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지난 정권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올 들어서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및 담합조사, 국세청의 세무조사, 감사원 감사가 잇따른 데다 검찰까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어서다. 정권 교체기부터 4대강 관련 문제가 하나 둘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정당국이 정면으로 칼끝을 겨누면서 가뜩이나 실적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져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의혹들은 앞으로도 정치적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벙어리 냉가슴 앓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4대강 수사는 사실상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16개 건설업체와 11개 설계업체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지난 11일 설계업체 P사 등 6~7곳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부분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다.
검찰의 수사목록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건설부문), SK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계룡건설, 삼환기업 등 중견 건설사들이 포함됐다.
검찰은 4대강 사업 공구별로 입찰에 참여했다 탈락한 건설사들이 사전 담합에 따라 특정 건설업체가 낙찰되도록 돕기 위해 ‘들러리’ 입찰을 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검찰은 4대강 공사 진행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 및 참여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 건설사 임직원의 배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검찰 칼끝, 비자금 향한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자금,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임직원들의 횡령과 조세포탈 의혹, 정치권 로비자금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드러날 수도 있어서다. 특히 ‘인지’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의 특성상 추가 의혹이나 정황증거, 단서를 포착하면 수사 대상과 범위가 넓혀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서도 검찰 조사가 단순히 입찰담합을 규명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사실상 검찰 수사의 칼끝은 비자금 의혹을 향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검찰은 현대건설 협력업체인 황보건설이 2009년부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MB 정권 실세들에게 공사 수주와 관련해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황보연 대표 등 관련자 6명과 황보건설·황보종합건설 등 법인 2곳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 중이다. 검찰이 황보건설의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황보건설의 원청업체인 현대건설이 정·관계 로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건설이 황보건설의 정·관계 로비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검찰은 황보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선물리스트’를 확보하고 리스트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정관계 로비 부분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 외 MB 정권 실세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공산도 높아졌다. 이에 4대강 사업 수사가 수사진행에 따라 정관계를 뒤흔드는 금품로비 대형게이트로 비화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전반 ‘부도 공포’
검찰의 4대강 전방위 수사에 대해 건설업계는 ‘혼비백산’이다. 건설업계는 이미 입찰·담함과 관련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있었고 이에 따른 형사처벌 과정을 밟으면 되는데도, 검찰이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벼랑 끝 몰기’라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불황으로 수주 빈곤에 시달리며 신규 사업이 끊기는 등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덮친 악재로 ‘부도 공포’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대형건설사마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두산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등 8개 상장 대형건설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총 2371억 원의 영업손실과 2169 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실적까지 합치면 9개 대형 건설사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4809억 원, 순손실은 3936억 원에 달한다. 1분기 영업익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은 9개사 중 6곳에 이른다. 주로 해외에서 펼친 대형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건설업계는 국내 SOC 일감이 사라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저가 수주와 경쟁심화로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생존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한일건설과 동보주택산업에 이어 중견건설사인 STX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00대 건설사 중 21곳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몇 개 업체들이 추가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건설사들은 겉으로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담담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정기관의 4대강 사업 전방위 수사로 해외사업 수주전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4대강 공방 계속된다
더구나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여론도 싸늘하다. 이번 4대강 수사는 건설업계의 과거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모두 털어버리는 계기로 작용해 건설업계에도 약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공방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높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각 지역별 4대강 사업이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4대강 의혹과 관련해 현 정권과 관련된 인사가 상당수 있는 만큼 4대강 사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에서 논의된 정책현안에서도 4대강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은 국가정책조정회의의 결정 적법성 여부, 친수구역개발사업이 기관목적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MB의 ‘골재수익 8조 원’ 발언 배경과 골재수익 축소과정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4대강사업 골재판매대금은 2017억 원에 불과하고 국고로 돌아온 수입금도 97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대강사업불법비리조사’는 4대강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4대강사업의 원조인 대운하프로젝트 추진배경 및 업체유착관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민주통합당은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대강 사업이 MB임기 내 사업종결이 결정되면서 건설업체로서는 대운하 못지 않은 이권사업으로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권력실세 및 특정 연고지 인사들과 연계된 ‘프라자호텔모임’ ‘상정승모임’등이 초법적 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실체 규명하고 후속조처를 강구할 방침이다. 또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대표업체, 공동업체 등의 부당한 하도급 계약, 이중계약서 작성 등으로 불법자금 조성 여부, 조성된 비자금 용처 규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차원의 ‘4대강 청문회’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야당이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밝혀진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입장을 내세움에 따라 건설업계 위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MBC 상암동 사옥·DMC 비리 의혹 수면 위 재부상 |
사정기관이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비리 의혹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17대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특검까지 구성돼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쳤으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당시 불거진 MB 비리 의혹 가운데서도 상암 DMC 특혜 분양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2002~2006년)으로 재직하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시장은 한독 측에 외국기업에만 분양할 수 있었던 상암동 부지를 특혜 분양해주고, 이 업체의 외자유치 및 외국기업 유치라는 사업계획이 사기임을 알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도록 도왔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당선인이 정식으로 권좌에 오를 날만 남겨둔 ‘예비 대통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특검팀은 상암 DMC 분양은 고건 전 서울시장 재직(1998~2002년) 당시 시작된 사업인데다 서울시의 정책 결정 관련 부분인 만큼 이 당선인의 개인 비리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상암 DMC 부지의 개발 과정에서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그대로 잊히는 듯 하던 이 사건을 새 정부 들어 사정기관이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상암 DMC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잦은 구설에 올랐던 MBC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C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12월 서울시의 상암동 DMC 건립 계획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데 이어 2005년 4월에는 시의 보완 요구에 따라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심사가 계속 미뤄져 의혹만 양산됐다. 특히 MBC가 ‘청계천 개발 비리’ ‘교통체계 개편 특혜 의혹’ 소송 등 서울시와 불편했던 문제를 해명 보도로 마무리한 시점에서 서울시가 심사를 재개하자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MBC는 이 사업을 위해 2002년 5월 서울시와 상암동 방송센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MBC는 상암동 부지를 조성 원가로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그 부지에 할인마트를 지어 10년간 운영한 뒤 방송센터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같은 MBC 제안에 대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을 뿐 아니라 DMC 본연의 개발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또 2004년 5월에는 MBC에 MOU 해지를 통보했다.우여곡절 끝에 MBC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지구에 건립 중인 신사옥은 내년 3월께 완공된다. 신사옥은 면적 14만8737㎡에 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31일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MBC가 부실공사 가능성을 막기 위해 내년 3월로 공기(工期)를 연장했다. 신사옥은 경영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경영센터, 뉴스를 포함해 제작 전반의 업무를 수행하는 방송센터, 대규모 이벤트를 위한 테마광장인 MBC PLAZA, 자회사(iMBC, MBC플러스미디어)가 입주할 미디어센터, 다목적 공개홀과 임대상가 등 총 7개 구역으로 나뉜다. 신사옥 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 맡았다. 현대산업개발은 2001년 3월 2352억9000만 원에 MBC 신사옥 공사를 수주했다. 신사옥 공사는 ‘MB맨’이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적극 추진했다.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사정기관이 주목하는 MBC 신사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둘째, 사옥 설계사로 나섰던 희림종합설계사가 사업을 수주할 때 투명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는지 셋째, 신사옥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맡은 쌍용정보통신의 수주 과정 등이다. 이런 일련의 의혹들과 관련해 사정기관은 MBC의 경영진뿐 아니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내 일부 이사들에 대해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사정기관은 방문진 이사들 중 일부가 신사옥 관련 사업자 선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은 “2008년 DMC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이 구성, 수사가 벌어졌으나 당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분이 대통령 당선인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새 정부 들어 사정기관이 상암 DMC 특혜 의혹에 대해 다시 들여다 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새 정부가 MB와의 선 긋기를 위해 MB와 관련된 의혹 전반을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 이 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은> |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