지 수용이 가능할까요?”
“100명 이상은 소화하기 힘들어요. 그 이상 손님이 몰리면 사까나야의 음식과 서비스에 한계가 와요. 1000매까지만 판매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화면을 본 순간 이미 구매인원은 100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권기현은 급히 모든 구매를 중단시켰다. 최종 구매인원 1080명. 그 순간에도 구매를 하기 위해 클릭을 하던 고객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사까나야 본연의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많이 팔리리라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1000매나 팔려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까나야 상품을 판매한 뒤로 일일 평균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다섯 배로 늘어났다. 특히 입소문은 고객들 사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사까나야 뷔페 쿠폰을 판매하면서 오픈 3일 만에 웹사이트에 폭발적인 트래픽이 몰렸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이후에도 티켓몬스터는 소문난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패뉴(Spannew), 서래마을에 위치한 스파 휴리재,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요트파티 상품인 현대요트, 배우 차승원이 운영하는 요가 프로그램 ‘14일동안’을 판매하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원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에 이용하기 주저했던 상품들을 5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었다.
티켓몬스터는 설립 1년 만인 2011년 상반기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또한 2011년 8월, 세계 2위인 미국 소셜커머스 회사인 리빙소셜과의 인수 합병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티켓몬스터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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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수진 기자>
<출처=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 中│유민주·티켓몬스터 지음│이콘>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