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유동성 확보 // 계열사 매각·합병 잇따라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포스코다.
포스코의 중소업종 철수가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LED조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포스코도 철수의사를 밝혔다.
동반위는 올 초 LED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4월까지 조달시장 전면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공부문에서의 사업 철수를 했고, 포스코도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포스코LED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공부문에 대한 사업을 준비했지만 정부 권고안을 받아 들여 해외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중소업종 철수 의미보다 상생의 의미가 더 큼을 강조했다.
LED조명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철수에 따라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들에게 반사적인 혜택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달청 나라장터 구매공급실적을 보면 지난해 전체 LED조명 조달시장은 984억 원으로 약 1000억 원대에 달했으며, 이중 대기업·중견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은 145억 원 규모에 이른다.
포스코는 몸집 줄이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포스코엠텍의 자회사인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과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포스그린ㆍ포스칼슘과 회사를 합칠 예정이다. 이외에도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의 합병도 현재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은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지분 20~30%가량에 대한 매각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지원을 통한 동반성장에도 앞장선다.
사회적기업 지원 활발
포스코는 2008년 직원 55%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적기업 ‘포스워드’를 설립, 포스코 공장 직원들의 근무복 세탁, 콜센터 등 용역을 맡겼다. 또 73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건설사인 포스에코하우징을 창립해 취약계층 30명 등 50여 명을 고용했다. 사회적기업 최초 자립형 사업장이다.
저소득층 60여명이 꾸려가는 후판 출하관리기업 포스플레이트와 직원 27%를 새터민으로 뽑은 청소 및 주차관리 기업 송도 에스이를 운영 중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새터민들을 포함, 사회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인천에 송도에스이를 설립(2010년 4월)했다. 새터민(35명)을 포함해 1500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일자리를 제공 중인 송도에스이는 포스코 및 관련사 신축 빌딩 청소와 주차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2010년 11월)으로 선정된 송도에스이는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새터민들을 고용하고 있다.
송도에스이 관계자는 “15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인천지역을 남북화해협력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업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됐던 MRO 업체 엔투비 사업은 계속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역시 여론의 관심은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포스코는 MRO사업의 중소업종 문제가 불거질 당시만 해도 엔투비의 철수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엔투비에서 손을 떼면 당장 3200여개 중소기업들이 거래처를 잃는 상황에 도래할 수 있어 잠시 주춤했다. 이후엔 사회적 기업 전환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엔투비의 사회적 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며 “엔투비의 경우 영업이익을 0.2~0.4%로 최소화해서 MRO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지난해 엔투비를 방문해 “동반성장 차원에서 영업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0.2~0.4%의 낮은 영업이익도 공급사나 구매사의 편의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한편 엔투비는 2000년 포스코와 KT·한진·현대·KCC 등 5개 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MRO 업체다. 2010년 KT와 현대가 철수하면서 포스코가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 현재 포스코건설·포스코특수강 등 계열사와 함께 엔투비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다.
<연속기획 끝>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