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형집행정지를 이용해 초호화 생활을 즐기던 영남제분 회장 전 부인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범국민적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가해자인 윤모씨를 비롯해 윤씨의 형집행정지에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해 수많은 비난을 쏟아냈고 이는 가시적인 사회 운동의 움직임으로도 번지고 있다. 또 일각에선 도의적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는 영남제분에 대한 불매운동마저 일어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피해자 하양의 친오빠가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진실규명 운동부터 영남제분 불매운동까지 확장
피해자 동문은 물론 일면식조차 없는 이들도 참여
본지 995호를 통해 [영남제분 회장 전처…초호화 생활 미스터리]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같은 시기 다수의 언론들은 여대생 공기총 사건의 가해자인 윤모씨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을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 역시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고 있는 윤씨에 대해 “남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도 권력을 앞세워 자신만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꼴에 소름이 돋는다”, “기득권층이 모여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단적인 예가 아니냐”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유족 눈물짓게 만든 목소리들
그리고 현재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피해자 유족 돕기에 나섰다. 특히 개인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밝힌 한 남성과 그 지인들은 피해자 유족과 결탁, 안티 영남제분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구체적인 사회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하양의 친오빠와 형·동생을 하게 됐다는 이 남성은 “국민이 나서지 않는다면 누가 나서겠냐”며 “너무나 뻔뻔한 가해자와 그 일당들에게 끝까지 진실규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남제분과 검찰을 가장 큰 공적으로 지적하면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하양이 그들의 돈과 권력으로 또 한 번 희생됐다”면서 “앞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모든 죗값을 받아내겠다. 최소 2년이라는 기간을 바라보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피해자였던 하모양의 대학 동문인 이화여대 학생들도 모금운동과 광고를 진행하는 등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의 진상 규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화여대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이화이언에서 시작된 이들의 움직임은 이미 수 천만 원에 이르는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이화여대 졸업생인 A씨는 이에 대해 “물론 피해자 하양이 동문이라는 이유 덕분에 이화이언에서 시작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또 다시 사회에 상기시킨 기득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잊혀 져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화인과 국민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윤씨의 전 남편이 회장으로 있는 영남제분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비록 해당 기업의 총수이자 윤씨의 전 남편인 류 회장은 사건 이후 부인 윤씨와 이혼한 상태고 범죄 가담여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떠한 도의적 책임마저 지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류모씨는 체육단체 회장직을 맡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까지 겸하고 있어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결국 이는 곧 영남제분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남제분에 대한 직접적인 불매운동뿐만 아니라, 제분회사인 영남제분으로부터 밀가루를 납품 받는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을 향해서도 반발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허위사실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매출감소 등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영남제분은 이와 관련해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고 잘 알지도 못한다”고 일축하고 있어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들을 바라본 하양의 친오빠는 “세상에는 참 고마운 분들이 많다”며 “처음엔 이상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들이 고마워 눈물이 난다”며 “앞으로 이들을 믿고 더욱 힘을 내고싶다”고 전했다.
# 11년 전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은…
여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은 2002년 3월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 윤씨가 자신의 판사사위 김 모씨의 불륜 관계를 의심하던 중 사위의 이종사촌동생이었던 하모(당시 22세)양을 불륜 상대로 오해해 조카 등을 사주한 뒤 하양을 공기총으로 쏴 살해하도록 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윤씨와 윤씨 조카 등 3명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당연히 교도소 안에 있어야 할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고 지난 6년 동안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호화병실을 오가며 지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윤씨는 2007년부터 각종 질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이용해 병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달까지도 경기도 일산의 한 종합병원 특실에 입원하는 등 호화로운 병원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살인교사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윤 씨에게 과장된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는 등 윤 씨가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할 수 있도록 일조한 세브란스병원 의사와 검찰 등을 향해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취소, 지난달 21일 남부구치소에 재수감한 상태다.
한편 현재는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에선 일명 사모님방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의사와 검찰들의 처벌에 대한 관심은 물론 재계와 정부의 모순된 구조 역시 구설에 올라 향후 개선 방향에 주목이 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