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사고 조사…한·미 정면충돌
아시아나기 사고 조사…한·미 정면충돌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7-15 10:50
  • 승인 2013.07.15 10:50
  • 호수 1002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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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결함VS조종사 과실…“형평성 있는 판정 있어야”

아시아나항공기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 착륙 사고의 책임소재 공방이 치열하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측은 항공기 조종사의 실수에 무게를 두는 반면 아시아나 측은 기계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둘은 책임소재를 두고 민감해하는 것일까. 일각에선 책임소재에 따른 보험·피해배상금 산출 및 향후 드러날 문제에 있어 책임에 따른 무게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그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관제·운항·기체 등 각 분야 초점 엇갈려
원인조사 이례적으로 속도 올려 추측 난무

당초 관제·운항·기체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고, 조사 기간이 최소한 수개월은 걸린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NTSB가 사고 발생 후 채 1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많은 의견을 제기하며 조종사과실로 인한 사고가능성을 강조함에 따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역시 “조종사들은 충분한 기량을 가진 기장들이다”라고 반박해 대결구도를 성립시켰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도 있지만 기체결함, 공항 시스템 및 인프라 미비 등도 동일한 선상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합동조사단 내 미묘한 신경전

NTSB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예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조종사의 미숙함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어조가 주를 이뤘다.
 
일례로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 기장이 사고기 기종 조종에 필요한 훈련 60시간 중 43시간을 마친 상태였다”며 “교관 비행을 한 이정민 기장은 교관 기장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왔다"고 말해 여론을 모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미국 측에 유리한 정보는 매우 신속하게 알려지는 상황에 반해 불리할 수 있는 정보에는 묵묵부답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사고 초반부터 지적돼왔던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계기착륙장치(ILS)와 정밀진입경로각 지시등(PAPI) 관제장비 등이 정상 작동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반대로 국내에선 조종사 과실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체 결함 및 공항 시스템 문제 가능성도 놓치면 안 된다는 의견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기인 보잉 777기는 2009년에도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비슷한 착륙 사고를 낸 적이 있고, 사고 원인으로 연료 결빙이 지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공항 시설이나 관제탑의 미흡한 대응도 사고에 영향을 끼친 원인으로 주목된다. 공사 중인 공항 시설에 무리하게 착륙을 지시했거나, 관제탑이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경고 교신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됐다.

또한 전파항법 시스템인 글라인드 슬로프 고장, 관제장비 정상 작동 및 이상 유무 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국내 한 조종사는 “훈련비행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기 때문에 과실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모두 충분한 교육을 받은 조종사들이었고 일부 자료만 봐서는 절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시아나 관계자는 “조사를 받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NTSB에서도 사측에 모든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해 의혹을 남겼다. NTSB 측이 지속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황보고를 하고 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실마리는 어디에

이와 같은 양측의 책임공방 논란의 이유에 대해선 피해 배상금 때문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입장에선 기장의 과실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 조종사가 속한 항공사의 책임이 대부분 인정된다.

그러나 조사결과 기체나 부품의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항공기·부품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B747 추락사고의 경우 서울지법은 2001년 사고로 일가족 5명이 숨진 장모씨의 유족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조종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6억8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당시 괌 추락사고 사망자의 유족들은 B747 제작사인 보잉, 당시 문제가 된 부품인 ‘활공각 수신기’의 제작사 록웰 콜린스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미국 언론이 자국의 항공업계를 위해 조종사 실수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조사가 길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조사 주체인 사고 발생 국가와 항공기 등록 국가, 항공사, 그리고 항공기 제작사의 입장이 모두 반영되는 것이 이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들에게 얽혀있는 실마리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국 해답은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대조분석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면 실제 조종사가 오토 스로틀을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조작에 따라 오토 스로틀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종사 간 대화가 담긴 녹음장치를 대조해 당시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다는 설명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1일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조사에 한국 조사관들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결국 모든 가능성을 명확하게 그리고 유일하게 결정짓는 건 FDR의 종합적 분석이다”라며 “그전까진 그 누구도 사고 원인을 확신할 수 없다. NTSB로부터 나오는 말들은 모두 그들의 주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조사단은 사고 당시의 관제레이더를 분석 중이며, 최근 동일 활주로로 접근한 모든 B777 항공기 자료를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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