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기획특집] 재벌들의 감춰진 사생활 엿보니…
[1000호 기획특집] 재벌들의 감춰진 사생활 엿보니…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7-01 09:10
  • 승인 2013.07.01 09:10
  • 호수 1000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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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ㆍ결혼ㆍ쇼핑ㆍ경호…비공개 ‘철통 보안’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재벌가 등 최상류층의 삶을 알고 싶은 일반인들의 욕구는 항상 존재해 왔다. 과연 태어나면서부터 재력이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먹고 마실 때도 상상 이상으로 초호화 생활을 누릴지, 또 위치에 따른 스트레스나 타인의 이목에서 자유롭지 못해도 주어진 부에 만족할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일요서울]은 1000호를 맞이해 일상 속 재벌들의 곁에 있는 직업군 취재를 통해 재벌가의 숨겨진 면면을 파헤쳐 봤다. 


“신데렐라는 없다” 연애부터 철저히 상대방 선별해 
전문 선자리에는 남녀 불문하고 유학파 엘리트 선호

신변 위한 경호 ‘숨거나 보여주거나’…총수 성향 따라
재력은 가득, 마음은 허전…익명으로 과시욕 충족도

혼맥은 거미줄처럼 빽빽한 재벌가 지도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다. 그리고 이 혼맥을 중재하는 일명 ‘마담뚜’는 집안과 집안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류층 사이에서는 “유학 시절 만나서 결혼했다는 것은 사실 ‘마담뚜’가 연결해 준 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마담뚜’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벌들이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다 보니 성혼 사례로 알려지는 것조차 꺼리는 탓이다. 대신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등을 통해 비밀리에 소개받는 사례가 늘어났다.

최근 재벌가 사이에서 결혼 상대방의 조건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역시 집안이었다. 예전처럼 정계와 재계 집안이 한데 얽히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의미다. 특히 재계는 대대로 사업을 해온 동류를 찾으면서 재벌가끼리 뭉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신랑감이든 신부감이든 최우선으로 살피는 것은 단연 성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신랑감으로는 유학파가 선호되는데 아이비리그 등 해외 유수 대학의 학부를 졸업하고 MBA를 마친 엘리트가 대세다. 신부감 역시 예전의 인식과 달리 점점 유학파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륜지대사 ‘혼인’도 되도록 은밀하게

재미있는 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한 ‘신데렐라’식 스토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력이 다른 상태에서 선과 같은 만남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예전에 비해 재벌 2세와 연예인ㆍ아나운서 등의 조합도 줄어드는 등 상당히 폐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퍼플스를 운영하는 김현중 대표는 “최근에는 ‘신데렐라’라고 불릴 만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면서 “비슷한 재력의 집안과 성품 좋은 상대방을 조용히 물색하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결국 재벌가의 결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결혼식 등 공식적인 행사는 치르지만 발표 전까지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재벌가의 경우 그룹 소유의 호텔에서 식을 치르는데 1급 극비사항인 만큼 상당히 민감하다”면서 “특히 결혼식 시간과 예식홀이 미리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직원들도 잘 모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도 “유명한 재벌 2세가 우리 호텔에서 결혼해도 미리 듣기보다는 신문을 통해서야 제대로 아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웨딩부문 책임자만 인지하는 극비 프로젝트로 분류하고 당사자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쓰는 등 보안을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고 강조했다.
 

낮에는 새 몰래 밤에는 쥐 대신 쇼핑

근래에는 작은 결혼식 등 지나치게 화려한 것을 배제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면서 재벌가의 움직임이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쇼핑이나 여가도 드러내놓지 않고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최상류층을 잡기 위해 주요 백화점들은 최우수고객의 비밀스러운 쇼핑을 지원하고 있다. 각 백화점들은 영업 외 시간에 비공개 행사를 열어 최우수고객만 여유롭게 입장시키고, 기사 딸린 리무진을 자택으로 보내거나 퍼스널 쇼퍼를 붙여주는 등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관을 운영하는 한 백화점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VVIP를 위한 특별 행사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암암리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부 재벌들은 얼굴이 알려지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꺼려 애써 마련한 VVIP 서비스 이용을 고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호도 비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해 “별도의 경호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신변보호를 위한 경호를 비롯해 업무 차원의 경호까지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선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호방법 또한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 경호, 대통령 수행을 방불케 하는 위시형 경호 등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S그룹 회장의 경우 워낙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해 경호원들마저 숨어서 경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H그룹 회장은 보이는 것을 중시해 경호 인력을 대거 대동함으로써 특유의 권위를 드러낸다.

한 전직 재벌 수행경호원은 “아무래도 부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위 ‘있어 보이는’ 경호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총수의 성향에 따라 경호원들이 철저히 숨거나 혹은 드러내는 등 경호문화가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겉은 재벌 2세지만 속은 돈 때문에 불행?

과연 모든 것을 꽁꽁 싸매고 살아야 하는 것이 재벌가의 숙명일까. 이런 연유 때문인지 익명으로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사례도 눈에 띈다. 최근 한 유명 웹사이트에서 1시간 만에 댓글 2500개를 돌파하며 세간의 화제가 된 게시물이 바로 그러하다.

이 익명의 네티즌은 자신이 주요 그룹의 재벌 2세라고 밝히며 소유물에 대한 글과 사진을 직접 올려 주목받았다. 특히 보유한 자동차들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등 5대에 달했으며, 시계 역시 5000만 원이 넘는 위블로 모델들을 색상별로 전시하는 등 30대 초반의 나이와 대비되는 각종 명품들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네티즌은 “자랑이 맞긴 하지만 무작정 자랑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나처럼 살다보면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돈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돈 때문에 멀어지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씁쓸함을 비쳤다.

또 “나는 돈이 많아서 행복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신 돈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게 어떤지 아니까 딱히 불행한 생각도 안 든다”며 부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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