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저축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상품이 시중에 출시돼 있지만 정작 가입하려고 보면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일요서울]은 기본적인 연금저축에 대한 개념을 살피고 가입자의 성향에 따른 공격형과 안정형을 비교함으로써 노후 자산관리의 첫걸음을 제시해봤다.
퇴직 후 25~30년간 인생의 제2 황금기…막 오른 연금전쟁
신탁ㆍ펀드ㆍ보험, 각각 공격ㆍ안정형으로 나눠 따져봐야
최근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기적인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은퇴기에 대한 고민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평균 은퇴연령은 약 55세였으며 이 은퇴연령에 도달한 후 기대여명은 남자 25.6년, 여자 31.1년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후 약 25~30년을 오로지 기존 자산과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각 개인이 은퇴하기 전에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일명 연금 3종 세트를 준비하면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므로 여기에 불입하는 만큼 개인연금에도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득의 9%를 보험료로 수취하고 있으므로 개인연금에도 똑같이 소득의 9%를 불입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연금 3종 세트를 20년간 착실히 유지하면 약 55%의 소득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개인연금의 유지기간을 20년의 2배인 40년으로 늘리면 약 78%의 소득대체 효과를 누림으로써 퇴직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소득공제는 과세이연 추후 세율 계산해야
이 개인연금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연금저축을 들 수 있다. 연금저축은 연 400만 원 한도 내에서 불입금 전액을 소득공제 해주는 절세상품으로 5년 이상 꾸준히 적립하면 만 55세 이후에 원금과 수익을 합쳐 약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제혜택이다. 엄밀히 말하면 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혜택은 과세이연으로 추후 연금 수령 시까지 납세시기를 미루는 형태다. 그러나 6~38%에 이르는 종합소득세율보다 3~5%인 연금소득세율이 비율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주의할 점은 은퇴 후 국민연금이나 특수직 등 공적연금은 무조건 종합소득으로 과세될 뿐 아니라 사적연금 역시 연간 수령 규모가 1200만 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으로 과세된다는 것이다. 또 노후에 이르러 자녀들이 독립하고 각종 지출이 줄어들면 공제금액이 작아지므로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리 계산해보는 것이 좋다.
이 연금저축은 그 방법과 성격에 따라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신탁과 보험은 원금손실이 없고 예금자보호가 되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이며 펀드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다소 공격적인 투자상품이다.
장기투자 고려해 포트폴리오 재편도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금저축 하면 보험을 떠올리는 등 압도적으로 연금저축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전체 연금저축 중 보험 가입건수 비중은 약 80%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연금저축의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는 신탁이나 펀드보다 보험이 뒤처졌다. 연금저축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연평균 기준 펀드가 채권형 4.26%, 혼합형 9.81%, 주식형 12.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탁은 채권형 4.15%, 안정형 3.98%로 보험 부문의 생보사 3.98%, 손보사 3.21%보다 좀 더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연금저축은 일단 한 번 선택하면 장기투자가 필수적이므로 가입 전에 자신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입자들은 자신이 미래에 손에 쥘 노후자금을 원금손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모으고 싶은지 혹은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노릴지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보통 생애주기를 고려해 장기투자하는 경우 나이가 적을수록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 30세를 뺀 것이 70이라면 공격적인 투자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식이다. 이미 연금저축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편 지금까지는 연금저축 중 보험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신탁이나 펀드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펀드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연금저축펀드계좌로 변경돼 기존처럼 하나의 펀드만 골라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 생성 후 여러 펀드를 담아 분산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펀드는 중도에 다른 펀드로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어 운용면에서는 신탁이나 보험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단,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숙지하고 채권형과 주식형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등 분산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난달 기준 일반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는 국내 및 해외투자를 포함해 총 179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이중 운용규모가 30억 원 이상이고 운용기간이 2년 이상인 연금저축펀드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주식형으로는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1’, 주식혼합형으로는 ‘신영연금60증권전환형투자신탁’, 채권혼합형으로는 ‘삼성클래식30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1’을 꼽았다.
또 신영연금배당증권(주식형), 신영연금가치증권(주식형), 신영연금60증권(주식혼합형), 신영연금증권전환형(채권형)은 모두 서로 간의 전환이 가능한 펀드그룹인데 이 역시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나UBS인Best연금증권(국공채)과 한국투자골드플랜연금증권전환형(국공채)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관계자는 “연금저축은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인 상품으로 그 필요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사적연금에 대한 특성과 실질적인 세제혜택 및 자신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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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