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뚱뚱한 체형이 미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일반인들의 생각도 비만은 게으름과 무절제의 상징이라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비만은 미용 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할 질병입니다.
비만을 치료할 때는 식습관과 운동 같은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이 필요합니다. 또 비만이 일으키는 질병의 심각함을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비만 환자를 진료할 때 비만도 하나의 질병이라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우리 주위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불편도 없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걸까요? 그것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뇌졸중, 동맥경화, 협심증 등의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로 보자면 비만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고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하므로 더욱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만으로 생기는 질병들
① 심혈관계 질환
심장은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필요로 하는 혈액 공급량은 체중에 비례하므로 비만한 사람의 심장은 항상 과로하게 됩니다. 또 심장의 혈액공급 능력에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금만 무리하거나 운동을 해도 숨이 차고 피로해집니다. 비만이 일으킬 수 있는 심혈관계 질환은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이 있습니다.
1) 고혈압: 고혈압은 비만한 사람에게 흔한 경향이 있습니다. 고혈압은 체중을 10%만 줄여도 혈압이 10~15mmHg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고지혈증: 고지혈증은 혈 중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 등 기름기가 많은 경우를 말합니다. 고지혈증은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사라지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동맥경화: 동맥경화는 동맥의 내벽이 좁아지고 혈관의 탄력을 잃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복부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허리둘레가 큰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② 당뇨병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비만인 사람들이 당뇨에 걸릴 확률은 약 16.5%나 되지만 정상체중인 사람은 7.6%, 마른 사람은 4.7%에 불과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 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비만하다고 모두에게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인 소인이 같이 있는 경우 발병합니다. 하지만 비만과 당뇨병이 동시에 있고 당뇨병이 성인기에 발생한 경우 비만을 치료하면 당뇨병이 현저하게 호전된다는 사실입니다.
③ 소화기 질환
1) 지방간: 지방간은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이 말초기관에 미치는 효과가 떨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남아도는 열량이 간에 중성지방의 형태로 축적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열량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합니다. 진료실의 경험상 비만이 치료되면 지방간도 거의 100% 치료됩니다.
2) 기능성 위장장애: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생긴 비만은 식사량을 줄이고 세 끼에 골고루 나누어 먹게 되면 위장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④ 생식기계 이상
비만클리닉을 방문하는 여성 중에는 방문 동기가 월경불순이나 불임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살이 찌면서 월경 이상이 시작된 경우 비만이 일차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보다는 체중을 먼저 줄여나가면 대부분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⑤ 퇴행성 관절염
비만에 의해 가장 흔하게 손상 받는 관절은 무릎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관절은 무리 없이 지탱할 수 있는 체중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 예방과 치료는 오로지 체중을 줄이는 길뿐입니다.
⑥ 악성 종양
비만한 사람에서 흔한 암으로는 대장암, 췌장암, 담낭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악성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식이 섬유의 섭취를 늘려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비만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치료하고 끝내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장기간 추적관리하며 치료해야 합니다. 비만 치료는 올바른 식생활 습관과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비만한 사람은 살을 정상체중까지 빼지 않더라도 현 체중 보다 10∼15% 정도만 감소해도 비만 관련 질환이 현저히 호전되므로 체중 조절은 치료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움말=서울의원 이진복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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