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성인 여성은 물론 10대 청소년들까지 즐겨 바르는 화장품 ‘틴트’와 ‘립스틱’에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물질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입술은 얼굴보다 피부층이 얇고 혈관이 많이 분포 돼 있어 입술에 묻은 것들의 흡수가 상대적으로 더 잘된다. 때문에 암 유발은 물론 류마티스, 알러지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피해에 대한 해결방안 기준이 없고, 소량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례1. 입술 염색제 ‘틴트’를 즐겨 바르는 대학생 A씨는 최근 자신이 이용하는 제품이 ‘천연색소’가 아닌 ‘벌레 추출물’임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입술에 바르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먹게 되도록 하는데 성분 표시를 허위로 한 행위는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다”며 “다른 제품들에서도 이런 문제가 없다는 보장도 없고, 피해보상 기준도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고 말했다.
사례2. 한겨울도 아닌데 부르트는 입술로 고민이 많은 B씨는 단순히 ‘날씨 탓’이라고 생각했던 입술의 상태가 사용하던 립스틱에 들어간 특정 성분 때문에 일어난 ‘알레르기 반응’임을 알고 경악했다. B씨는 “예뻐지려고 바른 립스틱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임을 알고 놀랬다”며 “이후 색조 화장품도 신중히 선택하려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판매점에서 기초 화장품만큼 상세한 설명을 해주는 곳이 잘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 재료 사용 기준만 있고 보상 체제 없어
평생 3㎏ 흡수…일반화장품 기준과 달라야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불황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속설 대신 ‘립스틱 효과’가 대세로 떠올랐다. 저렴한 비용으로 화려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립스틱에서 발암물질 검출, 기생충 주원료 사용 등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SBS에서 발표한 미국국립보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32개 화장품 중 카드뮴이 16개 제품, 크롬은 22개, 납은 24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여성이 바르는 립스틱의 하루 평균량은 24㎎으로 입으로 들어가 먹게 되는 것을 포함해 몸으로 흡수되는 양은 평생 3㎏ 가량이다. 검출된 정도가 중금속 농도가 허용되는 기준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나 ‘립스틱’의 경우 음식과 다름없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의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골자다.
또 지난해 한 방송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17종의 립스틱 제품 중 총 7개의 제품에서 납이 검출됐다. 현 화장품 법에 따르면 ‘납’은 화장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 돼 있으며 전문가들은 “납의 안전한 함량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도 “립스틱을 주 3회 이상 바를 경우 류마티스 위험도가 71% 상승하고, 16세 이전부터 바를 경우 위험도는 95%까지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장미꽃을 빻아 만든 색’, ‘천연 색소’ 등의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는 베네피트(benefit), 아이소이(isoi) 등에서 판매하는 입술 염색제 ‘틴트’에서는 벌레에서 추출한 ‘카민’이 다량 함유 된 것으로 조사돼 소비자들의 불신은 한층 더 깊어졌다.
카민은 미생물학에서 조직을 염색하는 염색제로도 쓰이며 국내에서는 ‘합성착색료’로 분류돼 있다. 또 코치닐이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발표되는 등 유해물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사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식품의약국(FDA), 일본후생성(MHLW) 등에서도 ‘카민’을 비염, 장염, 천식, 알러지 등을 유발시키는 의심 물질로 규정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여성의 젖꼭지 컬러’, ‘장미꽃을 빻아 만든 색’으로 틴트 광고를 하고 있는 베네피트의 틴트를 따라한 ‘저렴이’ 버전마저 인기를 끌 만큼 베네피트사는 틴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 아이소이(isoi) 틴트도 ‘먹어도 되는’, ‘천연의’, ‘독소 없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이 두 회사의 광고는 중남미 지역의 선인장에서 기생하는 연지벌레(cocus cucti)를 원료로 하는 ‘카민’이 진짜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서 ‘허위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를 두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해서 어떠한 경고도 하고 있지 않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관리 기준을 규정해 놓고 중금속 성분 같은 것들은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일부 제품의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도 있지만 안전 범위 내에서 합의된 수치를 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어긴 업체의 경우 처벌이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또 미국국립보건원의 발표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관리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규정을 만들기 위한 조사 작업에 들어간 것이고, 우리나라는 현재 허용된 범위 안에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주의사항을 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베네피트’와 ‘아이소이’는 식약청의 의무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민 성분을 ‘천연색소'라고 홍보하며 판매에만 열을 올리며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태다. [일요서울]은 ‘허위광고’를 펼친 베네피트와 아이소이사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만을 남긴 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벌레’도 천연재료니까 "괜찮아"
이번 논란을 두고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딸기우유에도 들어가는 성분이고, 벌레 추출물이 ‘화학색소’는 아니니까 ‘천연색소’라고 표현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 않냐”며 “현재 국내에는 정해진 ‘기준치’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을 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소비자가 안전할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 C씨는 “스킨, 에센스 같은 기초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알레르기 테스트가 있었는지 피부 이상 반응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지만 색조 화장품은 그런 경우가 드물지 않냐”며 “계절별 유행 화장법, 인기제품 등은 막힘없이 설명하는 만큼 색조 화장품도 피부 알레르기 테스트 여부, 원재료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심각한 수준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소비자가 없었기 때문에 명확한 소비자 피해 규정은 아직까지 제정돼있지 않다. 또 문제가 되는 화장품들의 사용 목적이 ‘섭취’가 아니므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유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