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9 - 롯데
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9 - 롯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7-01 10:46
  • 승인 2013.07.01 10:46
  • 호수 1000
  • 3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외손녀·사위 사업 철수…일감 몰아주기 청산


빵·물티슈·팝콘 사업 운영 ‘블리스’ 접어
정부 단호한 대처에 딸들의 전쟁 막 내리나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롯데그룹이다.

롯데의 중소상권 철수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중소업종에 진출한 사람들이 오너 일가라는 점이다. 신격호 회장의 딸은 물론 손주, 사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룹이 직접 나서서 사업을 영위해 나갔지만 이번 중소상권 활성화 방침 때문에 사업을 접은 경우도 있다.
유통공룡이란 롯데의 별칭처럼 그 범위 또한 상당했고, 이로 인한 중소상권 철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기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 빵집 사업 철수다. 이미 다른 대기업이 철수의사를 밝힌 만큼 롯데도 자유롭지 못했던 상황.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가 운영하던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50여 억 원에 매각하고 빵집 사업에서 손을 뗐다.

장선윤 대표와 롯데쇼핑은 ‘포숑’ 베이커리 사업을 운영하는 ㈜블리스 지분을 필립모리스 담배 유통업을 하는 영유통과 매일유업 등에 분리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월 4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재계 2·3세들이 그룹 유통망을 이용해 손쉬운 돈벌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장씨가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씨는 2010년 롯데호텔 고문직을 그만둔 뒤 블리스를 차려 고려당이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던 포숑 사업권을 획득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블리스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과 협의 없이 장씨가 단독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남편도 중소상권 철수 대열에 합류했다.
남편 양성욱씨가 수입유통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양 씨는 생활용품 수입 판매사 ‘브이앤라이프(V&Life)’를 설립하고, 독일산 고급 베이비물티슈 ‘포이달’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여론의 부담스런 시선 때문인지 철수 의사를 밝혔다.
양 대표는 루이뷔통 아시아지역 세일즈 담당이사, 아우디코리아 상무를 거쳐, 지난해 9월 생활문화전문기업 브이앤라이프를 설립했다. 올 초엔 유럽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물티슈 제조그룹 독일 ‘알바드(Albaad)’ 아기용 물티슈 포이달(feudal)을 직수입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었다.
브이앤라이프 관계자는 “최근 재벌 가족들의 소상공인 사업 진출이 논란이 되던 가운데 양 대표가 롯데그룹과 관련이 없음에도 계속 이름이 거론돼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매점사업 접은 속내는
그룹이 직접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사업도 직영전환 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롯데시네마 직영 영화관에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가 나누어 운영 중이던 52개의 매점을 직영화해 운영하게 된다.
그동안 롯데시네마 매점은 롯데그룹의 편법적 일감몰아주기로 지적 받아왔다.
영화관 사업에서 실질적인 수익원을 차지하는 매점사업은 이익률이 80%에 달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원실업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 씨 외동딸 신유미 씨가 운영하고 있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직영전환으로 롯데가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해온 정부와의 갈등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중소상권 철수 방침에 대해 “정부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혀 롯데그룹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집단이다.
1948년 일본에서 창업해 대한민국의 본사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의 본사는 도쿄 도 신주쿠 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창업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그룹을 확장해 왔다. 특히 창업자 신격호의 고향인 한국에서는 1967년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시작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대규모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2005년 4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계열사 수는 73개, 자산총액은 30조3020억 원으로 재계순위(공기업 포함) 7위에 올랐다. 계열사에는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리아, 롯데카드, 롯데건설 등이 있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분야는 매우 다방면에 걸쳐 형성됐다.

대재벌이 된 한국 롯데는 이미 일본 롯데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다. 또 창업주인 신격호(일본명 시게미쓰 다케오)가 일본인으로 귀화했다는 설이 있으나 그렇지 않고, 한국 국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에는 거주비자만 보유하고 있다. 소위 재일교포의 거류증만 가지고 있다.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가,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이 경영권을 승계한다. 그러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때문에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한국롯데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