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건설이 오너인 허명수 사장 대신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사장을 대표이사로 맞게 됐다.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표면적으로 허 사장의 자진 사임이며 경영쇄신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허 사장의 책임을 없애기 위한 도피성 사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GS건설의 행보가 타 건설사들의 대표이사 변경으로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실적부진 책임졌다지만 짙어만 가는 면피 의혹
어닝쇼크로 1분기 뒤흔들고 2분기는 신저가 경신?
허명수 사장은 지난 12일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우상룡 해외사업총괄 사장도 해외사업 부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밝혔다. 앞서 GS건설 임원 70여명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직후 실적부진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괄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증권가는 바로 반응했다. 허 사장이 사임한 다음 날인 13일 GS건설의 주가는 장중 2만73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GS그룹에서 오너가 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자 3대 주주다.
최고경영자(CEO)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임병용 경영지원총괄(CFO) 사장이다. 임 사장은 알려진 재무통이지만 지난 1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진 해외사업장 원가율 점검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후임 임 사장 체제는 GS건설의 ‘빅배스(Big Bath)’를 예고하기도 했다. 빅배스란 경영진 교체를 계기로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현상을 가리킨다. 통상적으로 신임 CEO가 전임 CEO의 재임기간에 누적됐던 손실이나 향후 잠재적 부실요소까지 반영함으로써 이후 경영성과를 부각시키는 용도로 활용된다.
실상 뜯어보면 허 사장의 고육지책?
이런 연유로 허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잠시 기업의 숨을 고르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동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임의 면면을 따져보면 사실상 오너가 득을 보는 셈이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허 사장의 사임은 어닝쇼크 등 실적악화와 맞물린 책임보다는 도피성 사임의 성격이 짙다”라며 “당분간 GS건설이 정부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오너 리스크에 최대한 대비하기 위해서는 잠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어떤 기업이든 간에 화살을 피하고 싶어 하고 특히나 건설업계는 4대강 등으로 그 두려움이 가장 증폭돼 있다”면서 “GS건설의 사례를 필두로 다른 건설사들 역시 대표이사 사임 도미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허 사장은 비록 대표이사는 아니더라도 등기이사직은 유지하면서 경영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GS건설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다시 대표이사로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계 유행처럼 번진 사임 행렬
사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앞서 유통업계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이 바로 그러하다. 당시 신세계는 이마트 노조 설립방해 사태와 계열사인 신세계SVN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그룹 창사 이래 최대 악재에 휩싸여 있었다.
이를 두고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2011년 기업 인적분할 당시부터 논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기업을 지키기보다는 책임을 면피함으로써 오너의 안위를 도모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게다가 재계 1위인 삼성 역시 올해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등재하지 않아 당분간 대기업 오너들의 면피성 행보가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한편 지난해 9월 17일 장중 8만3800원이던 GS건설의 주가는 9개월 만인 20일 종가 기준 2만675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상태다. 일단은 버냉키의 양적완화 자제 발언으로 코스피 전체가 출렁거린 데 대한 여파로 보인다.
하지만 GS건설의 실적부진이 어닝쇼크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우려감에서 나타난 주가 조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GS건설이 1분기에는 최악의 어닝쇼크, 2분기에는 연일 신저가 경신으로 화제에 오를 것인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