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 ‘비상’
세계로 가는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 ‘비상’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6-17 14:06
  • 승인 2013.06.17 14:06
  • 호수 998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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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C조, 열악한 지원 환경 등 악조건 발목 잡나
유재학 감독 수비농구로 승부수…조직력 결집 과제

▲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16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이 한 달간 충청북도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여기에 인천 전자랜드가 합류해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구한 상황이여서 2002년 이후 세계무대를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있는 한국남자농구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오는 8월 1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 달간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대표팀 후보 16명에 오른 선수 가운데 김선형, 최부경(이상 SK), 이종현(고려대)을 제외하고 13명이 소집됐다. 김선형과 최부경은 팀 일정 때문에 9일에 합류했고 이종현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체코에서 열리는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중복 차출돼 이번 1차 소집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종현은 지난달 31일 대학농구리그 동국대전에서 상대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와 안와골절 등 안면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이에 당분간 절대적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승후보 많은 죽음의 C조

이런 가운데 대표팀은 지난 6일 조 추첨에서 강호 중국, 이란, 동남아지역 예선 2위 팀과 ‘죽음의 조’로 불리는 C조에 속해 시작 전부터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이란 모두 우승후보로 꼽히며 예선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중국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FIBA 랭킹 11위에 올라있다. 더욱이 강력한 센터진을 보유하고 있어 월등한 기량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NBA에 진출했던 와즈즈(36·216cm)가 아직 건재해 백업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또 선발로 왕저린(19·214cm)이 최장신 리무하오(22·219cm)와 함께 트윈 센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NBA 출신 포워드 이젠롄(26·213cm)과 가드 쑨웨(28·206cm)도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도 2007, 2009년에 2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하며 중국에 밀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FIBA 순위도 20위로 한국의 33위 보다 무려 13계단 높다.

하지만 대회운영방식 덕분에 한국은 1차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확률은 적다. 이번 대회는 1차 조별리그(16개국·4개 조)에서 3위 안에 든 12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2차 조별리그를 치른다. 여기서 4위 안에 든 8개국이 최종 8강 최강토너먼트로 순위 결정전을 갖는다. 이에 한국은 조 3위만 확보하면 조별리그에 오를 수 있다. 다만 1차 예선은 무난하게 통과해도 2차전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 대회는 1, 2라운드 예선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1라운드 성적이 8강 진출과 이후 대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한국은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중국이나 이란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커 반드시 한 수 위인 중국과 이란을 예선부터 잡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연결선상에 있고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향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상위 3개국에게는 2014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이 주워져 한국이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대표팀 지원은 인색

한국은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세계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고 올림픽도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이 같은 한국농구의 현실은 대표팀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아시아선수권 이전까지 마땅한 평가전 상대가 없다. 다만 오는 7월 대만에서 열리는 월리엄존스컵 참가가 유일한 평가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 감독은 대표팀의 전력이 노출될 수 있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참가를 결정했다. 또 존스컵을 통해 최종 엔트리 12명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나마 전자랜드가 대표팀과의 스파링 파트너를 자처해 대표팀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전자랜드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진천선수촌에 합류해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2~3차례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대표팀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대표팀의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 앞서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협의회를 만들어 2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대표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투자와 지원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일회성으로 그친 채 더 이상의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표팀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종엔트리를 향한 선수들의 각오는 뜨겁다. 국내 최고 가드지만 아직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본적이 없는 양동근(32·모비스)이 세계무대를 밟을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한국 가드 계보를 잇고 있지만 한국남자농구가 2000년대 들어 세계대회 진출에 실패하면서 양동근의 활동범위 역시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다.

최종엔트리 경쟁 치열

16년째 태극마크를 단 김주성(34·동부) 역시 체력적인 부담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유 감독에 의해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직 예비 엔트리지만 대표팀의 빅맨들의 나이가 너무 어려 경험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베테랑 김주성이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근(26·인삼공사)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김종규(22·경희대), 이종현(19), 이승현(21·이상 고려대)이 모두 대학생이다.

이밖에 대표팀 귀화혼혈선수들의 경쟁도 뜨겁다. 이승준(35·동부)과 문태영(35·모비스)이 최종 엔트리 한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에 들어갔다. FIBA 규정상 귀화혼혈선수는 최종 엔트리 12명에 1명만 포함된다. 이승준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재학 감독과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목에 걸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문태영도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휴가도 반납한 채 국내에 머물면서 몸을 만들었다. 유 감독 역시 문태영의 탁월한 공격력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포워드에서 해결사가 부족한 대표팀의 득점원 역할이 기대된다.

선수들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색깔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높이와 득점력에서 분명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하승진도 없는 이번 대표팀은 중국이나 이란을 상대로 높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과거 전성기 때처럼 확실한 득점원 또는 해결사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만수’ 유재학 감독은 ‘수비농구’를 승부수로 던졌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강력한 수비농구로 선전한 바 있던 만큼 조직력을 갖추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팀의 최대 목표는 최소한 3위안에 올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다. 더욱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악재를 딛고 세계무대 진출을 도전하는 대표팀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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