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기적‘ 호평 받은 드레스…2013 미스코리아 대회서 선보여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올해 미스코리아 대회 드레스 퍼레이드는 어느 해보다 독특했다. 대한민국 최고 미인들이 입고 있는 드레스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풍겨서다. 과감한 디자인과 강렬한 색상, 신선한 소재로 정형화된 서양식이 아닌 한국적인 드레스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는 다름 아닌 제니퍼웨딩의 목은정 대표였다.
10년 넘게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던 목 대표가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08년. 당시 컨설팅을 하던 한 신부가 ‘한복은 거추장스럽고 입을 일이 없다’며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수입 드레스를 입겠다’고 말한 게 목 대표가 한복공부를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됐다.
“한복은 불편하고 낭비라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복의 대체 상품을 만들자고 결정했죠.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한복을 알아야 했기에 진주상단에 들어가서 바닥부터 일을 배웠어요. 그게 서른일곱 살 때 일이네요.”
한복원단은 서양식 패턴에 비해 폭이 좁다. 때문에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선 원단을 조각조각 연결해야만 한다. 색감도 굉장히 원색적이고 화려해 자칫하면 촌스러운 옷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원단을 놓고 디자인을 고심하던 목 대표는 서구적인 드레스 틀에 한국적 요소를 첨가하는 방식의 역발상으로 드레스를 제작했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드레스를 현대식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점차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목 대표는 드레스뿐만 아니라 장신구도 한국식으로 차별화를 줬다. 흰색 족두리는 보석을 덧붙여 족두리 베일로, 폐백 때 쓰는 머리댕기는 색과 모양을 변형시킨 화려한 댕기베일로 재탄생됐다.
목 대표가 비녀, 단청무늬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정리해 작품으로 옮기기 시작한 게 어느 덧 5년. 그는 한복 드레스를 좀 더 대중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올 미스코리아 대회 드레스 협찬을 결심했다. 그만큼 이번 대회가 목 대표에게 주는 의미가 컸다.
“대회 무대의상 협찬을 위해 한 달 반 동안 하루 2시간 정도 자면서 올해 참가자 의상 55벌과 전년도 참가자 의상 7벌까지 총 62벌의 옷을 만들었어요.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밤을 샜고 하루 10분 졸았던 게 전부예요. 다들 잘 모르시는데 전부 제 자비를 들여서 의상을 제작했어요. 주변에서 돈 써가며 사서 고생한다고 핀잔도 많이 들었죠.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에요.”
미스코리아 대회라는 특성상 디자인에 제약을 받았음에도 목 대표는 지금껏 만들어지지 않은 독창적인 드레스를 탄생시켰다. 청바지 원단인 데님을 소재로 만든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또 실크, 광목, 마직 등 다양한 원단과 체인벨트, 은박, 보석 등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화려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나고 한 관객께서 ‘이건 한복의 기적이다. 한복의 역사가 새로 써지는 것 같다’고 극찬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감동받고 감사해서 울었어요. 정말 옷으로 칭찬받고 싶었거든요.”
목 대표는 한국의 ‘상하이탕’을 목표로 한국적이고 참신한 디자인을 끊임없이 선보일 예정이다. 상하이탕은 중국 전통 디자인과 현대적인 모티브를 결합시켜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다. 목 대표는 앞으로 드레스에 국한되지 않고 재킷, 원피스, 블라우스 등 평상복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패션쇼에서 한번 보는 옷이 아니라 꾸준히 입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는 목 대표. 그의 당찬 행보가 기대된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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