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달려라 하니' 만화가 인덕대학 이세권 교수
[화제의인물] '달려라 하니' 만화가 인덕대학 이세권 교수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3-07-01 10:45
  • 승인 2013.07.0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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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만화로 세계시장 진출 만화계 활로 모색해야”

“하니는 제 자식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딸을 아무데나 시집보내는 아버지는 없잖아요. 저도 제 딸 하니를 대하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달려라 하니’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달려라 하니’의 작가 이진주가 우직한 중년남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진주(본명 이세권)라는 예쁜 필명으로 20년간 소녀만화를 작업해온 그는 순정 명랑만화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1985년 첫 연재를 시작한 ‘달려라 하니’는 순정만화의 전형인 8등신 금발미녀가 아닌 한국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육상을 소재로 한 스포츠만화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우연히 등장한 것 같은 ‘달려라 하니’지만 하니가 등장하기까지 이 작가는 변화와 실패 또 다시 도전이라는 과정으로 오랫동안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은 내공이 국민 캐릭터 ‘하니’를 만들어냈다.
 
이진주 작가는 1979년 명랑 로봇 만화인 ‘어린이 1,2 구조대’로 데뷔했다. 이 작가가 데뷔하던 시절은 신인이 이름을 걸고 데뷔하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자기 작품을 하는 것도 녹녹치 않던 때였다. 그는 군사정권의 시작으로 소년만화 연재가 금지된 시기부터 이진주라는 필명으로 순정만화 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내놓은 작품이 첫 번째 하니 시리즈인 ‘하니와 황태자의 사랑’(1980)이었다. 이후 ‘하니를 백작 품에’(1983)를 발표하며 정통 순정만화로 인기를 끌며 활약했다. 그는 1985년 당대 최고의 인기 잡지인 보물섬에 ‘달려라 하니’를 연재하며 생의 역작을 발표하게 됐다.
 
“원래는 정통 소년만화를 준비 중이었어요. 그러다 함께 작업하던 어시스트가 군 입대를 하면서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육상만화로 선회하게 됐죠. 하지만 나애리가 줄 수 있는 감동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가장 결점 많은 캐릭터를 만들었죠. 그게 바로 하니에요.”
 
이 작가의 의도대로 ‘달려라 하니’는 순수한 캐릭터들과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또 제 24회서울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맞물려 ‘달려라 하니’와 속편 ‘천방지축 하니’(원제 천방지축 오소리)는 1988년부터 2년간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유독 ‘달려라 하니’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애니매이션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출판만화에 대한 저변이 약해지면서 현재는 애니매이션 제작은커녕 단행본을 발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인터넷 시대와 맞물려 웹툰이 대세가 되면서 서사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작가도 점차 적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작가는 “웹툰이 신인들이 데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하지만 자극적인 그림만을 찾고 그게 고착화 돼 결국엔 일회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단점도 지적했다.
 
“출판만화는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영상이 없으면 상품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질 않게 되어서죠. 작가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써는 어려운 일이 됐어요. 작가들도 적은 비용에 영화나 드라마로 소재만을 넘기는 건 치명적인 마이너스라는 걸 알았으면 해요.”
 
이진주 작가는 한국 만화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만화에 대한 지원과 저변이 약한 점을 아쉬워했다. 아이들이 만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만화 콘텐츠는 절대 사라질 수 없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만화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사회를 배울 수 있어서다. 그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어린이 만화를 그리려는 준비를 멈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는 정부가 문화 콘텐츠를 중요하다고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좋은 작품을 애니매이션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서사적인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지면도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선배 만화가로서, 만화·애니매이션과 교수로서, 후배들과 제자들이 한국적인 내용을 담은 만화로 세계시장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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