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①]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티켓몬스터①]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7-08 09:59
  • 승인 2013.07.08 09:59
  • 호수 1001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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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반란…소셜 커머스의 신화 되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그 스물여섯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벤처계의 희망이자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자랑하는 티켓몬스터이다.

“티켓몬스터의 창업자인 신현성, 신성윤, 이지호, 권기현, 김동현. 이들 다섯 명은 매일 밤을 새며 토론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월급도 없고 끼니는 햄버거로 때우기 일쑤였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행복하다’고 했다.”

신현성과 신성윤은 펜실베이니아 대학(Upenn, University of Pennsylvania)내 한인 아카펠라 동아리인 ‘펜소리’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동아리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이었으며 펜소리를 위한 고민을 함께 하면서 가까워졌다. 1년 동안 가깝게 지내면서 마음이 맞았던 이들은 4학년이 되자 룸메이트로 함께 살았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뉴시스>

신성윤은 대학에 입학할 때 의사가 되고 싶단 생각에 화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화학은 의학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흔히 선택하는 전공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직업은 의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특별히 의학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보람 있는 직업이면서도 사회적인 지위가 보장된다는 생각에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즐기는 신성윤에게 계속되는 화학시험과 실험 과목은 매력이 없었다. 신현성을 비롯해 와튼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경영 쪽으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신성윤은 2007년 봄, 3학년 마무리를 앞두고 집에 가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께 여름 방학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여름에 서울에서 인턴을 할 계획이에요. IT컨설팅 회사인데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신성윤은 곧장 실천에 옮겼고 닥치는 대로 인턴 면접을 봤다. 결국 IT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 서울사무실에서 인턴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 이로써 신성윤은 비즈니스에 첫발을 내딛을 기회를 얻었다.

신성윤, 사업 첫발 내딛다

2007년 여름, 신성윤은 서울에서 액센츄어 인턴을 시작했다. 첫 프로젝트는 대형 은행의 ERP, CRM 프로젝트였다.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여러 번의 인턴 경험을 가진 다른 이들과 달리 IT컨설팅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신성윤은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문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신성윤은 처음부터 하나씩 물어가며 일을 배우며 답답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데 재미를 느꼈다.

IT컨설턴트는 신성윤이 대학 입학 때 꿈꾸던 의사와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감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IT컨설턴트가 되려면 당장 IT 컨설팅 회사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여름 두 달간의 인턴 경험이 신성윤에게 업계에 대한 힌트는 줄 수 있었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신성윤은 룸메이트인 신현성을 비롯해 와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IT컨설팅 회사와의 면접을 준비했다. 마지막 학기동안 여러 회사와의 인터뷰 끝에 뉴욕에 위치한 CGI에 합격했다. 졸업 후 인바이트미디어에서 손을 떼고 맥킨지 앤 컴퍼니에 입사하기로 결정한 신현성과 함께 뉴욕으로 향했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1년간 룸메이트로 붙어 다녔던 신현성과 신성윤은 뉴욕에서 첫 직장생활을 함께하며 서로의 고민과 즐거움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신현성, 새로운 꿈을 꾸다

맨킨지에 입사한 신현성에게 회사는 일터라기보다는 배움의 장이었다. 대학교에서 4년간 경영학을 전공하고, 두 번의 창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에서 나와 보니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풋내기일 뿐이었다. 컨설턴트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배워야만 했다.

서울 티켓몬스터 본사에서 양사 직원들이 티몬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켓몬스터 제공)

맥킨지는 다양한 분야의 회사와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가진 CEO를 상대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컨설턴트는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 회사와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의 모든 정보를 분석한 후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갈 방향을 조언하는 일을 했다. CEO를 비롯한 고객 회사의 결정권자가 맥킨지가 내놓은 의뢰 결과를 신뢰하려면 컨설턴트 한 명이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맥킨지는 신입 직원을 단기간에 신뢰할 만한 컨설턴트로 길러내기 위해 교육 과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때문에 컨설턴트 한 명을 교육시키는 데 많은 자원과 역량을 할애했다.

신현성은 상사로부터 일을 배우고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조직에 이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게다가 큰 안목으로 회사를 분석하는 것부터 작고 디테일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까지,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선임자의 역할 중 하나가 이 모든 노하우를 아래 직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사 첫 해 신현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교육했던 회사도 1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자신의 시업을 시작하고 키워나갈 능력이 충분해 보이는 데 왜 다른 회사를 도와주고만 있을까. 신현성은 문득 친구들과 인바이트미디어를 창업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비록 부족했지만 그때는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서만 일을 하던 시절이었다. 돈도 받지 않았고 성공할 지 실패할지 아무도 몰랐지만 밤을 새워가며 일했고, 다음 날 아침에는 힘든 줄 모르고 수업에 들어갔다.

일이 아니라 재밌는 놀이었다. 마침 인바이트미디어가 그해 뉴욕으로 사무실을 옮겨왔고, 신현성은 그곳에 자주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은 지금도 예전의 그 열정 가득한 모습 그대로였다. 정리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었다. 신현성도 다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남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서울 쌍문동 CJ GLS 본사에서 계약 체결식을 마친 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왼쪽)과 손관수 CJ GLS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티켓몬스터 제공)

2009년 10월. 신현성은 주말에 열리는 펜소리 공연을 보기 위해 신성윤과 함께 필라델피아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신현성은 최근 느껴온 답답함을 신성윤에게 이야기했다. 마침 신성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IT컨설팅 업체에 입사한 후 뉴욕시의 사회복지, 아동복지, 부랑자 복지사업을 위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몇 달 동안은 재미를 느꼈다. 문제는 IT컨설팅 업종의 특성상 한 프로젝트가 수년간 지속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새로운 업무를 배워가면서 느꼈던 자극들도 같은 업무가 반복되면서 점점 흥미가 줄어갔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신성윤은 IT컨설팅이 자신에게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드디어 ‘창업’에 도전하다

신현성과 신성윤이 다니던 회사는 입사 후 1년6개월이 지나면 6개월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둘은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우리 창업할까?”
“창업?”

신성윤은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신현성의 제안에 조금 고민이 됐다. 진로를 바꾸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창업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의대에서 컨설팅으로 진로를 바꾸었을 때도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 대신 설레임이 더 컸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먼저 뛰기 시작했다. 게다가 믿을 수 있는 친구, 신현성과 함께 라는 점이 더욱 기대를 높였다.

“지금보다는 재미있겠지? 그래, 하자!”

다음 주부터 두 사람은 주말마다 만나 떠오르는 대로 창업 아이디어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조사도 함께 했다. 하지만 회사 일과 창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한 달 후에 결국 신현성이 말을 꺼냈다.

“우리가 주말에 만나 아무리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시장조사를 한다고 해도 하루 24시간 동안 창업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시간인 게 사실이잖아. 우리가 창업을 할 거라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조사해보는 게 어때? 이렇게 해서는 잘될 것 같지 않아. 난 12월쯤 휴직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말이 맞아. 나도 그때쯤으로 맞춰볼게. 회사 휴직하고 제대로 해보자.”
“그런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뉴욕에서 할 수도 있고, 실리콘밸리로 가도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서울에서 할까?”
“서울? 한국?”
“응. 새로운 경험이라면 낯선 곳에서 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어차피 창업하려면 방해 받지 말아야 하는데 이곳에는 아는 사람들도 많고, 유혹도 많잖아. 한국에는 아는 사람들도 없으니깐 일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래, 서울에서 창업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서울로 가자!”

순식간이었다. 서울에서 창업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무엇을 할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 저질러 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제 정말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날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박수진 기자>
<출처=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 中│유민주·티켓몬스터 지음│이콘>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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