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경북 김기원 기자] 60대 할머니가 재활용품을 내다 팔아 마련한 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으로 맡겼다. 100만 원으로 큰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매달 46만 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 터였다. 이 할머니는 끝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청에 따르면 상인2동에 살고 있는 A(67) 할머니는 2011년부터 하루 12시간씩 달서구 상인동과 도원동 일대를 돌며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왔다.
한나절 이상 재활용품을 모아도 하루 손에 쥐었던 돈은 많아야 5000원 정도. 비가 오는 날이나 무더운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재활용품 수집에 나섰다. 폐지 등을 팔아 모은 돈은 한 달이라고 해봐야 5만원이 채 못 됐다. 하지만 할머니가 조금씩 모아 3년간 모인 돈이 100만 원이었다.
할머니의 성금 쾌척이 뜻깊은 까닭은 본인의 생활비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2008년 6월부터 홀몸노인으로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은 월 46만 원 남짓. 여기에서 매달 월세 20만 원, 식비 10만 원 안팎이 빠져나간다. 100만 원이라는 목돈은 할머니에게 전 재산이나 진배없는 이유다.
할머니는 이달 5일 상인2동 주민센터를 찾아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성금을 전달하며 할머니는 “이제까지 국가의 혜택을 받아 살았다며 나도 사회를 위해 조금이나마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모은 돈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써달라”고 했다.
대구시 달서구 상인2동 주민센터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청소년 10명에게 기탁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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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기원 기자 kkw5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