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한진해운(회장 최은영)이 또다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故 조수호 전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현 한진해운 회장에 이어 이번에는 한진해운 전직 임원 두 명이 조세피난처(세금회피처)인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영소 전 한진해운상무와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이 논란의 주인공들. 특히 조 전 사장은 2008년 최 회장과 함께 영국령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어 이번 사모아 페이퍼컴퍼니 역시 최 회장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게다가 김 전 상무 역시 故 조 전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터라 최 회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진해운과 페이퍼컴퍼니는 과연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 [일요서울]이 자세히 파해쳐봤다.
“故 조 전 회장 관련된 회사 가능성 배제 어려워”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문제와 관련 의혹 제기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 결과 김영소 한진해운 전 상무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2001년 9월 6일 한진해운 서남아지역 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과 함께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들에게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중개한 곳은 ‘USB 홍콩지점’으로 최 회장과 故 조 전 회장 역시 이곳의 소개로 2008년 10월 조세피난처에 피에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진해운 현 회장과 전직 임원들 모두 이 지점을 통해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 업체인 PTN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로우즈 인터내셔널(Rohdes International Limited)’이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등기이사는 ‘덱트라’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실소유주를 숨기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또한 뉴스타파는 사모아에 설립된 이 의문에 페이퍼 컴퍼니가 故 조 전 회장과 관련된 회사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오너일가와 관계 깊은 두 사람
뉴스타파는 “당시 김 전 상무와 조 전 사장이 서로 다른 부서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2001년 당시 김 전 상무는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했고, 조 전 사장은 미주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모아는 오세아니아에 있는 독립국으로 김 전 상무가 근무하던 서남아지역과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은 “사모아에 어떠한 사업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전 상무 또한 뉴스타파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돌아가신 회장님과는 무관하게 설립됐고, 당시 직장상사의 요청으로 설립서류에 날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법인 설립 후 운영에 관여한 바 없고, 직장상사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 법인의 주주 및 이사지위에서 탈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해명과 달리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그는 2010년 상반기까지 Beneficial Owner(실소유주) 주주로 등재돼 있었다. 김 전 상무는 2001년 초 서남아지역본부로 발령 나기 직전까지 故 조 전 회장의 비서실 부장으로 근무했다.
조 전 사장 역시 회장일가와 관련이 깊어 뉴스타파의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 전 사장은 한진해운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며, 故 조 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8년 10월 최 회장과 함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 그룹(WIDE GATE GROUP LINITED)'이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바 있다. 등기 이사는 조 전 사장(당시 대표이사)이고 주주는 조 전 사장과 최 회장이다. 이 페이퍼컴퍼니의 발행 주식은 5만 주로 최 회장이 90%인 4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조 전 대표이사가 모두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은 지난달 27일 “최 회장은 2008년 10월 조 전 대표와 공동명의로 회사와 무관한 페이퍼컴퍼니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2011년경 11월 해당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주주명부에서도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 존재하나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최 회장과 페이퍼컴퍼니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문제와 관련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1962년 생으로 한진그룹 창업주인 故 조중훈 회장의 삼남인 故 조 전 회장과 결혼했다. 2006년 11월 조 전 회장이 암으로 사망한 이후 최 회장은 2007년 한진해운 부회장을 시작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인 2008년 1월에는 한진해운 회장직에 오르며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서 분리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지배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와 사업 자회사인 한진해운으로 인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준비했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가 한진해운의 지분 36.02% 보유해 최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은 대한항공(최고경영자 조양호)이 16.7%로 최대주주이며, 최 회장 일가가 총 16.59%를 보유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진해운 홀딩스의 지분 9.23%를 보유한 ‘Hillstar Assets Limited’가 최 회장 소유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대주주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주장이 사실일 경우 한진해운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최 회장 일가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취재한 결과 ‘Hillstar Assets Limited’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터미널 회사로, 어떤 터미널을 운영하는지 등 자세한 언급은 해당 회사 쪽에서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
한진해운홀딩스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것만 알려줄 수 있을 뿐 자세한 위치 등 더 이상 알려주기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고 있어 주목된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