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본격적인 에어컨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설치비가 업체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적게는 9만 원에서 많게는 17만 원으로 차이 또한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고 에어컨을 구입한 소비자의 경우 에어컨 설치비가 구입비와 맞먹다보니 입이 벌어질 정도. 이처럼 설치비가 제각각인 데는 에어컨 설치에 관해 법적으로 명시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에어컨 설치 전 충분한 사전 조사가 당부된다.
법적으로 명시된 부분 없어 ‘과다 청구 비용’ 판단 힘들어
업체 중 가격 저렴한 곳 직접 찾아보는 게 좋아
#사례 1.얼마 전 이사를 한 A씨는 에어컨 재설치 금액에 화들짝 놀랐다. 기본 설치비 11만 원과 배관이 부러졌다며 5m의 배관비용 8만7500원(m당 1만7500원), 가스충전 5만 원으로 총 24만7500원이 나온 것. 오래된 에어컨 설치비용 치고는 너무 큰 금액이라고 생각된 A씨는 설치를 포기했다. 이후 A씨는 다른 곳을 알아봤다. 두 번째 업체는 설치비 5만 원, 구부러진 배관 연결 무료(서비스), 가스 충전 5만 원으로 총 10만 원을 제시했다. 이에 A씨는 “너무 차이나는 기본비용에 놀랐다”며 “측정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례 2.S전자 에어컨을 사용 중이던 B씨는 이사를 하면서 S전자에 이전 설치를 신청했다. 해당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을 것으로 생각했던 B씨는 제시된 금액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탠드 에어컨과 벽걸이 에어컨 2개의 기본설치비가 17만5000원, 스탠드배관비 18만3000원으로 총 35만8000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스보충비 5만 원은 별도로 내야 한다는 말에 B씨는 뒷골이 당겼다. 이에 B씨는 “에어컨 이전 비용에 조금만 더하면 에어컨 한 대를 사겠다”며 혀를 둘렀다.
이처럼 업체마다 에어컨 설치비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피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까지 접수된 에어컨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는 총 322건으로 2010년 273건, 2011년 387건과 비교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설치는 제조사와 사설 설치 업체 등을 통해 가능하다. LG전자의 경우 직영 서비스센터가 아닌 에어컨설치전문 협력업체가 맡고 있고,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전자 로지스텍이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두 전자 제품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사설 업체들이 있다.
보통 에어컨 기본 설치비에는 제품에 포함된 기본 배관과 실내기 개수만큼의 벽 뚫기 공사가 포함된다. 여기에 철거 및 탈착 비용 부담, 배관이 망가졌을 경우 배관 비용, 가스 충전, 앵글 설치, 배수펌프, 전기공사, 위험수당 등의 추가 비용이 더해진다.
[일요서울]이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 10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벽걸이형(4~9평)의 기본설치비용은 4만~5만 원, 스탠드형은 4만~6만 원, 배관은 m당 1만 2000원~1만5000원 선이었다.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2만 원 차이가 전부였다. 이들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추가 비용 발생 부분과 에어컨 유형별 및 평형별 가격에 대해 꼼꼼히 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전화로 상담을 원하는 등 비용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경기도에 위치한 C사설 업체는 “벽걸이형(4~9평)은 기본 설치비 7만 원을 포함해 부수비용까지 고려해 20만 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비자가 단순히 광고지 및 전화번호만 보고 업체에 연락했을 경우 덤터기를 쓸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업체별로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에어컨 설치에 관해 법적으로 명시된 부분이 없다보니 업체 측의 ‘과다 비용 청구’등에 대해 판단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각 업체가 제공하는 부품과 서비스의 질에서도 차이가 나고 부품 교체 주기 등에서도 업자마다 견해차이가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업계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 돼 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각각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비용 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개인사업자는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거래 기준을 일일이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인 스스로 각 업체가 제공하는 가격이나 서비스의 질 등을 비교해 보고 합리적인 가격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전 설치비에 관한 가격 책정은 각 업체가 정하는 것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에 따라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이사 전, 기간을 두고 전문 이전 업체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