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국, 김남일 등 동아시안컵 예비 엔트리에서 대거 탈락
런던올림픽 주역…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등 홍명보 아이들 주축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홍명보 감독(44)이 국가대표 A팀을 맞게 되면서 새 판짜기에 들어갔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을 강조한 만큼 홍 감독은 최고의 팀을 위한 선수를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또 ‘한국형 전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선수들 역시 강력한 압박을 주무기로 콤팩트한 축구에 맞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 예선전을 통해서 희비가 엇갈렸던 선수들에게 본선 진출을 놓고 또다시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1년 남겨두고 홍 감독의 인선 발걸음도 바쁘다. 홍 감독은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국내파와 J-리거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 14일 페루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유럽파와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파를 조합하는 구성에 들어간다. 이에 우선 실력 보다는 검증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동아시안컵의 경우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기 전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제출한 예비 엔트리에서 추려낼 예정이다. 홍 감독은 이달 초 동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선발한다.
이번 동아시안컵과 페루 친선전을 통해서 브라질 올림픽 본선 진출팀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국 브라질 무산 위기
특히 이동국은 최강희 전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대표팀에 합류해 원톱을 담당했지만 골 결정력 부재, 경기력 난조, 부족한 리더쉽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여기에 브라질 월드컵 본선경기 때에는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도 부담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홍 감독은 이동국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동국은 언론을 통해 논란을 많이 봤다”면서 “지금 얘기할 것은 없다. 많은 사람 앞에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얘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앞으로도 내 입에서 그런 부분을 보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이동국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선호하지 않는 점과 이동국이 수비 가담이 적은 공격수여서 활동반경이 좁고 볼이 가는 순간 정체된다는 느낌을 고려할 때 브라질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국은 지난달 26일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털고 홍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K-리그 경기인 수원전에서 2골을 넣으며 경기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브라질행 여부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이에 박주영도 구단을 설득해 합류했고 목표했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바 있다. 홍 감독은 당시 헌신적으로 뛴 박주영과 뜨겁게 포옹했고 박주영도 눈물로 화답했다. 그는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였다”며 “15~16년 동안 축구를 했지만 후배들이 나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병역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에 대해 홍 감독이 기자회견에 동석해 논란을 잠재웠다. 홍 감독은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말로 박주영을 품으면서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어 냈다.
홍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탁월한 골 결정력과 중앙·측면을 오가는 멀티 능력, 뛰어난 전술 능력 등 클래스가 다른 공격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박주영이 이동국을 대신해 다시 원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을 우선으로 하는 홍명보 호에서 개인주의 색채가 강한 손흥민이 녹아들지는 불분명 하다. 앞서 홍 감독은 한 차례도 손흥민을 발탁하지 않았다. 또 팀을 깨트리는 선수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손흥민 역시 브라질 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런던올림픽 선수·코칭스태프 주축
이와 달리 월드컵 준비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으면서 홍 감독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일명 ‘홍명보의 아이들’을 다시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청소년부터 올림픽대표팀까지 홍 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들을 말한다. 이들은 이미 성인 대표팀의 주축으로 뛰는 선수가 다수 포진해 있다.
구차절(24·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윤석영(23·퀸스파크 레인저스), 김영권(23·광저우 헝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부상 등의 이유로 런던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빠진 이청용(25·볼턴), 홍정호(24·제주), 신광훈(26·포항)도 포함된다.
공격진은 박주영 위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원은 구차철과 기성용(24·스완지시티), 김보경 등 현재 대표팀 주축이 그대로 이어 받게 된다. 최 전 감독도 이들을 중원에 세우기도 했지만 홍 감독은 보다 더 이들의 장점과 능력을 알고 있어 활용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던 수비진도 홍명보의 아이들 중심으로 바뀔 예정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윤석영을 비롯해 김영권, 황석호(24·히로시마), 김창수(28·가시와) 등 포백이 주전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에서 돌아온 홍정호와 올림픽에서 신임을 얻었던 김기희(24·알 사일리아), 장현수(22·FC 도쿄)도 대표팀 부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감독도 “런던 올림픽 때 함께한 선수들은 잊을 수 없다. 정말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그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운을 땠다. 다만 “과거와 미래가 100% 보장되는 건 아니다. 나는 이제 A대표팀 감독이다. 짧은 시간에 그 선수들의 능력을 믿겠으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출항 준비를 마쳤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함께 했던 코칭스태프가 고스란히 재결합했다. 더불어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합류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수석코치로는 김태영 울산 현대 코치가 나선다. 김 코치는 런던올림픽 이후 김호곤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울산에 둥지를 틀었지만 홍 감독의 요청에 다시 대표팀에 올랐다. 박건하 코치와 김봉수 GK코치는 런던올림픽 이후 별도의 일자리를 갖지 않고 기다린 끝에 다시 합류 했다. 박 코치는 유럽 연수를 마친 뒤 휴식 중이였고 김 코치는 경기도 하남시와 전라북도 정읍에 자신의 이름을 건 골키퍼 클리닉을 열고 유망주들을 길러왔다. 이들은 26일 열린 K리그 후반기 첫 경기에 나란히 현장 출동해 홍 감독의 눈 역할을 대신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숨은 공로자인 이케타 세이고 피지컬 코치 역시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서 활동하다 홍 감독의 요청에 다시 합류한다. 세이고 코치는 홍 감독의 와세다대 선배이며 지난 1월 항저우 그린 타운에 피지컬 코치로 합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인 코치가 추가로 합류하게 됐다. 거스 힝딩크 감독의 추천을 받은 젤레 고에스(43) 안지 유소년팀 감독이 대표팀 코칭 스태프에 들어온다. 그는 네덜란드 축구협회 유소년 지도자 출신으로 2004년부터 3년간 에스토니아 A대표팀 감독을 거친 바 있다. 홍 감독은 안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던 시절 수비 전술 수립 및 효율적인 선수단 관리 방법에 대해 고에스 코치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홍 감독은 대표팀을 제대로 추스릴 틈도 없이 2013 동아시안컵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더욱이 28일에는 한일전도 앞두고 있어 홍 감독의 부담은 더욱 크다.
하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수락하면서 한국 축구의 ‘혁신’을 얘기한 만큼 짧은 준비기간 동안 빠르게 대표팀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홍 감독은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축구대표팀에 원하는게 뭔지 알고 있다. 변하는 모습일 것”이라며 “그건 제가 짧은 시간이지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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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