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주자 신영·우리레오PMC…몸 사리는 현대산업개발
개인 중개업자 피해 불가피…영업 영역 충돌 가능성 높아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대형건설업체가 줄어든 매매, 급증한 전·월세 전환, 주택임대 관련 법안의 제정 등을 이유로 주택임대관리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영, 우리레오PMC, 현대산업개발, KT에스테이트(Estate)등이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인중개사협회가 “건설사가 진출하고 있는 주택임대관리사업이 중개업자의 사업 영역과 중복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형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되면 개인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 생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택임대관리업은 위탁 받은 임대주택의 가치를 평가해 임대가를 결정하고 세입자를 모집해 계약, 관리, 임대료 징수 등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전문적으로 맡는 업종을 말한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통해 건설·부동산 경기가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대주택관리 사업 진행 기업들 중 우리레오PMC와 KT에스테이트의 KD리빙, 현대산업개발은 일본의 부동산 모델, 부동산 업계와 합작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주택임대관리 자회사를 만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분양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이 월세로 전환해 임대관리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임대관리 사업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은 ‘신영’이다.
신영은 2005년부터 서울 종로구의 ‘머셋 팰리스 서울’을 자기관리형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암동의 DCM 빌(Vill)과 한남동 힐사이드(Hillside)는 위탁 관리형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자회사 ‘신영홈스’를 설립해 내년 입주를 앞둔 ‘강남 지웰홈스’ 오피스텔부터는 본격적으로 주택임대관리업 업무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시작한 우리레오PMC 또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우리레오PMC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앞서나가 있는 일본의 부동산 시장 구조를 볼 때 주택임대관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된다”며 “수수료 부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3~5%선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개발산업은 아직 사업을 ‘검토 중’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며 시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관리 전문회사인 라이프테크 측은 “현재는 제대로 체계화된 서비스가 없지만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서비스 제공은 물론 전문 인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망했다.
또 일각에서는 임대주택 소유자에게 월세체납, 공실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시간 절약 등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소형주택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편법으로 가구 수를 늘리는 일명 ‘쪼개기’를 감행해 주차난, 오폐수 처리 등의 불법 행위까지 잠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부 B씨는 “대기업에서 임대주택관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할 경우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소소한 분쟁에서부터 큰 분쟁까지 보다 편하게 해결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생존권 위협 뻔한 일 당국의 제재 필요 시사
하지만 부동산 중개 업계에서는 “부동산 중개는 단순하게 임대, 수익료 부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가 굉장히 넓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주택임대관리업에 나서면 우리는 다 죽어 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마트가 하나 둘 씩 들어설 때 전통 시장이 지금처럼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듯이 부동산 시장도 대기업들이 잠식해 나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또한 이들 기업이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과는 다르게 주거비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의 저성장·저금리 구조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월세 시장의 호황’이 또 다른 갑을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임대료 부담이 커진 소형주택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임대주택 소유자의 다수인 베이비붐 세대는 기업형 주택관리업이 활성화 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수료로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또 현재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기업형 사업을 펼치기에 제약 조건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개 업무와 수익마저도 뺏기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임대시장에서마저도 ‘갑’과 ‘을’이 생기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 가능성이 높은 법안의 내용은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중 ‘임대차 계약 및 해지’ 조항이다. 부동산중개협회는 영업 영역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반발을 제기했고, ‘임차인 선정 업무 제외’라는 문구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중개업은 제외’로 수정시켰다. 임차인 선정이나 임대차계약 체결 등 실질적인 중개업무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동산중개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부동산관리업과 택지건물거래업이 서로 별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의 상황은 중개업자의 전속업무로 주택임대관리업을 지정하기엔 한계가 존재하지만 일본의 임대관리업자등록 제도처럼 중개업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부동산중개협회 측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협회 측과의 원활한 조율과 협력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