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인터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화제 인터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7-01 10:32
  • 승인 2013.07.01 10:32
  • 호수 100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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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김용판 숨겨진 배후 있다”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지 6개월여가 지났다. 국정원 정치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지난 6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국정원게이트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실시에 전격 합의했다. 대학생, 교수, 전국의 주요 인사와 주민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촛불시위가 시행되면서 국가의 법질서 전체를 흔들어 버린 국정원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6월 26일 해외출장 중인 표창원 전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입장을 들어봤다.

“與 국정조사 합의는 대국민용 립서비스”
“정치참여? 지금은 안해…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어”


표창원 전 교수의 직업은 자유직 전문가, 범죄학자,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범죄수사전문가, 작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등으로 다양하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이른바 ‘국정원게이트 국정조사 실시’ 대국민 서명운동은 온라인 토론광장인 다음 아고라에서 시작됐다. 10만 명을 목표로 했던 1차 서명운동은 지난 6월 14일 오후4시~18일 오후6시 5일간 10만 273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조기 목표 달성한 청원서는 지난 6월 19일 표 전 교수가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야 할 10가지 이유 제시와 함께 새누리당사에 전달됐다.

“국정원 사태 ‘총칼 안든 쿠데타’”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에 청원서를 전달하면서 ▲‘새누리당 국정조사 약속’의 엄중함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 ▲‘정의’가 살아있다는 믿음을 위해 ▲‘진실 밝히는 것’은 입법부의 의무 ▲냉전, 매카시즘 시대의 종결-국론분열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성과 ▲‘이익’보다 ‘옳음’을 추구하는 자세 없애야 하고, 국회가 유불리 떠나 옳은 것 보여야 ▲‘보수 대표’새누리당 존재 의의이며, 불법과 협잡의 이미지 벗어야 ▲‘국정조사 거부’이유의 궁색함,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이 본질 아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 수사 종료/확인된 범죄사실은 국정조사 필요 ▲국민의 열망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위해 이상 10가지의 국정조사 수용 이유를 제시했다.

결국 여야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며 “대한민국 주권을 행사해 내 의사를 표명하고 그 결과가 반영되어 이뤄지는 것이 정치체제. 이런 것들을 자기들 맘대로 조작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에서 공무원 조직을 활용하고 민간인을 채용해서 왜곡된 정보를 생산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것은 ‘총칼 안든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표창원 전 교수에게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관한 여야의 대응에 대한 의견과 국정조사에서 다뤄져야 할 쟁점들은 무엇인지, 그가 말하는 ‘정의로운 보수’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표 전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與 당리당략 떠나 진실 밝혀야

- 지난 6월 26일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여야 실무협의가 이뤄졌다. 책임론을 떠나 실제적인 실행이 시급한데. 어떻게 보나
▲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주장들을 여과 없이 내놓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지지층인 일부 우익 매체나 단체 등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한 ‘과시’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립 서비스’는 자신들의 극단적 지지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분노를 불러 일으켜 새누리당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정조사 준비 및 참가 의원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오직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 이번 국정원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초동 대응 미흡, 터진 이후에도 소극적 대응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한 말씀
▲ 사건 초기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건이 묻히고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본다. 이후 민주당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노력으로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발견되었고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국정원 사건보다는 당내 권력 다툼과 대선 패배 책임론에 열중,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 특위 의원들과 국민의 노력으로 국정조사를 쟁취해 냈으니 당력을 모아 국정조사에서 모든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정조사 이후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준비해야 하겠다.

- 국정조사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쟁점들은(의혹들은)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지
▲ 첫째, 원세훈 국정원 4년간 ‘심리전’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일들의 전면적인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이루어진 경찰의 수사 축소·왜곡 및 허위발표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 셋째, 검찰 수사결과가 권력의 압력에 의해 축소되고 왜곡 된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 넷째,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뒤에 있는 배후 인물을 조사해야 한다. 다섯째, MBC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사건 통편집’과, YTN의 ‘국정원 아이디 추정 트위터 멘션 2만 건 복구 특종 자진 포기’ 등 권력과 국정원의 방송 장악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 국정조사 증인 채택문제로 여야가 시간끌기로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수님이 보는 증인 채택 대상자는?
▲ 직접 관련된 사람 모두, 정황과 증거를 통해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사람 모두가 증인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데…
▲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제도가 쓸모없다는 주장과 다름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지난 전두환 쿠데타나 5공 비리 역시 국회 청문회가 진실 규명의 시작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은 내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는데…
▲ 헌법을 수호하고 법률을 준수하며 국가기관이 제기능을 하도록 보장하고 주도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책무이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 곽상도 민정수석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역할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 국가기관의 무능화로 이어진 정황이 강해 던진 비판이었다.

- 사회에 잔재해 있는 냉소주의, 패배주의, 교육의 문제로 국민들이 ‘국정원 사건’과 같은 국가적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질적인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빚어진 일이기도 할 텐데.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 개인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이나 작은 승리, 작은 성공들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성적이나 진학, 취업 등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지식 습득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자유, 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겠다.

- 스스로를 보수라고 했는데 ‘정의로운 보수’ 혹은 ‘보수의 정의로움’을 어떻게 정의(定義)하나
▲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자신이 믿는 가치와 이념이 가르치는 ‘옳음’을 택하는 것이 ‘정의로운 보수’, ‘정의로운 진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 ‘합리적 보수 정당이 안철수 의원에 의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을 보수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 그의 생각과 행동, 살아온 삶의 궤적이 급진적 변화나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일련의 국가 사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치에 참여할 의향은?
▲ 지금으로선 없다.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 진보당의 앞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보편성에 기반한 일반 국민의 이해 및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장할 것인지 소수화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일지를 보니…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개입 > 김용판 전 서울청장 축소지시 > 여야 국정조사 합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국정원 직원 K씨가 어느 오피스텔에 머물며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가 민주당에 접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 김용판 전 서울청장<뉴시스>
▶2012/12/11
K씨 오피스텔에 경찰 수사와 선관위 조사 시작. K씨 오피스텔 문 잠그고 40시간여 경찰과 대치

▶2012/12/13
K씨, 경찰에 PC, 노트북 제출

▶2012/12/15
경찰, K씨 1차 소환조사

▶2012/12/16
대선 후보자 3차 TV토론회 시작 직후 수서경찰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박 후보에 대한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중간수사결과 발표

▶2012/12/18
경찰, 포털사이트 통신자료 요청

▶2013/1/2
K씨 댓글 전문 확보

▶1/31 수서경찰서, K씨가 2012년 8/28~12/11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와 ‘보배드림’에 각각 49개, 29개의 게시물 확인 (대부분 정부나 새누리당에 유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
▶2/6 민주당, 수사 축소·왜곡으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검찰에 고발

▶3/17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통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제목의 자료 입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내부 자료 공개
▲ 원세훈 전 국정원장<뉴시스>

▶3/22 원 전 국정원장 퇴임

▶3/23 중앙지검, 원 전 원장 출국금지

▶4/18 중앙지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관련사건 총괄 특별수사팀 구성, 수사 착수

▶4/19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에 경찰 윗선서 축소 지시’ 폭로

▶4/22 검찰, 김 전 서울청장 ‘국정원 사건’축소 은폐 의혹 수사

▶4/25 검찰,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소환조사

▶4/29 원 전 원장 검찰 소환 조사

▶4/30 검찰, 국정원 압수수색

▶5/2 검찰, 국정원 전·현직 직원 자택 등 압수수색

▶5/6 검찰, 원 전 원장 ‘댓글 작업’ 개입 확인

▶5/20 김 전 서울청장 수사 및 경찰청 압수수색

▶5/21 김 전 서울청장 소환조사

▶5/22 민 전 국장 2차 소환조사

▶5/25 김 전 서울청장 2차 소환조사

▶5/27 원 전 원장 재소환 조사

▶5/29 민주당, 김 전 서울청장 추가 고발

▶6/3 검찰·법무부, 원 전 원장 구속영장 청구방침 관련 갈등설 
        민 전 국장 3차 소환조사

▶6/14 검찰, 특수팀 수사결과 발표-원 전 원장·김 전 서울청장 등 5명 불구속 기소 <안>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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