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지원설’여권서 또 회자되는 이유
‘반기문 지원설’여권서 또 회자되는 이유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6-17 10:35
  • 승인 2013.06.17 10:35
  • 호수 99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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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임기 끝나는 반기문 총장 카드 만지작

안대희·김무성·김황식‘포스트 朴’등장‘글쎄…’
반기문 총장‘NO’하면 朴 안철수 지지할 수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금기어’로 불렸던 ‘반기문 영입설’이 여권을 중심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초부터 ‘포스트 박근혜’를 놓고 당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는 동안 청와대에서는 ‘김무성 견제론’ 등을 흘리고 있고, 급기야 ‘박근혜, 반기문 대권 지원설’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대선 정국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기존 정치인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는 반 총장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스트 박근혜가 등장하는 것을 싫어하는 청와대가 여차하면 반 총장을 지원할 것”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그 내막을 들춰봤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대한 관심은 여야를 막론하고 뜨겁다. 지난 대선 당시 ‘반기문 영입설’을 흘릴 정도로 호감을 나타냈던 새누리당 친이계는 마땅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해 반 총장을 그 대안으로 거론했다.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대권 후보다.

친이계 한 인사는 “반 총장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진작부터 대권 주자로 점찍고, ‘세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영입을 준비하려 했다”며 “정치인의 색깔이 덜한 사람이고, 정치적 성향이 새누리당과 맞다. 그리고 정치적 이력, 경륜을 봤을 때 이만한 대권 후보는 없다. 때문에 반 총장은 ‘지금도 살아있는 대권 후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서는 안철수 의원, 문재인 의원, 안희정 지사 등의 대권 후보주자들이 많은 반면, 여당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있지만 신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안 의원과 대적했을 때 승산이 없다”며 “그리고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 적을 두거나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정인물 주목에 거부감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김무성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김태호 의원,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같이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청와대에선 ‘포스트 박근혜’로 특정 인물이 주목받는 것을 싫어한다. 국정운영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거론 인물들이 친이계 인사들인 만큼 비박 내지 반박 진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박계 대권 후보로 불리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있으나 이들에 비해 약하다. 이 때문에 친박 측근그룹과 청와대에서 반 총장 이름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반 총장도 다음 대권에 도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다음 대선은 2017년으로 반 총장의 임기는 2016년까지다. 일정상으로 2016년 12월에 임기를 마치면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나이도 만72세다. 반 총장과 가까운 한 외교관이 “누가 2017년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까지 해 여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특히 남북관계 등 통일이라는 이슈를 주도할 수도 있다. 외국 전문가들은 2020년쯤이면 한반도가 통일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2017년 대선에서는 남북관계, 통일 문제 등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반 총장 본인은 “대권은 전혀 생각 없다”고 말하지만 정치권은 대체로 ‘아직까지 그렇게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권 출마를 할 당시 ‘안철수 바람’이 불었다. 그가 정치권에 때가 묻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반 총장도 정치인의 색깔이 덜하고, 세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반기문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어쩌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영입하려 했다는 것과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차기 대권 후보로 밀어줄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포스트 박근혜’로 거론되는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다. 친이계 일색이라는 점 뿐 아니라 임기 초부터 당내 주자들이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해 하고 있다.

더구나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들이 차기 대권에 적극 개입해왔던 만큼 박 대통령도 차기 대권에 개입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친박계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 총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안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한 만큼 이를 견제할 세력으로는 ‘반기문 카드’가 가장 위력적이라는 게 당·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로선 반 총장의 영입설은 하나의 설에 불과하다는 게 일반적 예상이지만 2017년 대선 정국과 안 의원을 대적할 만한 당내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선 외부 인사인 반 총장을 영입해 대권 후보로 내세우는 구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혼자 대통령이 됐다’는 인식이 강할 뿐 아니라 당을 바라보는 인사들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반기문 차기 대권 지원설’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당에 보내는 경고장

하지만 이런 ‘정치 가공적 해석’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우선 반 총장의 대권 출마 의지에 대한 의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반 총장 자신이 ‘세계 대통령’이라는 명예직이 아니라 ‘이전투구, 복마전’으로 대변되는, 골치 아픈 한국 대통령 자리를 맡으려 할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의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기시되어 왔던 말이다. 그러나 당과 청이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고, 당의 인사들이 박 대통령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임기 초부터 벌써 대권 후보들이 대거 등장해 박 대통령을 코너에 내몰고 있다. 당이 청와대를 뒷받침해주기보다는 흔들기만 해 박 대통령이 ‘포스트 박근혜’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팽’시키고 외부인사인 반 총장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는 것”이라며 “엄격히 말해 당의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던지는 ‘경고장’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만큼 반 총장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치 상황이 바뀌면 어찌될 지 모르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당내 인사들 대신 중도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보이는 안 의원을 차기 대권 후보로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당과 청와대에선 ‘반기문 카드’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은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깨끗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차기 대권에서도 ‘안철수 현상’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반 총장을 벌써부터 거론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흙탕물을 튀겨 고건 전 총리의 길을 가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잖게 들린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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