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재벌기업 자사 금융상품 챙기기 ‘눈총’
[소비자고발] 재벌기업 자사 금융상품 챙기기 ‘눈총’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7-08 10:00
  • 승인 2013.07.08 10:00
  • 호수 1001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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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꺼 쓰면 깎아줄게” 생색내기 고객사랑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대기업들이 자사 계열사 카드로만 결제를 유도, 할인 혜택 지정 행위를 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도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자사 계열사 카드로 지정된 것 외에는 결제를 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또 마트, 놀이공원 등에서는 계열사 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판촉팀이 계산대 근처에 배치 돼 있는 것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이윤창출에만 급급해 유통, 주유, 통신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 사례 1 . A(52)씨는 기름 넣을 때 마다 가지고 있는 카드로 할인 되는 곳만 찾아다닌다. 고유가 시대와 불황을 동시에 겪으면서 조금이라도 아끼며 살기 위해서다. A씨는 “현재 이용하는 주유소는 대기업 계열사다보니 자사 카드로 주유를 하면 할인이 많이 되더라”며 “주유소마다 할인 해주는 카드, 혜택을 주는 범위가 제각각이고 보통 자기 회사들 상품 위주로 구성돼 일일이 카드를 다 만들 수 없어 귀찮더라도 찾아다니면서 주유를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 사례 2. 최근 이사를 하며 이용하는 대형마트를 바뀌게 된 주부 C씨(51)는 해당 매장에서 할인되는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주로 쓰던 카드가 타 매장에서는 할인 등의 혜택 범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C씨는 “장 보는 일 하나 때문에 카드를 발급 받아야하나 싶어 고민도 했지만 같은 물건을 사면서 나만 혜택을 못 받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결국 가입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전월실적을 이유로 혜택을 바로 적용받지 못했다. C씨는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횟수와 연회비 등의 카드 발급 비용을 생각해보면 결국 할인 금액이나 카드 발급에 든 비용이나 그 돈이 그 돈 같기도 하다”며 “대형마트의 종류가 다양화된 만큼 제각각 밀어주는 결제 카드가 다르다보니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며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이 대형마트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니  ‘결제 카드 확대 적용’ 문구를 홍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린 것 같지만 그동안 소비자들의 선택이 제한돼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대기업 자회사 제품 위주 할인 구성

 

실제로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켓은 최근에서야 결제 가능 카드 범위를 확장시켰다. 기존에는 삼성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처럼 신용카드 결제 시 관계사인 롯데카드, 롯데상품권, 롯데멤버스포인트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타 신용카드는 물론 4대 은행의 체크카드조차 거부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게다가 빅마켓은 수수료 혜택을 거의 포기하면서까지 롯데카드를 결제 카드로 지정해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도 받았다.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 또한 ‘삼성카드’만을 사용하도록 규제했지만 평균 수수료에서 0.7% 낮춰 영업비용을 줄인 것에 반해 빅마켓은 2%의 수수료 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몫에 보탬이 되거나 경영개선의 도움조차 주지 못한 것이다. 이후 빅마켓은 개점 1주년을 기준으로 롯데카드 외 신한카드, 국민카드, 체크카드까지로 결제 이용 가능 범위를 확장시켰지만 여전히 제약은 존재한다.

빅마켓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주유소 등에서도 제한된 가맹점, 업체별로 다른 할인 적용, 실적이나 한도 등에 의한 결제 제한은 소비자들로부터 그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SK텔레콤과 SK주유소는 하나SK카드 상품 중 하나를 지정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전월 사용 금액이 30만 원이 넘을 시 소비자들에게 1만~1만5000원 가량의 통신비를 할인해준다. 2G, 3G 휴대전화 이용 고객도 월 최대 6000원의 통신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 SK주유소에서 기름 값을 결제하면 리터당 100~150원을 할인해 한 달 주유금액 30만원까지 할인된다. 이밖에도 T멤버십, OK캐시백, SK와이번스, 멜론, 11번가 등 SK그룹의 계열사를 이용할 때 혜택을 주고 있어 ‘자사 카드 사용 지향’의 의혹을 산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카드 상품으로 삼성전자(디지털프라자), 제일모직,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를 이용할 시 이용금액의 5%를 적립해주고 있다. 이 외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CJ오쇼핑, CGV, 올리브영, 에버랜드 등 포인트 적립을 해주고 있다. 적립된 포인트는 삼성 계열사 및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어 결국은 삼성 고객 확보인 셈이다.

롯데그룹 또한 유통 계열사 매장에서 최고 10%까지 할인되는 카드가 존재한다. 전달 카용 이용금액이 50만 원 이상일 경우 5%, 100만 원 이상일 땐 1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중복할인까지 가능해 롯데백화점, TGI FRIDAY, 엔젤리너스, 롯데리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 구매 시 카드 이용금액의 평균 4%를 적립한 뒤 현금으로 환산해 최고 200만 원 까지 할인 받을 수 있는 카드를 ‘현대카드’사의 카드로 지정했다. 자동차 구매 뿐 만 아니라 현대차 블루핸즈, 기아차 오토큐 등 서비스센터 및 협력 업체에서의 차량 정비 비용도 최대 30%까지 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한 상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최대한 싸게 사기 위해 본인이 쓰고 있지 않은 카드일지라도 일단 만들게 되는 경향이 크며, 이로 인해 ‘장롱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공정위 “문제 있어 보이긴 한데…처벌규정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대부터 여신금융협회에서 ‘가맹점 공동이용망’을 운영하기 시작해 다른 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고 ‘독점’ 형태로 카드를 지정해도 결제가 가능하다.

공동이용망 사용은 업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의 기준이 ‘현저히’라는 추상적인 용어로 규정 돼 있어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기준도 애매한 실정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을 받거나 결제의 수단을 갖기 위해서는 ‘맞춤형 카드’를 발급받거나 아예 해당 회사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가맹점이 카드사와 독점 계약을 맺는 것에 문제점이 없다고 말해 처벌도 불가능한 실정이다”라고 꼬집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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