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보호 비밀리 수사 진행
5년간 1528건… 꾸준히 증가 추세
[일요서울ㅣ이광수 기자]육사 생활관에서 남생도가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군 내에서의 성범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군 내 성범죄는 지난 5년 간 꾸준히 증가해 우려를 사고 있다. 잇단 성범죄로 군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군 내부의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일요서울]은 여성2호 장군 이재순 전 예비역 준장으로부터 군 내 성범죄 실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들어봤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군 성범죄는 2008년 302건이 발생한 뒤 2009년 263건으로 약간 줄었으나 2010년 338건, 2011년 426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99건에 이르는 등 최근 5년간 총 1528건이 일어났다. 남자 장교가 여군을 성폭행하려고 주거에 침입하거나 차량 안에서 강제 성추행하고, 남자 군인이 남자 군인을 성추행하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장교의 경우 10명 중 7명이 공소권 없음이나 혐의 없음,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부사관은 10명 중 4명만 구약식, 구공판 등의 기소처분을 받는데 그쳐 문제로 지적돼 왔다.
육사에서 초유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달 29일 육군은 입장 자료를 내고 육군 차원에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으며 사관생동의 교육과 관련규정교육을 강화·보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교장 등 관련 지휘·감독 계통에 대한 징계와 문책 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건에 발단은 이렇다. 육군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생도의 날’ 축제 기간 오전 운동회를 마친 생도 20여명이 지도교수가 주관한 전공학과 점심 식사에서 취기 상태였던 남자 상급생도와 여자 하급생도 간에 성군기 위반사고 라는 것. 술을 이기지 못해 생활관으로 들어간 여자 생도를 남자 생도가 뒤따라 들어가 성폭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관계자는 “현재 피해 여생도 본인이 육사에 끝까지 남아있기 원해 비공개로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축제기간 중 교수들과 함께 음주
꾸준히 증가하는 군 성범죄와 가해자에 대한 국방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이재순 전 예비역 준장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육사교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문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신상필벌에는 그에 적용할 양정규정이 있기 때문에 양정규정에 의해 처리 된다. 지금까지는 군형법상 성폭행은 사건에 대한 친고 조항이 있어서 피해자나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였었는데, 최근 국방부에서는 군 조직의 특성상 성범죄자와 상·하 관계나 동료인 경우가 많아 일방적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등 성범죄 처벌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지난 19일부터는 친고죄 조항을 폐지했다고 한다”며 본인 역시 훈육관, 생도대장을 거쳐 학교장을 하면서 6년 간 생도 훈육업무를 직접했던 사람으로서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사건이 발생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전 준장은 “사관생도 규율에는 술, 담배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축제 혹은 사은회 때는 지도교수나 훈육관이 동석했을 때는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이 있다. 이 사건은 축제기간 중 지도교수들과 함께 음주를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성폭력 상황으로 까지 이어졌다고 하는데, 생도생활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군인으로서 제복을 입고 있을 동안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한순간도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하는 투철한 군인정신이 일상화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성이 강한 조직 군의 편견 바뀌어야
최근에는 군대내 폭력보다 학교폭력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 전 준장은 “6.25전쟁을 겪으면서 먹고살기 힘들 때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먹는 입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군 입대를 시킨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문맹인도 있었기 때문에 교육 혹은 훈육의 방법 중 최고로 효과적인 방법이 단체로 얼차려 혹은 구타가 일상화 되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현재는 어느 조직보다 선진화되고 인간적인 군대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덧붙였다.
“간혹 언론보도에서 군복무 중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보도된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의 일부분 이라 생각한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숫자는 군인은 16명, 그 또래 20대의 자살자는 29명, 일반국민 전체는 32명에 이르고 있다”며 통계자료에 따르면 군이 폭력으로 인한 사고율이 일반국민들 보다 절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폭력은 없어져야 할 문제이다. 박근혜정부에서는 4대악 근절에 강력한 의지가 있으므로 모든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 없는 사회가 되어 안전하고 편안한, 선량한 국민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혹시 군대는 폭력성이 강한 조직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다면 이 기회를 통해서 바꾸어 주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자기관리 잘 되어 있어야 승진할 기회도 주어져
여군을 지원하는 ‘여성’들에게 이 전 준장은 “군인은 계급 승진이 목표여서는 안된다. 위국(爲國)하고 헌신(獻身)하면서 맡은 직책에 따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승진자로 선택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위 임관에서 시작하여 장군으로 승진되기 까지는 한 계급 한 계급 승진하여 6번째가 장군 승진 차례가 된다. 각 계급 직급에 따라 전문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 따른 전문성 구비는 필수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그리고 장교의 기본 덕목인 솔선수범, 배려하고 아우르는 리더십, 고통과 인내가 어우러진 자기관리가 되어 있을 때 승진의 기회에서 경쟁력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계급이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은 여성이 고위직위에 선발되기가 어렵다. 전체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40%를 차지하고 있으나 2급이상 여성의 비율은 5.1%, 고위직(장차관급)은 4.6%에 그치는 정도지만, 현 정부정책이 2017년까지 여성관리자 직위를 15%로 확대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육아·가사로 직장을 관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육아와 가사 부담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 인구가 11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하여 각 종 보육정책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당면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군에서도 현재는 여성 장군 직위가 매우 열악하지만 육·해·공군 여성 사관생도 출신이 장군 승진 적기가 될 때쯤에는 여성, 남성 차별 없이 능력에 따른 승진 발탁이 분명히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혹행위 예비역 사회 나와 처벌받아
군 복무 중에 후임병들에게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한 대학생이 제대 후 사회에 나와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해병대를 전역한 대학생 김 모 씨. 군 복무 시절 김 씨는 후임병들에게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했다. 행동이 느리다, 체조를 시켰는데 틀렸다, 심지어 어리바리하게 생겼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손과 발, 군홧발을 이용해 폭력을 휘둘러왔다. 휴가를 미리 말하지 않았다며 담뱃불로 손등을 지지는 일까지 있었다. <광> |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