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확인 및 동의 없이 서비스 가입해
계속해 불거지는 기만행위에 실망하는 가입자
비씨카드가 ‘채무면제 및 유예상품(DCDS)’인 BC-CreditSafe 서비스’와 관련해 제대로 된 고객들의 동의 없이 가입한 뒤,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지난 5월 A씨는 카드내역서에 ‘BC-CreditSafe 서비스’ 항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A씨가 평소 사용하고 있는 카드값의 0.56%가 BC-CreditSafe 서비스 명목으로 지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게는 몇백 원부터 많게는 몇천 원의 돈이 1년 가까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기억이 없던 A씨는 확인을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고객센터 상담원은 당시 가입 녹취록을 들려주겠다고 나섰다. 녹취록을 들은 A씨는 충격에 휩싸였다. 노년의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A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며 자신을 사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저 목소리가 어떻게 1986년생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냐”며 “지금 나와 너무 다른데 내가 가입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러자 상담원은 “지금은 업무가 끝나 확인이 어려우니 월요일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일 날 돌아온 비씨카드의 답변은 A씨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비씨카드는 “가입상 절차는 정확했기 때문에 고객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은 해지와 환불밖에 없다”고 말한 것. 해지와 환불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비씨카드는 A씨 핸드폰으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고, 당시 전화를 받은 사람이 A씨라고 말하며 생년월일 6자리를 제대로 말했기 때문에 서비스 가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가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묻자 비씨카드는 해당 문제는 경찰서 가서 해결하라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A씨는 “정확한 본인 확인 절차가 생략된 채 이름과 생년월일 하나로 나도 모르게 서비스에 가입됐다”며 “비씨카드는 아무런 사과나 진실규명없이 환불과 해지만 해줬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최근 카드 내역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10년에 가입된 BC-CreditSafe 서비스를 B씨는 3년 동안 단 한번도 알지 못했던 것. 이에 B씨는 상담원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상담원은 당시 녹취록을 들려줬다.
당시 녹취 내용을 살펴보면, 상담원은 B씨에게 상품 내용 설명 도중 고객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며 B씨에게 이름과 주민번호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불러주고 해당 통화를 끊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으로 B씨가 해당 서비스에 가입된 것이다.
이에 B씨는 “3년 동안 해당 서비스에 대해 왜 통보를 하지 않았냐고 따졌지만 비씨카드는 가입 당시 우편으로 보냈으며, 일괄적인 통보는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당시 상담원은 보험이 아니라며 면제만 되는 것으로, 내용 확인만 하고 있으라는 투로 설명해 놓고 지금은 가입된 건 어쩔 수 없다고 나와 황당하다”며 “3년 동안 얼마를 낸지도 모르는 금액을 계속해 비씨카드에 쏟아 붓고 있었다”고 말했다.
DCDS는 신용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일정율의 수수료(채무잔액의 일정비율)를 받고 회원에게 사망,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 주는 상품이다. 비씨카드의 경우 카드값의 0.56%가 수수료로 책정되고 있다.
고객은 봉…벌써 두 번째
사실 비씨카드의 이러한 얌체 상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비씨카드사에서 판매하는 ‘신용정보보호서비스(BCIC)는 “한 달 동안 체험한 뒤 사용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가입을 권유한 뒤, 가입월 1개월 무료 체험자들에게 일 년치 요금을 한꺼번에 부과해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당시 비씨카드는 “가입월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유료 서비스로 전환될 때 고객들에게 일 년 치 결제를 할 것인지를 묻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가입 권유 전화를 받은 고객들이 서비스 연장 절차 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강조했던 고객중심의 경영이 결국은 생색내기용일 뿐 앞서 자행했던 얌체상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비씨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이 사장이 지난 4월 비씨카드 창립 31주년 맞이 행사에서 고객중심경영을 위한 ‘고객만족 10계명’, ‘직원만족 10계명’을 선포하고 “모든 업무를 진행할 때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확인 후 다시 연락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