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펀드 1천억 조성·5백억 규모 사회복지재단 설립
빵 사업 미련 못 버려 시민단체 눈총…“직원 복지용일 뿐”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화의 모태는 1952년 10월 세워진 한국화약이다. 서른 살의 젊은 사업가 김종희 창업자는 조선화약공판 입찰에 뛰어들어 인천 화약 공장을 낙찰 받았다.
그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인천공장 입구에 한국화약을 세우면서 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1993년에는 한국화약이 한화라는 약칭으로 더 자주 불리자 창업자의 아들 김승연 회장이 사명을 한화로 바꿨다. 이후 한화는 화약사업 부문과 무역사업 부문으로 나누어졌다. 이후 무역사업 부문은 세계 8개 법인과 14개 지사를 둘만큼 성장했다. 산업용 원자재에서 생활용품, 식량자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했다. 그 결과 일각에선 한화가 대기업 가운데서도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악명 높은 기업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광범위한 사업 확충으로 인해 골목상권 침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 합병·청산 가능성 시사
최근까지도 중소업종으로 가장 문제가 된 제빵 사업과 관련해선 여전히 고집중이다.
한화는 2010년 프랑스 최고 명장 베이커이자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인 ‘에릭 케제르’의 국내 1호점을 여의도 63빌딩에 오픈했다. 에릭케제르를 한국에 공식 론칭하면서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에릭케제르는 전 프랑스 대통령인 사르코지와 일본 구로다 사야코 공주가 즐겨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서 진행하는 제빵 사업은 골목 상권 침해와는 별개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업일 뿐이다. 매장 역시 한화 계열사빌딩 말고는 운영하고 있지 않고 전부 직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또 다른 중소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에선 철수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11년 6월 내부적으로 MRO사업 철수 방침을 정하고, 관련절차를 밟아 지난해 말 중순부터 관련 사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부 그룹사들의 MRO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며 “중소기업 상생경영과 사회적 동반성장에 동참하기 위해 경영진들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에도 통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은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해 중소기업형 사업을 선별하고 추가로 철수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합병·청산 등의 방식으로 8개 계열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한화그룹에 따르면 푸르덴셜투자증권과 청량리역사 등은 합병대상에 포함시키고 대덕테크노밸리·당진테크노폴리스의 경우에는 청산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한화그룹 정리대상 8개 계열사 중 연말까지 3개사가 정리되며 2014년까지는 5개사를 축소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축소가능성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을 내년초 재차 검토한다는 방침이라, 정리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한화 관계자는 “계열사인 한화S&C를 통해 MRO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 말부턴 외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하나 둘 중단시켰다. 현재는 대부분 MRO사업이 중단됐고, 그룹 내 계열사들을 위한 서비스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사업기회 제공 확대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동반성장펀드를 통한 자금지원, IT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기회 제공 확대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한화는 연내에 동반성장펀드를 1000억 원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연말까지 한화기술금융을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섹터 펀드를 조성 운영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한화S&C는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의 협력업체에 대해 ERP 솔루션을 무상으로 구축해 주기로 했다. 우선 올해 2개 회사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2년간 18개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ERP 솔루션을 제공하여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면 협력업체와 함께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협력업체의 법무·세무·노무 등의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고충처리 전담조직을 신설해 협력업체의 경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같은 한화의 행보는 중소상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자발적인 ‘공생 발전 프로젝트 발족'을 통해 중소업종 철수는 물론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상인은 “대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움직임에 숨 통이 트이는 곳은 당연 중소상인들이다. 모처럼 웃는 정책이 나와 기쁘다”면서도 “이 정책이 김 회장의 공백에 따른 궁여지책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