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르네상스 서울 호텔 매각 논란
삼부토건 르네상스 서울 호텔 매각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6-10 11:14
  • 승인 2013.06.10 11:14
  • 호수 997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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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경영 책임 전가 직원 700여 명 사지로 내몰아

삼부토건(회장 조남욱)의 무자비한 경영 방침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2011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삼부토건이 르네상스서울호텔 매각 결정을 단행했다. 지주회사인 삼부토건의 채무 청산을 위해 죄 없는 르네상스호텔이 희생당한 셈이었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르네상스호텔에서 일하던 노동자 700여 명은 일고할 시간도 없이 전원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르네상스호텔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5000명이 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행태임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텔 노조 측이 무기한 전면파업 불사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서도 삼부토건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아 “회사 배불리기에 바빠 직원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주회사 갑의 횡포 노동자는 속수무책
노조 측 무기한 전면파업 불사방침 선언

르네상스호텔을 궁지로 몰아넣은 불행의 씨앗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삼부토건은 동양건설산업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서울시 서초구 헌인마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은 대출금 4500억 원을 미상환함에 따라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달 후 삼부토건은 해당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대주단으로부터 7500억 원을 대출받았고 현재 르네상스 호텔 매각까지 이르렀다.

올해 5월 이지스자산운용과 매각 및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한 삼부토건은 오는 10월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건물 철거 및 40~50층 규모의 복합시설 재건축 공사 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들은 모두 적법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정작 문제는 법을 벗어난 곳에 있었다. 문제는 호텔을 사들이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르네상스호텔을 철거하고 새로운 복합건물 단지를 짓겠다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르네상스호텔의 전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또한 삼부토건은 매각 결정을 내리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들에겐 어떠한 상의나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도 구설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루아침에 직장 잃어

안동화 르네상스호텔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호텔 직원만 따져도 700여 명에 관련 업체 및 그 가족 수만 더해도 5000여 명까지 이르는 사람들이 생계터전을 잃게 될 위기다”라면서 “비도덕적 경영으로 일관한 회장일가는 면죄부를 받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호텔영업에 충실해온 종업원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삼부토건이나 이지스자산운용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일언반구조차 없었고 노조와 호텔 종사자들마저 언론보도를 통해 매각 사실을 처음 접했다”며 “삼부토건은 지금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월급 3개월 치 쥐어주고 끝낸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부토건의 이번 결정은 고용안정과 보장을 명시한 단체협약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700여 명의 종사자를 내팽개친 삼부토건의 비도적적인 경영방식의 결과물”이라고 성토했다.

점점 늘어가는 의혹들

더욱이 르네상스호텔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개관한 이래 꾸준히 50억~100억 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음에도 지주회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배임·횡령 논란 속에 있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 조남원 르네상스서울호텔 대표이사가 친형제라는 점을 들어 전형적인 오너일가 배불리기가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이지스자산운용의 핵심인사인 김대영 대표(전 건설교통부 차관)를 비롯한 최종찬(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봉균(전 재정경제부 장관)씨 등에 대해서도 “유력 전직 관료 및 정치인이 회사의 주요멤버로 있음에도 너무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번 매각은 수십 년간 건실하게 성장한 기업을 무너뜨리고 비생산적인 임대수익이나 투기적 매매차익만 조장하려는 부실 매각일 뿐”이라며 “이에 반해 삼부토건은 서초 헌인마을 사업 부실화 과정 수사에서도 면죄부를 받고 있는 격”이라고 밝혔다.

안 수석은 “삼부토건 조 회장과 르네상스 조 대표 형제는 한통속”이라며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번 매각으로 돈을 챙긴 후 새로운 복합건물 시공 역시 맡아 또 돈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형제가 돈에 눈이 멀어 직원들 몰래 이러한 협상을 벌인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전직 관료들조차 이러한 일에 관련된 것을 봤을 때 결국 권력과 재력이 있는 인사들끼리의 이익 나누기로 보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따라 르네상스호텔 노조는 향후 매각 상황에 따라 무기한 전면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현재 ▲부실매각 무효선언 및 노조 동의 없는 본 계약 체결 반대 ▲부실 원인 제공자인 삼부토건 회장일가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 ▲삼부토건-채권단-노조 3자간 대화 등의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불같은 반발에도 삼부토건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잘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며 즉답을 회피했고,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 역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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