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용 반짝 상품 오명… ‘미소금융’ 현주소
정권용 반짝 상품 오명… ‘미소금융’ 현주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7-15 10:58
  • 승인 2013.07.15 10:58
  • 호수 1002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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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4대 천왕 떠나자 ‘찬밥 신세’


“‘미소금융’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 내에 퍼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실제로도 미소금융 추진 원년인 2009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4대 금융지주사(신한·국민·우리·KB 등)는 27개 지점을 신규 설립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이후엔 1개 점포씩만 설립했을 뿐 사실상 중단됐다. 정권이 바뀐 후엔 신규설립 건수는 1건도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저소득층 사이에선 “그나마 조금 있던 지원마저 끊기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낸다.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4대 금융천왕이 퇴진 한 후 미소금융도 함께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결국은 ‘정권용 반짝 상품’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정권 바뀌면 새로운 대표상품 나와…국민들 우왕좌왕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공백 길어져…사업 차질 불가피

미소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없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창업 및 운영자금·시설개선자금 등을 지원해 주는 소액대출사업을 말한다.
미소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설립 초기 2019년까지 2조 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방침 아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이 1조 원을 기부하고, 금융회사들이 기부금 3000억 원과 휴면예금 7000억 원을 보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됐다.
지원대상자 역시 개인 신용 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저신용계층으로 500만∼1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상환기간은 1∼5년이다. 금리는 연 4.5% 이내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게 책정해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한 낯 빛줄기가 됐다.

강서구 소재의 한 재래시장에 설치된 미소금융센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물품을 구입하고 주변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당시 상인들은 환호하며 이 전 대통령에게 “미소금융 센터 확충을 통해 더 많은 소상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 결과 미소금융은  MB의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저소득층에게 각광받았다.

그런데  MB정권이 끝나자마자 미소금융은 너무 심할 정도로 행색이 초라하게 변모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확장 동력을 잃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공교롭게도 MB 측근으로 분류됐던 금융계 4대 천왕이 해당 지주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미소금융도 몰락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미소금융 설립 초기 지주사 내부에 반발에 부딪쳤지만 수장의 고집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타격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미 일각에선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면서도 출범했던 미소금융의 말로는 지난 정권과 그 괘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

뿐만 아니라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올 초 사임한 이후 수개월째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꼬집었다. 김현희 민주당 의원은 “정권 바뀌면 대표상품을 새로 만들어내 국민을 우왕좌왕하게 하는 것보다 있는 제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미소금융 개선안 부족 심해
시중은행들은 나름 미소금융에 전력하고 있다지만 실제 실적은 초라하다. 하나은행이 올 상반기에 집행한 대출은 총 174건에 금액은 약 16억 원에 불과하다. 국민은행(53억 원), 우리은행(59억 원), 신한은행(64억 원) 등 나머지 은행들의 실적도 엇비슷하다. 어쩔 수 없이 운영한다고 하지만 ‘계륵’과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재정위원회의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미소금융의 연체율이 6.5%, 7.1%로 매우 높고, 휴면예금을 출연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재원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이번 정부 들어 개인이나 기관이 기부한 실적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신 위원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원래 2조2000억 원을 목표로 했고, 지금은 1조4000억 원이 됐으며, 잔액은 9000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일요서울]이 미소금융센터가 설립된 일부 재래시장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설립 당시의 불편사항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이 찾은 한 재래시장의 미소금융센터 지점은 간판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이 모 은행 본사 건물 내에 입점 해 있거나 지역시장 인근 지점에 입점해 있어도 외부에 걸려있는 간판을 찾기는 여간 쉽지 않았다. 규모도 작아 아는 상인들만 아는 그들의 아지트 형색이었다. 일부 점포는 모 은행 내부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곳에서만 그 이름을 찾을 수 있거나 청원경찰을 통해 안내 받아야만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미소금융은 지점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1인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그만큼 미소금융을 이용할 기회가 적다”고 지적했다.

점포수 부족 여전 무늬만 미소냐
이런 탓인지 올해 현재 은행별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9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7개씩의 미소금융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미소금융 지점은 서울·부산·인천 등 대도시에만 집중돼 있다. 미소금융 설립 원년 이후 불과 6개 점포만이 늘어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소금융 지점을 늘릴 계획이 없다”며 “현재 운영하는 것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식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 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미소금융을 사금융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선 더 많은 지점과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면서도 MB의 측근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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