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구설수’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구설수’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7-08 15:17
  • 승인 2013.07.08 15:17
  • 호수 1001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남을 설계심의위원에…특혜 논란 불 붙였다

친분 깊은 건설사에 발주 위한 포석?…임명배경 의혹 일어
철도공단 “처남인 사실 몰랐고, 심의 참여도 안했다” 일축

[일요서울ㅣ최은서 기자] 공공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턴키(일괄수주) 설계심의분과위원에 시설공단 이사장의 처남을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설공단이사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위원이 심의에 참여할 경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번 선정이 이사장의 처남인 A교수와 친분이 깊은 건설사에 발주해주기 위한 포석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철도공단은 논란이 일자 “분과위원 선정과정에서 이사장의 처남인 사실을 이사장조차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해명했다.

사진=뉴시스

턴키(turn key)는 건설 공사 등의 계약방식의 하나로 건설업체가 설계부터 공사 마무리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설계 시공 일괄 수주 계약’을 가리킨다.

이사장 입김 논란

철도공단은 지난 4월 18일 설계심의 분과위원 선정위원회 결과에 따라 제 2기 설계심의분과위원을 선정했다. 철도공단은 토목시공 등 10개 분야 50명을 위촉해 턴키입찰공사 적격자 선정 심의에 활용하고 있다. 설계심의분과위원의 임기는 1년이며 중간평가를 거쳐 연임이 가능하다. 위원선정절차는 건설계획처에서 자격 요건 등 기초 심사를 거친 후 감사실과 경영지원처에서 후보자 청렴성과 징계여부를 검증한 뒤 선정 위원회를 개최, 위원을 선정·위촉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부위원은 공단직원 지원서를 접수해 선정하고 외부위원은 학회, 공기업, 연구원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는데 김광재 이사장의 처남인 A 계명대 교수의 경우에서처럼 교수는 학회에서 추천을 받는다. 당시 50명의 제1기 심의위원 중 17명이 역량 부진과 자퇴·징계·활용 계획이 없는 검수분야위원 해촉 등에 따라 교체 선임됐다. 이 중에는 A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공단은 A교수를 토질 및 기초분야 분과위원으로 위촉했다. 선발당시 한국지반공학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6명의 교수 가운데 유일하게 심의위원으로 뽑혔다. 심의위원은 턴키입찰공사 낙찰자 결정을 위한 설계심의를 주 업무로 하고 있어 A교수가 선정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공단 이사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A교수가 심의위원으로 공단 발주 공사 심의에 참여하게 되면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동안 턴키설계심의대상 사업은 없었지만 하반기에는 굵직한 심의 대상 사업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김포도시철도건설공사 5공구(입찰가액 약 2300억 원), 철도종합시험선로건설공사(입찰 공구 약 2221억 원) 등이 바로 그것. 그 규모만 4500억여 원 상당에 달해 일각에서는 이번 친인척 선정 배경을 두고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철도공단 노조 관계자는 “설계심의분과위원 명단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철도공단 내에 이사장 친인척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 외에도 공단 등을 둘러싼 노조 측이 확인하기 힘든 소문이나 제보들이 많이 있다”며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하는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개연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처남이 선임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 메지 말라고 했듯 공단과 이사장 역시 조심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 특히 기관장 같은 경우는 친인척이 관여하느냐에 따라 공정성 훼손 등 변동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좀 더 생각을 했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다”라고 전했다.

“안 하면 그만”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철도공단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철도공단 측 관계자는 “이사장도 지난 2일에서야 처남이 설계심의 분과위원에 위촉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한마디로 특혜는 결코 없었다”며 “A교수는 향후 심의위원으로 선정되더라도 제척할 계획이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철도공단은 A교수가 토질 및 기초분야 분과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지반공학회로부터 추천받은 위원중 부이사장 주재의 ‘분과위원 선정위원회’의 공정한 심의에 따른 결과로 ‘이사장의 입김’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철도공단은 또 “A교수는 2004년 이후 건교부, 국방부, 대구시, 수자원공사 등의 기술심의 위원을 역임하였으나 4월 18일 위촉된 이후 현재까지 턴키 심의에 참여한 적 없었다”며 A교수 선정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교수 역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문제가 된다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내가 설계심의분과위원을 시켜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나는 과거 대구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기술심의를 한 적 있었고 턴키심의위원 경험이 많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격 미달이 되는 사람인 것도 아니다. 이 건이 문제가 된다면 안하면 그만이다”라며 논란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설계심의분과위원이 당락을 결정한 만한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나 혼자 심의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때문에 논란이 이는 것인지 의문이다. 한국지반공학회는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교수들한테 시켜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을 추천해주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심의위원이 된다고 해서 항상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추첨을 통해 심의에 참여할 수 있다. 난 그저 많은 심의위원 중에 한 명일 뿐인데 무슨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겠느냐.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chjoies@ilyoseoul.co.kr

박스기사
철도시설공단 전관예우 ‘도 넘었다’

지난해 국감 때 철도시설공단 고위급 퇴직자가 공단입찰에 참여하는 민간업체에 재취업해 공단 발주사업의 50% 가량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한 업체는 공단의 고위 퇴직자를 영입한 직후 업계수주 순위 14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일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철도시설공단 국정감사에서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수십조를 굴리는 철도시설공단의 전관예우가 범죄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공단퇴직자들이 공단입찰에 참여하는 민간업체에 VVIP급 대우를 받으며 대부분 사장으로 재취업했다”며 “업계에선 이들을 스카우트 하는데 약 5억 원 이상의 돈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계를 보면 철도시설공단 고위급 퇴직자를 영입한 주요 업체들이 공단 발주 사업의 50%가량을 싹쓸이 해가고 있다”며 “특히 모 업체의 경우 철도시설공단 고위 퇴직자 영입 직후 업계 수주 순위가 14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사업단장을 역임한 뒤 퇴임한 남모씨를 영입한 D 업체는 2011년도 수주액이 46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수주액이 120억 원으로 늘어 수주순위가 14위에서 3위로 뛰었다. 국토부나 다른 기관은 1사1개 공구만 참여토록 돼있지만 공단은 1개사가 많은 공구에 동시 참여할 수 있게 한 이유라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또한 철도시설공단이 2011년 1915억 원을 발주한 설계 등 용역사업의 경우, 공단 주요 간부 출신들을 보유한 상위 4개사가 50% 가량인 852억 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현재 수주순위 상위의 몇 개 주요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철도사업을 하는 다수의 용역업체들이 전멸위기에 놓여있다”며 “대다수의 업체가 연간 수주액 10억 원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중소업체들은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하자는 심정으로 공단 주요 관계자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금품과 향응을 접대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지적하며 “임원급만 재취업 금지 돼 있는 것을 공단 처장급 이상 주요 간부퇴직자들에게까지 적용범위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김광재 철도공단 이사장은 “내부단속을 더 철저히 하고 법률을 고치면 그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안효대(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공사 1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25명이 민자역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은>

 

최은서 기자 chjoie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