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 ⑧ - 코오롱
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 ⑧ - 코오롱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6-24 10:09
  • 승인 2013.06.24 10:09
  • 호수 999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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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사업 철수…이웅열 회장 지분 사회환원



개성공단 입주 업체 돕기…정상화 이후 물량 공급받기로
수입차·MRO사업 여전히…골목상권 논란 커질까 촉각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코오롱그룹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코오롱그룹 중소상권 철수’ 키워드를 입력하면 코오롱 행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글들이 많다. 옹호하며 박수를 치는 누리꾼들이 있는가하면 울분을 토하는 누리꾼들의 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옹호하는 누리꾼들은 “중소업종 철수 동참 환호한다”는 글이고, 반대 주장인 누리꾼들은 “일부사업만 철수했다해서 박수 받는 건 잘못이다. 여전히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이유인 즉 코오롱그룹이 중소업종으로 분리된 빵집 사업 철수와 개성공단 철수에 따른 중소업계 피해 나누기에는 적극 나서면서도 MRO(구매자제대행)사업과 수입차 판매시장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오롱그룹은 빵집 사업 철수에 동참했다. 더욱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 스위트밀 지분 19.97%(139만8000주) 전량을 그룹의 비영리법인인 꽃과 어린왕자 재단에 기부형식으로 매각했다. 사업 철수뿐만 아니라 회장이 보유했던 개인지분까지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근의 ‘재벌 빵집’ 논란 등을 해소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분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합작회사와 상의해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트밀은 베이커리 ‘비어드파파’와 커피전문점 ‘스위트카페’, 치즈케이크 전문점 ‘티오글라톤’ 등을 운영중인 코오롱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 계열사다. 연매출 39억 원으로 규모가 작아 동반성장위원회의 영업제한은 피했다. 하지만 대그룹에서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개성공단 조업 중단 사태에 따른 중소상권의 어려움도 헤아렸다. 계약 파기와 신용도 하락 등 입주 기업들의 피해가 늘자 사측이 직접 나서 입주업체와의 고통 분담에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는 지난달 초 “개성공단 입주 협력업체가 아직 납품하지 못한 물량은 공단 정상화 후 원래 계약대로 전량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이 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5곳으로, 입고가 지연되고 있는 물량은 ‘클럽 캠브리지’를 포함해 7개 브랜드 약 7만4000벌이다.

고통 분담 통한 상생경영

오원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본부장은 “패션제품 특성상 발주물량이 이달까지는 입고돼야 다음 달에도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하지만, 협력업체와 고통을 나누고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납기 일정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MRO사업과 수입차 판매 시장만큼은 고집 중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의 결정이니 만큼 무작정 사업을 접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의 경우 MRO 사업부의 향후 거취와 관련, 지난 6월 중소기업들과 가졌던 사업조정 자율협의 내용을 준수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조정 자율협의란 지난 6월 중소기업청이 주축이돼 주요 MRO업체 및 중소기업들과 협의사항을 도출해 낸 것으로 대기업 MRO사의 신규 사업 자제, MRO사업 물품의 한정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코오롱은 현재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이 지분의 52%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코리아e플랫폼에서 MRO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e플랫폼은 지난 협의에서 신규 영업 확장은 대기업 및 계열사와 그 계열사의 1차 협력사로 한정할 것을 협의한 바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MRO사업 철수 등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코리아e플랫폼은 지난 6월 초 있었던 사업조정 자율합의를 존중해 신규 거래를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사 전체 매출규모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수입차 판매사업도 고집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대기업 골목상권 논란’이 확대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두산그룹 계열사인 DFMS는 수입차 딜러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해 그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두산그룹에 비해 매출액 규모가 10배 이상 큰곳이 코오롱이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 글로텍이라는 계열사를 두고 국내에서 가장 큰 수입차 판매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462억 원,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6억 원, 803억 원에 달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두산의 수입차 판매사업 철수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관건”이라면서도 “두산과 달리 그룹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는 물론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골목상권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업철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 소속 수입차 딜러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사별로 관련사업 규모의 차이가 큰 만큼 단순히 골목상권 논란과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오롱그룹 계열사는 지주회사, 자회사, 손자회사를 합쳐 모두 37개사다. 코오롱의 지배주주는 이웅렬 그룹 회장이다.

코오롱은 2010년 9월 기준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지주회사 보유 지분 30.32%), 코오롱건설(33.50%), 코오롱아이넷(31.72%), 코오롱제약(45.06%), 코오롱생명과학(15.44%) 네오뷰코오롱(96.58%), 코오롱베니트(20%), 환경시설관리공사(54.55%) 등 8개 회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이 회장이 지배주주로 있거나 자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건설 등을 통해 지배한다. 코오롱이 지주회사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2010년 2월이다.
코오롱은 순수 지주회사로 변신하기 전까지 화학섬유 업체였다. 1957년 코오롱그룹 창업자인 이원만 회장이 나일론을 직접 생산할 목적으로 세운 한국나이롱㈜이 코오롱의 전신이다. 

또 코오롱은 1969년 당시 새로 등장한 섬유인 폴리에스터 생산을 위해 한국포리에스텔㈜을 세웠다. 한국나이롱은 1977년 한국포리에스텔을 합병했으며 이때부터 지금의 코오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갔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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