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SNS파문 팬들도 멍들다
축구계 SNS파문 팬들도 멍들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7-15 13:59
  • 승인 2013.07.15 13:59
  • 호수 1002
  • 5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협회 엄중경고 조치로 마무리…형평성 논란 휩싸여
홍명보 감독 “옐로카드 의미 되새겨야…대표팀 SNS 금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월드컵 본선진출을 코앞에 두고 전력보강에 매진해야 할 축구대표팀이 때 아닌 SNS파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SNS를 통한 발언은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논란의 주인공인 기성용(스완지시티)에 대해 축구협회가 경고조치로 감싸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오전 부회장단과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SNS로 최강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기성용에 대해 엄중 경고만 하고 징계위원회에는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회의를 마친 뒤 발표문을 통해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 선수는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면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해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본회는 향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표선수로서의 책임과 소임을 다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대표팀 운영규정을 보완하는 등의 철저한 재발방치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은 “기성용은 아직 어린 선수다. 한국 축구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중징계로 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허 부회장은 “국가대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협회의 책임”이라며 “이번 사태가 불거진 데 대해 협회 차원에서 사과할 계획”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2007년 음주 파문과
형평성 논란

협회 측의 입장정리로 SNS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징계에 관한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가 재발방지대책을 논의 중인 가운데 첫 번째 사례부터 적용에 오점을 남기면서 팬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고의로 대표단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기술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자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징계 기간도 월단위로 내릴 수 있는 만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성용의 결장을 우려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협회 측의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SNS를 통해 최 감독을 비꼬는 발언을 했던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의 경우 징계 여부를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07년 아시안컵 때 발생한 음주 파문 징계와 관련해 형편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회 측은 결단력 부족이라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당시 이운재(수원), 이동국(전북) 등이 대회기간 중에 선수단을 빠져 나와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들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운재는 주도자라는 이유로 국가대표 자격 1년 정지와 대회 3년 출전금지를, 이동국, 김상식(전북), 우성용 등 나머지 3명도 국가대표 자격 1년 정지 등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당시 사안의 경중과 처벌의 강도는 이 사건과 다르지만 이운재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한 바 있다.

기성용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도 축구팬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기성용은 부친인 기영옥 광주축구협회장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대신 사과를 전달했을 뿐이다. 여기에 SNS를 완전 탈퇴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기성용은 지난 3일 공개 페이스북 계정 탈퇴에 이어 9일 비공개 페이스북 계정까지 없앴지만 전날인 8일 이석희의 시집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에 수록된 ‘누가 그랬다’라는 시를 게재했다.

시는 “누가 그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가끔은 이성과 냉정 사이 미숙한 감정이 터질 것 같아 가슴 조일 때도 있고 감추어둔 감성이 하찮은 갈등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기도 한다. 특별한 조화의 완벽한 인생 화려한 미래 막연한 동경. 누가 그랬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거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외에는 아무런 멘트를 달지 않았지만 SNS 파문을 놓고 본인의 심경을 전한 것으로 보여 의구심을 자아낸다.

최 감독, 말 안하는 게
돕는 일

이번 파문에 대해 당사자인 최강희 감독은 지난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16강전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나는 떠난 사람이고 내가 한 이야기도 아닌데 사람들은 모두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는다. 말 안하고 있는 것이 협회는 물론 홍명보 감독과 기성용 모두를 돕는 일일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또 최 감독은 기성용의 SNS활동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친한 선수들끼리는 충분히 SNS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도 숨어서 뒷담화를 하지 않냐”며 “단지 공인이라는 점에서 아쉬움 뿐이다. 똑같은 행동과 말도 자신의 위치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연예인이 말을 한번 잘못해도 사회에서 매장 당하듯 불이익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안타까움 전했다.

반면 이제 막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 감독은 SNS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기성용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아시안컵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은 “시작 전부터 문제 나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문제가 나오는 것 보다 지금 문제가 나와서 다 털고 갈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기성용에 대한 협회의 결정은 잘못에 대해 책임과 용서를 구할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 기성용은 대표선수로서 스승에 대한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아니라 축구 선배로서 기성용은 바깥 세계의 소통보다는 부족한 내면세계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협회의 경고 조치와 대표팀 선발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기성용은 이번 협회 결정에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축구에서 옐로카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계속 기성용을 지켜볼 것이다”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표 선수 교육을 강화하고 대표팀 운영규정을 보완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즉 운영 규정에 SNS 제반 규정을 신설할 것을 의미한다. 허 부회장은 “현재 대표팀 운영규정은 취약하다”며 “상벌을 구분하기 모호한 표현도 많다. 개인적 사안으로 징계하기도 애매하다.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 역시 지난 4일 “나의 매뉴얼에 SNS는 없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표팀 내 SNS 사용금지를 시사해 정면 돌파할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SNS파문이 그간 대표팀에서 짚고 넘어가야 했던 내부의 곪은 문제들의 일부라며 허술한 축구협회와 출발부터 유럽파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홍명보 호가 풀어야할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todida@ilyoseoul.co.kr

기성용의 SNS(페이스북)일지

2월 22일

최 감독은 “(쿠웨이트전 주전확정에)제일 머리아픈 건 해외파”라며 유럽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아스널에서 거의 뛰지 못하는 박주영 뿐 아니라 셀틱에서 최근 시즌 7호골을 터뜨린 기성용도 해당된다. 기성용 역시 최근 셀틱에서 완벽한 주전으로 뛰고 있는 것은 아닌데다. K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최강희 감독이 스코트랜드 리그를 높게 평가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팀들이 많은 잉글랜드 플리미어리그와 달리 스코트랜드 프리미어리그는 팀 간 격차가 매우 크다. 최 감독은 “셀틱 빼면 그게 내셔널리그지”라고 일침을 높기도 했다. 고맙다 내서녈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 뽑아줘서

2월 25일

쿠웨이트전은 나랑 주영이 형의 독박무대가 되겠군. 잘하면 본전 못하면 아주 씹어 드시겠네. 소집 전부터 갈구더니 이제는 못하기만을 바라겠네 님아 재밌겠네

3월 2일

쿠웨이트전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이번 게임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최종예선에 가면 이정도론 정말 턱없다. 사실 전반부터 나가지 못해 정말 충격 먹고 실망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꺼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가만히 있었던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