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상에도 여름철만 되면 싸늘한 ‘귀신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귀신이야기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 이 때문인지 귀신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로 구성된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수 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는 곳도 있어 올 여름 치솟는 ‘귀신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이들 동호회 사이트를 살펴보면 귀신이 찍힌 동영상, 사진을 비롯해 각종 귀신에 관한 정보 와 체험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 동호회 사이트들 중 5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다음의 ‘심령동호회’(http://cafe.daum.net/gusin)카페의 회원들은 귀신의 실체를 찾아 나서기 위해 정기적으로 ‘흉가탐험’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 카페에는 흉가를 다녀온 후 그 후기를 적은 글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는 이도 있고,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이들도 있다. 이 사이트의 회원으로 흉가탐험에 참여했던 한 네티즌은 “흉가를 방문했을 때 분명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흉가를 사진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상한 형상들이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가를 가보기 전에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했으나 이제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의 또 다른 회원은 “그간 귀신이 있다고 믿어왔지만 흉가에 가서 이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하면서 “그것을 혼자 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보았는데도 무서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몸을 움츠렸다.이들 동호회 회원들처럼 귀신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작업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사후세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계속돼 왔다.
실제로 수많은 과학자나 심령학자들이 귀신이 있다는 증거라며 녹음된 기괴한 소리와 이상한 형체가 찍힌 사진들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조작된 것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무당이나 심령술사들이 귀신의 실체를 증명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방송카메라나 기자들 앞에서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심령학자들은 이에 대해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이나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일련의 현상들이 우리들 주변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이에 기자는 과연 동호회 회원들의 말대로 흉가에 가면 과연 귀신을 볼 수 있는지 이를 확인키 위해 흉가를 탐사해 보기로 했다. 이 탐사를 위해 기자는 심령동호회와 마찬가지로 귀신을 ‘사랑’하는 모임인 귀사사모(http://cafe.daum.net/gost loveme) 동호회 회원의 도움을 받아 안내를 부탁할 ‘퇴마사’ 혹은 ‘법사’라 불리는 이른바 귀신 전문가 2명에게 동행해 줄 것을 간청했다.
이틀 후 기자를 포함한 일행 4명은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흉가로 향했다. 우선 서울 시내에서 흉가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유명한 면목동의 한 흉가를 가 보기로 했다. 알려진 대로 7호선 사가정역으로 가서 뚝방길을 지나 골목길 안 단독주택가에 있는 그 흉가를 찾았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40분. 그러나 아쉽게도 그 흉가는 온데간데없었고 지금은 그 터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를 본 퇴마사 M씨는 “여기는 귀문이 있는 곳 같아 보이는데 이런 곳에는 새 건물을 지어도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섬뜩한 말을 했다. 괜한 기분 탓인지 공사장 주변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일행은 이 음침함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방향을 돌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흉가를 찾아 나섰다. 동두천에서 귀신이 자주 출몰하기로 유명한 흉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군부대를 지나 얕은 숲을 끼고 돌아가니 알려준 대로 허름한 폐가가 나왔는데, 이때 시간은 이미 저녁 10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2층 양옥집인 이 흉가의 외관은 생각보다 비교적 깨끗했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검정색 대문 앞에는 하수구 설치에 사용되는 시멘트 하수관이 쌓여 있었다. 이 집이 흉가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이 집 근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집 주인이 부도를 내고 도망간 후 떠돌이 혼령들이 안착해 흉가가 되었다 거나 이 집터가 과거 사람의 무덤이 있던 자리라는 말도 있었다. 또 이 밖에 20여 년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계속적으로 집주인들이 바뀌어 왔는데 집 주인이 자주 바뀐 이유는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자꾸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대문이 막혀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담장을 넘어 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흉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장롱 문은 제멋대로 열려 있어 괴기스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안방을 먼저 둘러보았는데, 3명은 곧 마루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고 기자는 사진을 몇 컷을 더 찍은 뒤 일행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루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현관과 부엌 사이에 위치한 작은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 때부터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서히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지은 지 오래된 양옥집이었기 때문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로 된 마루바닥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2층에 올라 발코니와 창가를 둘러보았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조금 전 마루를 지날 때 들리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뇌리에는 순간 우리 이외에 이곳에 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이 스쳤다.집 곳곳에는 손거울, 볼펜, 음료수 캔, 인형 등 낡은 집기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 중에는 타다만 양초도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도 흉가가 된 이곳을 방문했음을 직감케 했다. 이상한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와 법사 Y씨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기자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 쾅 소리를 내며 닫혔던 작은 방문이 이번에는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장면을 보고 놀라는 기자에게 Y씨는 “이곳에 있는 영들이 우리가 온 것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듯 하다”며 “노파와 남자 둘의 영혼이 이곳에 있는데 상당히 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오래 머물러 좋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2층에서 내려온 퇴마사 K씨도 “위층에서 남자가 자꾸 우리를 따라다닌다”고 말하면서 “여기 있는 영들은 원래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3명의 일행은 곧 집밖으로 나가 담을 넘었고 기자는 사진 몇 컷을 더 찍은 후 그곳을 빠져 나왔다. 황급히 그 집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는 괜한 기분 탓인지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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