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경제 악화 소식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4대 금융지주로 대변되는 신한·하나·우리·KB금융그룹이 호화로운 생활을 거듭하고 있어 구설에 올랐다. 이들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아랑곳 하지 않은채 주변집기 및 시설물들을 고가 제품으로 채우고 있었다. 특히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은 총 연봉이 무려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가장 적은 연봉으로 알려진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기본급만 9억 원, 성과급도 9억 원 선이다.
실적 떨어져도 수장은 돈방석에 앉아 떵떵
사옥 주변 조경 나무한그루에 수천만 원 호가
지난 3일 [일요서울]이 4대 금융지주 주변을 둘러보니 사옥 주변엔 호화롭게 보이는 건축물, 조경, 조각상 등이 즐비했다.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사옥 주변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형물(사진)이 웅장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해당 조형물엔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의 팻말이 있어 신한금융이 주인임을 나타냈다.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금융그룹은 사옥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사진)가 매우 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눈에도 그 모습이 웅장해 값어치가 상당함을 추측할 수 있었다. 우리금융그룹 주변에서 조경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사옥 주변의 나무는 한그루 당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넘어간다. 또 다른 금융그룹 주변 조각상과 같은 조형물의 경우 많게는 수억 원까지 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외에 각 금융지주사의 회장실·임원실도 호화롭게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은 “고위직들이 오랫동안 세법을 하다 보니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는 면모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사는 어디서도 서민과 함께 한다거나 금융시장의 침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를 향한 비판은 지주사 임원들의 연봉 논란에서 정점을 찍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이 최고 3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이는 일당 800만 원꼴로 계산, 평범한 샐러리맨의 몇 달 치 월급을 하루에 받아가는 모습이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했다.
일례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급여와 단기성과급 등 총 14억 3000만 원의 연봉을 챙겼다. 퇴임 후 1년 뒤에는 재임기간 동안 연간 13억2000만 원씩 책정돼 있던 장기성과급을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 이달 물러나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20억 원 넘는 급여를 받았고, 역시 수십억 원의 장기성과급을 별도로 받을 것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들은 최근 수년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됐다. 실제로도 지난해 모 금융지주의 경영 실적은 전년도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 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24%가 줄었고 은행권의 경우 2년 연속 수익이 감소했다. 반면 금융권 임원들의 급여는 40%나 오른 것이어서 실적도 없이 성과급을 받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금융 소비자는 “일반 기업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생계를 걸고 조그만 이윤창출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데 금융권은 독과점, 무풍지대 속에서 별천지처럼 호의호식하며 잘 지낸다. 은행 운전기사가 미국 대학교수보다 연봉이 높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의 직장 존재 박탈감 고조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벌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들이 바라보는 금융지주에 대한 시각은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었다.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들은 “금융지주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국민소득은 두 배 정도 오른데 그친 반면 금융지주 회장 연봉은 20배에서 40배가량 뛰었다”고 꼬집었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한 회사원은 “다들 서민금융을 외치기는 하지만 무엇이 서민금융인지 모르겠다”며 “빚이 늘고 늘다보니 단순 업무를 보기 위해 지주사를 들락거리는 것조차 위축이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금융지주사들이 서민들을 옥죄서 배를 불리고 있다며 금융지주들의 보이지 않는 악행을 지적하는 움직임도 많았다. 예금이자를 편취했다고 해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펀드이자는 금융사들이 편취했다고 인정하고 반환하려 해도 금융당국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CD금리 담합과 후순위채, 키코사태, 주가조작, 금융권 전반의 보험, 펀드의 불완전 판매, 수수료 폭리 등 금융권의 수많은 행태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반대로 도마에 오른 지주사들은 공시가 되고 있는 임원의 보수의 지급 금액에는 실질적인 급여와 판공비, 그리고 단기성과급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연봉이 부풀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금융지주사들의 호의호식을 둘러싼 이들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전수조사를 천명한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