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3선 도전 놓고 측근·국정원·본인 의견 엇갈려
새누리당 대의원 여론조사+당내 분위기, 유정복 ‘유력’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물밑경쟁이 시작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출마를 저울질 하는 사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김 지사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김문수-유정복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차기 대권 후보로 손꼽혀 ‘사사건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기도지사 선거는 차기 대권 후보 주도권 싸움 성격을 띤다. 더 나아가 대권 전초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문수-유정복 대결은 어떻게 될까. 여권에서 두 사람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상, 당내 역학 관계가 최대 변수다. 친이계인 김 지사와, 친박계인 유 장관 중 누가 더 현 정권에서 영향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전초전 성격을 띄는 양강 ‘김문수-유정복’의 대결을 시뮬레이션 해봤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3선 도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들과 측근그룹들은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다. 우선은 도지사직에 전념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일부에선 “김 지사가 3선에 도전한다면 경선 없이 추대의 형식을 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김 지사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 ‘차기 대선 경선을 위한 행보를 하느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김-유 신경전 치열
현재 김 지사는 막판까지 출마 결정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경험을 들면서 “정치상황은 하루아침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결정이)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좋은 것 같더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 지사가 3선 도전을 놓고 유보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지난번 대선 때처럼 도지사 직책을 가지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속사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는 친이계 대표주자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김 지사에게 당이 공천을 줄 리 만무하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노리고 있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실제 유 장관은 경기도 행사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안성시 일죽면 방초리 ㈜코리아냉장 창고 화재 현장, 23일엔 ‘도로명 주소 안내판 제막식 및 상인간담회’를 위해 수원 지동 못골종합시장을 찾는 등 경기도 행사에 매번 참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장관이 경기지사직에 도전해 당선된 뒤 그 여세를 몰아 차기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알고 있다”면서도 “경기도지사에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더구나 경기도지사가 대권출마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친박계와 친이계 모두 쉽게 놔줄 수 없는 자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을 ‘영원한 라이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기도지사, 대권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가 채무비율이 가장 높다는 안행부의 자료와 관련해 신경전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지사가 섣부르게 3선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박근혜 눈치보는 대의원
그렇다면 당내 경선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먼저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당내 역학 구도가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살펴봐야 한다. 김 지사는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친박계 내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혀 있는 친이계의 차기 대권 주자라는 이유에서 경선 승리가 쉽지 않다.반면 유 장관은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가 남다른 편이다.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 직능본부장, 본선에서는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비서실장은 보스의 손과 발이고, 직능은 선거에서 말을 움직이는 장군이다. 직능 파트에 많은 보좌진이 파견됐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미 세력이 있다는 얘기”라며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수장인 안행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은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더구나 여권에서는 ‘박근혜 인사 원칙상 최소 2년은 함께 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기류는 장관 13개월만 하고 경기도지사 출마도 가능하다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친이계가 김 지사를 띄울 가능성이 높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사전에 싹을 자르자는 얘기인 셈이다.
또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은 친박계 대 비박계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당직자들 모두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친박계에서 띄우는 차기 대권주자와 비박계에서 띄우는 차기 대권 주자가 맞붙을 가능성이 큰 만큼 ‘포스트 박근혜’를 꿰차기 위한 주도권 싸움 성격이 강할 뿐 아니라 차기 대권 전초전 양상을 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불거질 공산이 높은 만큼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인 유 장관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각을 진 김 지사에게 공천을 주기에는 박근혜 정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인천 출신인 유 장관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표밭인 수도권을 끌어들일 경우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이 넓어진다는 매력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새누리당 대의원의 분위기도 유 장관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대의원·당원들이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를 비율로 경선을 치를 경우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 표 계산에서 곧바로 나타난다.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상 김 지사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 장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결국 영원한 라이벌 관계로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김문수-유정복. 우선은 유 장관이 김 지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먼저 선점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에 반해 김 지사는 대선이라는 큰 장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 놓인 유 장관은 당내 차기 대권 주자 경쟁 관계로 발전한 김 지사를 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은 벌써부터 두 사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