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탐지시스템 도입 공개입찰 한 차례도 없어
사무처 작성한 제안요청서 허점 투성…조달청 허수아비?
“입찰업체 장비 뚫려도 낙찰 가능성 높아” 국회, 도청천국되나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국회사무처가 7월 국회 본청에 도청탐지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했다. 국가기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무처는 조달청에 위탁,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청탐지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도청탐지를 얼마나 잘하느냐 하는 것. 이는 이미 국회에서 많은 잡음이 나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업체 간의 담합의혹, 사무처-업체 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현재 도청탐지시스템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사무처 정진석 사무총장은 “업체들이 경쟁을 했는데 상당히 과열 경쟁이 이루어져,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한 것이다. 특혜 시비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4가지 제품이 경쟁하고 있다”며 “기술평가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조달청에 위탁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가승인제품을 사용하는 J, 대기업 S, 그리고 W, S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의원 지적에도
꿈쩍 않는 사무처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사설업체가 들어오게 되면 해킹의 우려가 있다. 돈을 들여서 도청탐지시스템을 해놓고 나중에 무용지물이 되거나 아니면 정보가 다 새어 나갈 수 있다”며 “정보위원장실에 되어 있는 것처럼 국가 승인기관의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40억 원 미안인 사업으로서 대기업은 사업 금액의 하한규정에 따라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에 걸려 S사는 입찰을 할 수 없게 됐다.
J사도 마찬가지. 국가승인장비들은 기술세부사항 등이 대외비로 관리되기 때문에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W, S 두 업체가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비승인 장비를 국가기관이 도입한 선례가 없다. 국회사무처가 국가기관 도입 사례로 언급하는 서울시 청사와 세종시 청사에 설치된 비승인장비들은 청사 이전을 담당하는 건설업체가 턴키계약 상의 일부로 일체의 검증절차 없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세종시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기관의 도청탐지시스템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며 “국회 사업에 참여하려는 2곳은 이미 불법도청에 뚫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증되지 않은 장비들이 도입된다면 어떻게 하면 발각되지 않고 국회를 도청할 수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적에게 알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는 예산 낭비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사무처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똑같은 지적에도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은 국회사무처-업체 간의 커넥션을 조장하려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담합 가능성부터
업체 함량 미달까지
그렇다면 공개경쟁입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도청탐지시스템 업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국회사무처는 기술 유출 문제 등을 고려해 입찰 업체 간에 서로의 탐지기를 테스트하기로 했다”면서도 “그런데 BMT (Bench Marking Test)를 통한 상호 검증 점수가 30점이다. 최대한 많은 전파신호 탐지라는 평가요소는 업체를 어떻게 해서든 선정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원칙은 뚫리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그리고 평가등급 역시 우수, 적정, 보통, 미흡, 부정적이 아니라 O,X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 왜냐면 뚫리면 불합격이고, 뚫리지 않으면 합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점은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두 업체 모두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모든 기술세부사양이 노출되어 있고, 특정 주파수의 도청기를 찾지 못하는 보안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는 국회사무처가 도청탐지시스템을 설치, 도청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도청업체들이 뚫리는 주파수만 골라 국회를 도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W업체는 박원순 서울시장실, 국장실 등을 설치 1MHz~6.4GHz까지는 도청탐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763.125, 1589.3, 3157.2, 6314.4 주파수를 사용하는 도청장비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사 역시 마찬가지. S사는 국무총리실 및 국무회의장에 설치했다. 25MHz~1.3GHz는 도청탐지가 가능하지만 512 MHz~758MHz, 960MHz~1240 MHz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도청탐지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체 간의 ‘담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청이 가능한 주파수가 공개된 이상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청탐지시스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두 업체가 문제가 많은 만큼 배점이 큰 BMT의 경우 적절한 선에서 두 업체가 똑같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담합으로 인해 두 업체는 큰 감점을 당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담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 계획안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처는 1차적으로 의장단, 총장실, 상임위원장실, 정당대표 및 원내대표실에 설치를 한 뒤 2차년에도 설문조사 후 희망 의원실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3차 년에도 모든 의원실에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후 희망 의원실이 많을 경우 이를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땅치 않아,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도청탐지 장비의 경우 A/S는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업체와 국회 사무처간 사이의 커넥션 의혹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들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제기하는 의혹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줄기차게 국가가 승인하는 제품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경쟁 과열 등의 우려로 인해 공개경쟁입찰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참여가 예상되는 두 업체 모두 제품에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사무처-업체간의 커넥션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자가 있는 업체가 선정될 경우 설치 이후 각종 문제점이 지적되어도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사무처는 예산만 낭비한 채 ‘이 주파수는 도청이 되니 도청을 하세요’라고 광고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개경쟁입찰 자격에 걸려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국회사무처와 업체간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업체를 선정하지 않으면 된다”면서도 세부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를 통해 물어보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사무처 ‘묵묵부답’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기자는 해당 부서 직원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담당자는 “언론사와 임의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다”,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갖가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해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회사무처가 도청탐지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을 두고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리고 전례가 없는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더 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도청탐지시스템 도입을 위해 ▲경영상태(3점) ▲최근 3년간 납품 실적(3점) ▲인증 및 특허 보유(4점) ▲과업 이해도와 수행 계획의 적합성(8점) ▲탐지기 성능(10점) ▲관제 PC의 성능 및 보안성(8점) ▲향후 A/S 및 지속적 관리 능력(8점) ▲사용자 편의성(6점) ▲BTM(30점) ▲입찰가격평점산식에 의함(20점)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국회사무처 도청탐지업체선정 커넥션 의혹 관련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7월 1일자 <정치>섹션 “국회사무처 도청탐지시스템 공개경쟁입찰 논란” 제하의 기사에서 “도청탐지 장비의 경우 A/S는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일반경쟁입찰의 기술평가 항목에 ‘향후 A/S 및 지속적 관리능력’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A/S가 불가능한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국회사무처가 기술평가배점표를 정하면서 BMT(Bench Marking Test)를 통한 상호 검증 점수를 30점으로 배정하거나 최대한 많은 전파신호 탐지능력을 평가요소에 반영한 것은 어떡하든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의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BMT평가는 도청탐지시스템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으로 사무처는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국립전파연구원 등 관련 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무처는 “모든 전파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무선도청탐지장비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으며, 최대한 많은 전파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지 여부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본보는 “참여가 예상되는 두 업체 모두 제품에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사무처-업체간의 커넥션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무처는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 체결을 위해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경쟁입찰을 조달청에 의뢰했다”며 “입찰참여업체와 담합하여 자격미달인 업체의 제품을 도입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