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 알리안츠생명의 ‘굴욕’
외국계 보험 알리안츠생명의 ‘굴욕’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7-15 11:03
  • 승인 2013.07.15 11:03
  • 호수 1002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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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의 끝판왕


알리안츠생명의 실적이 날로 급감하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불완전판매에서도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해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알리안츠생명의 간판상품이었던 파워덱스연금보험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해당 사태의 책임을 모두 설계사에 돌린 알리안츠생명이 고객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자사 설계사들마저 회사에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2012 회계연도 직영복합 부문에서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을 보였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24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 중 알리안츠가 직영복합 부문에서 6.11%의 불완전판매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직영복합은 대면 모집과 비대면 모집을 동시에 이행하는 보험사의 직영 모집조직이다.

수익률 마이너스 시장점유율 하향
업종별로는 생보사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손보사보다 높았다. 생보사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6.11%로 손보사의 0~4.07%보다 높게 나타났다. 생보사의 경우 알리안츠생명이 직영복합 부문 6.11%, 개인대리점 부문 1.49%에 이어 우리아비바생명이 법인대리점 기타 부문에서 4.36%의 불완전판매비율을 기록했다.
또 동양생명은 직영다이렉트 부문에서 4%, KB생명은 설계사 부문에서 2.05%, ING생명은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1.17%의 불완전판매 비율을 나타냈다. 손보사는 MG손보가 홈쇼핑 부문에서 4.07%, 롯데손보가 텔레마케팅 부문에서 3.34%의 불완전판매 비율을 드러냈다.
현재 알리안츠생명은 두드러진 실적 급감으로 고전 중이다. 알리안츠생명의 2012 회계연도 운용자산 수익률은 4.9%로 해마다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 역시 2010 회계연도는 3.38%, 2011 회계연도는 2.86%로 하향세를 그렸다. 지난해 11월까지 알리안츠생명이 기록한 적자는 219억 원이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이 주력상품으로 밀었던 변액연금 판매 비중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된 보험계약의 월납초회보험료는 단 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8.55%나 급감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결과가 알리안츠생명의 ‘파워덱스연금보험’ 파문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알리안츠생명의 대표상품이었던 이 연금보험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고객과 설계사 모두의 마음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모든 책임 설계사에 떠넘기고 방관
앞서 알리안츠생명은 2006년 이 상품을 출시하면서 5년짜리 원금보장형 저축성 연금보험이라고 홍보해 2007~2008년에 대대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1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원금손실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알리안츠생명은 담당 설계사들에게 고객과 알아서 해결하라며 방관하거나 일부 고객에게 손실분을 보전한 뒤 설계사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회사가 배포한 교육자료에도 원금보장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자신들 역시 회사에 속은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실제로 당시 알리안츠생명의 해당 상품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주가하락 시에는 원금손실이 가능한 기존의 주식형 변액보험과는 달리 1.5%의 확정이율을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급기야는 소속 지점에서 보험실적 우수표창을 4차례나 받을 정도로 뛰어났던 설계사 조모씨가 고객 손실분을 보전하다가 지난해 3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알리안츠생명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저하된 상태에서 자사 설계사들조차 회사에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고 2012 회계연도 실적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분석이다.

한편 취임 5개월째에 접어든 이명재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2020년까지 외국계 보험사 1위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공언했지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알리안츠생명의 총자산은 지난 2월말 기준 15조928억 원으로 현재 외국계 보험사 1위인 ING생명의 23조3327억 원보다 약 7조3000억 원이 낮은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외국계 생보사 대부분이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알리안츠생명은 심각한 편”이라며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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