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의 진실
역외탈세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의 진실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6-24 11:00
  • 승인 2013.06.24 11:00
  • 호수 999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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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증식 도움 준 세력 아직도 정치권 실력 행사 중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추적의 불길이 전직 대통령 자금 추적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재산 추적이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은 전직 대통령들의 재산추적과 관련, 여론의 화살을 피하면서 성공적인 재산환수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 특정 인사들만 겨냥해 재산환수에 나서지 말고 전방위적으로 부정축재를 단속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환수한 재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부분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문제는 재산환수 과정에서 부정축재와 정당한 개인재산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은 증식과정에서 무수한 이동을 거쳐 세탁됐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법적으로 환수가능한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민주당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불법재산 환수특별위원회 최재성 위원장과 518역사왜곡대책위 강기정 위원장 등 의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국민압류'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은닉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최근 이명박 정부와 전두환 재산의 미스터리한 연결고리가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두환 삼남 재만씨와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운영하는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에 정부예산 51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0년 5월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를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과제로 선정, 첨단 I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와이너리 솔루션’을 개발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이 회사가 포도 등 고부가가치 농산물재배에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기술을 융합해 작물의 생장과 숙성상태분석, 최적화된 생장환경으로의 제어자동화처리, 품질 및 생장이상 발생 예측, 이상발생을 지능화 처리함으로써 사용자가 효율적으로 재배, 숙성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농업 IT융합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관련기술개발에 2010년부터 3년간 5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이중 36억 원은 정부출연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경부가 정부예산 51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업체는 한국도 아닌 미국에 있는 업체라는 것과 더불어 이 회사가 한때 전두환 부정축재자금 수사 때 163억 원의 무기명 채권을 숨겨준 혐의를 받았던 이희상 동아원 회장과 그의 사위이기도 한 재만씨가 공동운영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수상한 냄새를 풍긴다.

당시 동아원측은 다나에스테이트를 통해 국내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기술과 플랫폼기술을 와이너리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상용화상품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과 특허를 확보해 미국과 유럽등 세계 와이너리 시장으로 생장관리 솔류선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오늘 정부예산 51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 과연 어떻게 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상한 사업에 배후 있나

여기에 이씨와 그 가족들은 수차례 해외부동산 불법투자를 일삼았고 그중 몇 차례는 국세청에 적발돼 추징금까지 냈다. 때문에 이씨는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낙인찍혀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MB정부는 이 업체에 정부예산을 지원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 내부와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MB정부가 해외재산은닉의혹이 있는 와이너리에 대한 조사는 커녕 오히려 이를 양성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검은 커넥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희상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한 조석래 효성회장의 장남이자 역시 해외부동산 불법매입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현준 사장의 장인이다. 다시 따져보면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사돈임과 동시에 이 전 대통령과는 한 다리 건너 사돈이다.

이씨는 국내 혼맥과 관련해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이씨의 둘째딸은 신명수 동방유량 회장의 아들과 혼인했다. 또 신 회장과 더불어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사돈이기도하다. 즉 이씨는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대한민국 3명의 대통령과 혼맥을 쌓은 인물인 것이다.

이씨와 재만씨는 동아원에서 770억을 와이너리투자명목으로 해외로 반출, 융자 한 푼 없이 포도밭 등을 구입했으며 이는 70% 이상의 은행융자를 얻어 부동산을 구입하는 미국의 관행과는 정반대의 행태로 미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씨와 재만씨는 포도밭 등을 구입한 뒤 은행에서 운영자금명목으로 수백만 달러 상당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이 융자 없는 부동산, 포도밭매입은 해외로 돈을 많이 빼내가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통상 사업체들은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전체 자금 중 일부만 해외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융자 등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이 와이너리는 30%만 해외로 가져가고 70%는 융자로 충당가능한데도 100%를 가져갔다. 그런데도 MB정부는 또 그런 업체에 국민의 혈세 51억 원을 지원했다. 말하자면 자본금이 충분한 회사에 특별한 이유 없이 자금지원을 추가로 더 해 준 것이다.

박상아 결혼 미스터리도

이와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2004년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시기가 차남 재용(49)씨가 비자금 은닉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 수감된 때와 맞물려 파장일고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는 재용씨와 배우 박상아(41)씨의 결혼시기도 석연찮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드러난 바에 따르면 재국씨가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Blue Adonis Corporation)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고, 관련 비밀계좌도 발견됐다.

문제는 이 페이퍼컴퍼니가 세워진 시점이다. 2003, 2004년은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면서 '전두환 비자금' 실재 여부가 대중의 관심을 받은 때였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체납하고 있는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재용씨, 처남 이창석씨 등이 보유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재용씨에게 비자금 채권 73억5500만 원을 불법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재용씨는 2004년 2월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재국씨는 재용씨 수감 5개월 만에 ‘탈세와 비자금의 온상’으로 불리는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세웠다.
당시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계좌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행회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그가 상당히 시급해한 정황도 드러난다.

대행회사 이메일에는 '전재국의 (다른) 은행계좌 돈이 막혔다. 전재국이 몹시 화가 나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는 재국씨가 돈을 아랍은행으로 급하게 이체하려 한 게 동생의 구속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용씨는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재용씨의 ‘비자금 스캔들’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배우이자 부인인 박상아씨와의 석연찮은 관계다. 당시 유명탤런트 ‘P양’으로만 알려진 박씨는 유부남이었던 재용씨와 해외출·입국 일정이 여러 차례 겹치는 바람에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검찰이 재용씨의 비자금 운용 과정을 추적하다가 박씨와 박씨 어머니의 계좌에 비자금 일부가 흘러들어간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박씨는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종적을 감췄고, 검찰은 2004년 6월 박씨와 재용씨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결혼, 법적 안전장치 만들기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점보다 주목할 점은 박씨 역시 비자금 은닉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재용씨와 박씨가 2007년 7월 19일 공식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두 사람은 이보다 4년 앞선 2003년 5월 12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사흘 뒤인 5월 15일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날은 박씨 명의로 애틀랜타에 주택을 구입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한 날인데 결혼 선물로 구입했을지도 모른다. (재용씨 검찰 수사로 인해) 이 집이 차압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안씨는 “재용씨가 전처와 이혼 전에 박씨와 비밀결혼을 감행한 건 비자금 때문일 것"이라면서 "비자금을 지키려는 치밀함이 입증된 대목"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박씨가 클라크카운티에서 재용씨와 결혼한 지 사흘 후인 2003년 5월15일 조지아주 풀톤카운티 알파레타에 있는 주택을 미국인 A씨로부터 36만5000달러(당시 기준으로 약 4억2000만 원)에 매입한 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그해 11월7일 한국인 박모씨에게 넘겼다.

재용씨는 이 과정에서 박씨의 신원보증을 섰다. 세액사정국의 기록상 매매를 하면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봐 매매가 아니라 단순한 소유권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가 보도한 적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이 미국에서 비밀결혼을 강행한 까닭은 비자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결혼을 하면 재산이 공동소유가 되므로 미국에서 재용씨가 박씨 명의로 집을 사고 회사를 만들어도 재산 분쟁에서 자유롭다. 즉,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재용씨는 검찰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씨가 2003년 11월 7일 문제의 집을 판 지 5일이 지난 2003년 11월 12일 대검은 “재용씨의 100억대 자금운영 과정에서 미모의 여성 탤런트 A씨가 관련된 단서를 포착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발표해 스캔들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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