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는 PC방 업주 276명이 전면금연 시행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PC방 전면금연 시행은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PC방 영업 방식을 한정적으로 제한한 것일 뿐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볼 수 없고 흡연 금지로 인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 효과는 매우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PC방 업주들의 속은 바짝 말라가고 있다. 전면 금연인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던 업주는 “이러다 1년 안으로 가게를 접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요서울]이 PC방 업주들의 한탄을 들어봤다.
전면금연화 시행 후 대만 PC방 1만여 곳에서 3천여 곳으로 줄어
결국에는 대형매장만 살아남을 것, ‘동네상권 죽이기’ 주장도 제기
지난달 8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됐다. PC방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흡연자는 과태료 10만 원, 업주는 170만 원에서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눈에 띄는 매출감소
전면금연화가 시행된 지 1달이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S피시방. 업주 김모(60)씨는 기자가 금연정책에 대해 묻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PC방 전면 금연이 시행된 이 후 찾아온 손님들은 제일 먼저 흡연 가능 여부를 물었다. 밖에 설치된 흡연실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은 대다수의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고 나머지 손님들은 1~2시간만 이용할 뿐이었다. 전면 금연이 시행된 지 1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매출 감소가 눈에 띌 정도다. 더 이상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할 수 없어 업주가 직접 근무를 하고 있다.
김씨는 “금연 문구를 보고 뒤돌아서는 손님을 잡을 수가 없다”며 “또 몰래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데 내년에 (전면금연이)정식 시행되고 난 후 누군가가 그 모습을 사진 찍어서 신고라도 한다면 그때는 영업을 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이어 “집에 컴퓨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PC방을 찾는 이유는 자유롭게 담배피면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게 불가능해진다면 집에서 컴퓨터를 하지 누가 돈 내고 PC방을 이용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주와 손님간의 실랑이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PC방에서 재떨이를 제공하지 않다보니 손님들이 업주의 눈을 피해 커피를 마신 종이컵을 재떨이로 사용한다. 이를 목격한 업주가 흡연실을 안내하자 손님은 “근처 PC방은 종이컵을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왜 이곳만 그러냐. 그쪽으로 옮기겠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말을 들은 업주는 더 이상 손님을 막을 수 없었다.
인근에 있는 다수의 경쟁업체가 종이컵 흡연을 허용하다 보니 법을 지키는 업소만 손해를 보게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김 씨의 뒤쪽 벽에는 문화관광부에서 모범업소로 지정했다는 안내장이 전시돼 있었다.
형평성 논란 일파만파
PC방 전면금연 시행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붉어지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전면금연을 시행한다면 PC방뿐만 아닌 노래방과 당구장도 마찬가지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시 단원구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송모(37)씨는 “모든 다중이용시설 영업장에 금연이 시행된다면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더 이상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하에 있는 노래방이나 당구장이 공기가 더 나쁘다. 전면금연을 시행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불평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이 PC방만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래방에 (청소년들이)더 많이 간다. 왜 PC방만 금연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PC방 전면금연 시행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금연정책 시행으로 모든 PC방이 개인 돈 몇 백만 원을 들여서 흡연석과 금연석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 전면금연 시행으로 인해 칸막이가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다. 업주들은 칸막이 설치로 인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새로 설치하고 난방비가 그 전보다 2배나 높게 나오는 것을 감수했는데 갑자기 정책을 바꾸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칸막이 설치에 든 비용이나 흡연 부스 설치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업주는 “흡연부스 설치에도 최소 몇 백만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며 “이 금액을 본인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흡연부스 설치 후 다시 정책이 바뀌면 그때는 누가 보상을 해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결국 소규모 업소를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내년부터 PC방 숫자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 PC방 업주 단체 2곳을 중심으로 결성된 ‘범 PC방 생존권 연대’는 한국보다 먼저 전면금연화를 도입한 대만의 사례를 근거로 국내 PC방 업계의 전망을 내놓았다.
전면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대만의 PC방은 1만여 곳에서 3천여 곳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70%에 달하는 PC방이 문을 닫았다. 이날 관계자들은 국내 PC방의 40%가량이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규모 업주들은 결국에는 흡연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대규모 업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소규모 매장은 몇 백만 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흡연부스를 설치할 여유가 없으니 결국에는 모두 대규모 업소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규모 업소의 독점과 대기업의 동네상권 진출이 무엇이 다르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주 김씨는 “소규모 매장의 몰락과 함께 대규모 매장의 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이 동네상권 죽이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면금연 시행으로 인해 문 닫는 PC방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정보공유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PC방에서 게임만 한다는 것은 옛날 사고방식이고 편견”이라며 “요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 남녀노소 모두 PC방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하고 있다. PC방이 사라진다면 그 손해는 업주들만의 몫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