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이 중 단연 앞선 인물은 빌 게이츠이다. 그의 재산은 465억달러. 우리돈으로 50조원에 이르는 거금이다. 그의 재산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 이륙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그는 신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세계 최고 갑부에 올랐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한 그는 지난 3월 영국 왕실로부터 ‘서 윌리암’이란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촌스러운 ‘빌 게이츠’로 불리길 더 좋아한다. <포브스>는 “그의 부는 21세기에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워렌 버핏
빌 게이츠의 뒤를 이은 사람은 그의 친구이자 마이크로소프트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한 뒤 나중에 지분을 갖고 독립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사냥꾼이다. 버핏의 투자기본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면 1달러도 내줄 수 없다’는 철저한 머니메이킹전략에서 출발한다. 그의 투자기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남들이 버리면 나는 산다는 원칙이다.버핏은 13세에 신문배달부를 하면서 모은 1,040달러를 기반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코카콜라, 질레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미국의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빌 게이츠가 창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할 것을 권했을 때 그는 단 30분만에 거액을 베팅했다. 그것이 오늘날 워렌 버핏 신화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2005년 현재 그의 재산은 440억달러. 60여년 전 그가 단돈 1,000달러를 쥐고 뉴욕 주식시장을 찾았을 때에 비해 4,400만배가 늘어난 재산이다. 그는 “투자의 성공은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아니라 돈이 어디에 있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락스미 미탈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이름을 앞으로 세계 경제계는 주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도의 한 작은 철강회사인 미탈철강의 창업자인 그는 2000년까지만 해도 랭킹 1,500위 바깥에 머물며 세계 갑부대열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처음으로 <포브스>의 조사에서 272위로 성큼 올라섰고, 마침내 2004년에는 62위로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그는 인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주가가 폭등하면서 2005년에는 랭킹 3위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는 이미 2004년에는 인도에서 최고 갑부가 되었다.그의 성공에 대해 포브스는 ‘철강 재벌의 출현(Coming-out year for the steel titan)’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 철강 재벌은 디트로이트의 카네기신화를 만든 유니온스틸이 몰락하면서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는 인도인에 의해 철강 신화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인터내셔널스틸그룹을 인수합병했다. 이 회사의 지분 88%를 소유한 그의 재산은 미국 달러로 250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그는 영국 런던의 포쉬 켄싱턴에 12개의 침실이 딸린 1억달러짜리 대저택을 구입했다. 지난해에는 딸의 결혼식을 5일간 치르면서 무려 6,000만달러를 쓰기도 했다.
카를로스 슬림 헬루
2005년 세계 경제계는 또 한 사람의 거부 출현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슬림 헬루. 멕시코의 거부인 그는 올해 거부 대열에서 당당히 랭킹 4위를 마크했다. 그의 재산은 238억달러. 멕시코의 최대 통신재벌인 그는 지난해 랭킹 17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세계 거부대열의 상위권에 진입했다.‘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불리며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듭해 세계 경제계에서는 ‘불패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이미 2000년 이후부터 라틴아메리카 경제계에서는 가장 부자로 부상했다. 유통, 금융, 보험, 자동차부품, 무선통신시장 등 많은 사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아메리칸 모바일의 지분 76%를 지난해에 사들이면서 미국 경제계에 데뷔했다. 그의 부를 키워준 효자기업은 텔레폰소스 멕시코(일명 텔멕스)라는 통신회사. 60만명의 네티즌이 동시가입할 수 있는 초대형 인터넷 망을 구축하고 있는 이 회사는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야후나 고글에 버금갈 만큼 주목받고 있다.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
세계 랭킹 5위의 거부는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48)다.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미국에 진출, 월스트리트를 떠돌며 막대한 부를 벌었다. 그는 전형적인 투자가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함께 세계 핫머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왈리드 왕자는 이미 1997년 한국에서 IMF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우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삼성그룹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한 적이 있다. 비록 이들 투자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시티그룹을 인수하면서 여전히 국제 경제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디아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미국에 일찌감치 유학해 먼로대학과 시라쿠스대학에서 공부했다. 때문에 중동 출신 왕자로는 누구보다 미국의 자본주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2005년 그의 재산은 237억달러.그는 1990년대 중반 멕시코가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결국 고스란히 날리는 아픔을 겪었지만, 미국내 투자에서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에는 뉴욕 최고급 호텔인 프라자호텔을 사들였고, 런던 사보이호텔, 모나코의 몬테카를로그랜드호텔도 인수했다. 디즈니랜드 파리에는 3,000만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했다.여권신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그는 부인을 위해 여성전용기를 마련해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CNN에 출연해 “우리는 최고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투자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세계 랭킹이 다소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투자액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6위에서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다시 5위로 내려앉았다. 시티그룹 투자에서 실패했을 당시인 2002년에 그는 세계랭킹이 11위까지 추락했었다.
잉그마르 캠프라드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웨덴의 유통재벌가 잉그마르 캠프라드 이키아그룹 회장은 올해 나이가 78세이다. 2005년 현재 그의 재산은 230억달러로 우리돈으로 25조원에 이른다.4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인 그는 연간 매출 164억달러를 올리는 유통기업 이키아의 소유주이다. 이키아 외에도 호텔, 쇼핑센터 등 관광레저 기업도 다수 거느리고 있다. 스웨덴에는 노키아와 이키아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스웨덴의 스톡홀름 인근에 17헥타에 이르는 거대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재벌답지 않은 재벌이라는 점이다. 자국 내에서 가장 친숙한 재벌가라는 이미지는 그의 부를 더욱 키워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그의 끝없는 부의 사회환원에서 비롯된다. 그는 2004년에 세계랭킹 13위에 머물렀으나 올해 6위로 껑충 뛰었다. 주식값이 폭등한 게 원인이었다. 때문에 그의 부는 주식시장의 버블이 꺼지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매우 크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를 말할 때 폴 앨런을 빼면 얘기가 안된다.그가 없었다면 빌 게이츠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그의 투자를 받아 오늘날 신화를 만들어냈다. 물론 그의 투자는 2005년 현재 2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재산가로 만들어주었다. 올해 52세의 나이임에도 혼자 사는 그는 워싱턴 주립대를 중퇴했다는 점에서 빌 게이츠(하버드 중퇴)와 비슷하다. 요즘 그의 관심은 바이오테크에 투자하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이 미래산업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에서 투자가로 변신한 그는 얼마전 통신기기 공급업체인 RCN에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가장 적자가 많이 난 기업이 되고 말았다. 시애틀의 축구팀 시애틀 시샤크스의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포틀랜드 농구팀 트레일브레이저도 갖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폴 앨런은 지난해 랭킹 5위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두단계 떨어진 7위로 물러났다. 지난해 투자했던 RCN의 실패가 남긴 멍에였다.
롭슨 월튼 월마트
세계 10대 부호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롭슨 월튼 월마트 회장이다. 애리조나 벤터빌의 신화 월마트그룹은 롭슨을 비롯해 짐, 존, 앨리스, 헬렌 등 일가족이 세계부호 랭킹에서 10~14위권을 싹쓸이했다. 월마트의 2세 경영인 롭슨은 61세로 재산규모가 183억달러이고, 짐과 존은 182억달러, 앨리스와 헬렌은 180억달러이다. 이들 일가족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무려 967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돈으로 1백조원에 가까운 이들 일가족의 재산은 21세기 최대 부호 일가족이라고 할 만하다. 월마트의 파괴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세계부호 서열은 월마트 일가의 독무대인 듯하다.
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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