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소모가 많아 장기공연을 시도하기 힘든 판소리지만, 공연 관람 기회를 놓치는 관객이 많아 고민 끝에 판소리 <사천가>가 충무아트홀 기획으로 초연 6년 만에 장기 공연을 결정했다. 또 하나의 ‘도전’이다.
바로 어젯밤, 대한민국의 사천이란 도시에 수상한 세 명의 신이 찾아왔다. 현금에 눈먼 신, 시주에 눈먼 신, 체면에 눈먼 신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착한 사람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눈에 들게 착한 이는 어디에서 없다.
마침 붕어빵 장수 왕 씨가 ‘사천의 천사’로 불리는 순덕을 소개시켜 주고, 세 명의 신은 착한 순덕의 모습에 감동해 돈을 주고 떠난다. 순덕은 그 돈으로 분식집을 차리지만 온갖 거지들이 몰려와 파산 직전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사기꾼 같은 견식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하이에나 떼처럼 순덕을 뜯어먹는 온갖 인간군상, 그들이 벌이는 속 터지는 이야기가 바로 <사천가>다.
판소리의 정서가 ‘한’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칫 판소리를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판소리는 ‘사람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소리꾼이 극을 이끌어가는 판소리에 독특한 막간극과 타악을 결합한 모던한 연주 등 새로운 형식이 추가돼 생동감 있는 판소리 <사천가>가 탄생했다.
지난 2월 22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방송 된 공연에는 3만 8천여 명이 접속해 사천가를 향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판소리, 살아있는 판소리, 젊은 판소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사천가>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만남을 완벽하게 성공시킨 컨템포러리 판소리이자, 관객들이 직접 선택한 판소리다.
매년 거듭된 새로운 시도와 공연을 통해 나날이 치밀해지고 능청스러워지는 소리꾼 이자람은 소리꾼뿐만 아니라 작, 작창, 음악감독까지 1인 4역을 소화해 내는 재주꾼이다.
이승희는 가늘고 풍성한 고음과 부채의 발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백미이며, 김소진은 귀여운 오모와 중저음의 목청이 빚어내는 묘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이끌 것이다.
티켓 가격은 전석 5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