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심군은 시신 훼손 중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와 함께 사진까지 찍어 보내는가 하면 살인 후 SNS에 “슬픔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라고 글을 올리는 등 전혀 죄책감 없는 모습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심군을 두고 반사회적 인경 장애인 ‘소시오패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말 수 없고 얌전하며 착한 아이”로 평가되던 심군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일요서울]이 되짚어 본다.
평소 조용하게 기타 치던 학생에서 전 국민을 경악시킨 살인마로
잔혹한 시신 훼손 후 태연하게 SNS에 피해자 조롱하는 글 올려
지난 8일 오전 5시 25분께 심군은 친구 최군과 함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J모텔에 투숙한다. 오후 3시 30분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K양을 모텔로 불러냈고, 4시 심군은 인근 편의점에서 문구용 커터칼 1개와 공업용 커터칼 1개를 구입했다.
오후 7시 38분 친구인 최군이 모텔을 떠나고 1시간 30분 뒤인 오후 9시에 심군은 K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다. 충격적인 것은 지금부터다. 그 후 무려 16시간동안 심군은 맨 정신으로 모텔 화장실에서 미리 구입한 공업용 커터칼로 K양의 시신을 훼손했다.
훼손 도중 칼이 부러지자 다음날 새벽 1시 37분께 공업용 커터칼을 한 개 더 구입하기도 했다. 시신 훼손을 다 끝낸 9일 오후 1시 34분. 심군은 인근 마트에서 김장용 비닐봉투를 구입한 후 비닐봉투에 시신을 담아 오후 2시 7분께 모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그날 오후 6시께 K양의 시신을 자신의 장롱 안에 숨긴 심군은 수원시 인계동의 한 식당에서 최군을 만나 범행을 자백했고 최군는 자수를 권유했다. 심군은 결국 10일 오전 0시 30분께 용인동부경찰서를 찾아가 자수를 하고 그 자리에서 긴급 체포됐다.
시종일관 담담한 말투
경찰에서 심군은 피해자 K양을 올해 6월 고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만났고 그 후 2차례 만난 사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에 걸리지 않고 사체를 모텔 밖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체를 훼손하게 됐으며 현재 심군은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상태다.
심군은 취조 중 진행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차분한 말투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는 사체훼손방법은 인터넷에서 배웠으며, 훼손 중에는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피해자의 뼈는 집으로 가져가고, 살과 장기는 모두 쪼개서 변기에 버렸으며 자수한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원춘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었을 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과 이번 사건의 성격이 지나치게 비슷해 ‘제2의 오원춘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경찰은 심군이 변기에 버린 K양의 살점 상당량을 모텔 정화조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죄책감 실종
심군은 잔혹한 범행 뿐 아니라 그 후 죄책감 없는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온 나라를 경악케 했다.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 하던 9일 오전 1시께 함께 모텔에 투숙하다가 돌아간 친구 최군에게 ‘작업 중이다’, ‘지금 피 뽑고 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훼손한 사체의 사진까지 전송했다.
또 심군은 사체를 훼손한 뒤 1시간이 지난 9일 오후 3시 29분께 자신의 SNS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으며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릿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해줘서”라는 글을 올렸다.
심군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다.
“오늘따라 마음이 편하다. 미움도 받겠지만 편하게 가자”라는 글도 올렸다. 한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범이 마음이 편하다고 글을 쓴 것을 보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거기에 심군이 과거 한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콩팥 삽니다’라는 글을 올린 것이 밝혀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장기매매 의혹까지 확산되고 있다.
평소 조용하고 착한 아이
심군의 이웃은 심군에 대해 “말수가 없고 조용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웃주민 A씨는 “(심군은)훤칠한 외모에 말이 없는 편이였다”며 “아버지의 성격이 불같아 항상 억눌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심군의 가족은 지난해 10월 현재 거주지인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으로 이사 왔다. 그러나 이웃들과 토지 문제 등으로 자주 다퉈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심군의 할머니는 “손자가 밤늦게 귀가해 얼굴을 볼 기회가 자주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착하고 조용한 아이다. 친구를 자주 데려왔는데 그때마다 친구에게 밥을 더 줄 정도로 마음이 고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고등학교 2학년 심군은 당시 다시던 학교를 자퇴했다. 그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돈을 모아 기타를 구입했다. 심군은 중학교 재학 중 밴드부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심군의 SNS에는 기타 동영상으로 가득했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기타를 구입한 후 자랑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키우던 고양이의 사진을 올리고 애정 가득한 게시물을 남기기도 했다.
평범한 이웃이던 심군이 엽기살인행각의 주인공이 된 사유는 무엇일까.
경찰은 심군이 지난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을 찾아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당시 병원에서는 심군에 대해 ‘상세불명의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외 특이한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용인살인사건의 피의자 심군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인지 알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비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저지른다. 또 같은 인격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으로 인한 심리질환이지만, 소시오패스는 자라온 환경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사회질환이다.
이 교수는 “소시오패스는 어린시절 겪은 좋지못한 환경을 바탕으로 15세 전후로 나타난다”며 “심군의 경우 2년전 학교를 자퇴하고 현재 직장이 없는 점,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으로 보아 선천적이 아닌 환경적 장애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12일 심군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심군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수원지방법원 오상용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어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사안이 중대하며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K양의 시신을 보냈으며, 공범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