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어” 의심이 만든 불륜 시약
“딱 걸렸어” 의심이 만든 불륜 시약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6-10 10:57
  • 승인 2013.06.10 10:57
  • 호수 997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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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만에 외도 확인…판매 ‘불티’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대인관계의 기본은 ‘신뢰’다. 특히 부부가 금술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도 ‘신뢰’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신뢰가 깨어진 부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배우자의 불륜을 잡아내는 장비가 발달하고 흥신소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와 발맞추듯 해마다 우리나라 이혼 가구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 좋은 목적으로 개발한 첨단 장비들도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잡아내는 장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없어도 될 시장’이 불신을 토대삼아 세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불륜 시약’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 <뉴시스>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만 원 안팎 거래

최근에는 불륜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불륜 시약’까지 등장했다. 불륜 시약은 속옷이나 자동차 시트 등에 뿌리면 남성의 정액에 반응해 붉은 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들 업체들은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단 1분 만에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뒤통수 맞지 말고 불륜시약으로 손쉽게 미리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등의 자극적 문구로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는 이들을 손짓하고 있다. 또 ‘꼭 뒤늦게 불륜 확인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불륜 시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줌으로 인해 불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불륜시약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판매자들이 설명하는 이 약의 원리는 간단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관계 후 소량의 정액이 몸에 남아 조금씩 배출되는 것에 착안, 정액에 반응하는 약물로 성관계 유무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색이 변했다는 것만으로 성관계를 했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자위행위와 같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눈치 채고 있는 불륜 정황까지 고려하면 이 약을 통해 불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륜 시약은 대부분 10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0년 한 케이블 TV 토크쇼에서 언급된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불륜 시약은 이후 온라인 판매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에서 이 불륜 시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판매량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릭 한 번에 구입”

불륜 시약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다. 옷, 속옷, 휴지, 카시트 등에 이 불륜 시약을 뿌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진을 통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부부 간 불륜시약 사용이 늘고 있다는 것은 사용 후기를 통해서도 미뤄 짐작 가능하다. 후기들을 살펴보면 ‘불륜시약으로 테스트 했더니 확인이 됐는데 이후 어떻게 처신해야 될지 모르겠다’ ‘불륜시약으로 확인해보니 양성반응이 나와 그간의 배신감이 산을 이룬다’ ‘확인한 이상 갈라서야 할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불륜시약 판매자는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량 통계는 밝힐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판매자들이 하루 10개 정도를 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밀 유지가 되고 간편하다는 점에서 많이 찾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불륜시약 판매자는 “보통 인터넷으로 판매되지만 우리 업체의 경우 10곳의 대리점에 납품해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등을 통해 팔려나가고 있다”라며 “이 불륜시약만으로 불륜을 저지른 곳이 어딘지 알아챌 수 있다. 한마디로 정확하다. 남자의 경우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샤워를 하기 때문에 동전크기 정도로 나타난다. 또 차에서 성관계를 가질 경우 속옷에 시약을 뿌리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여러 곳에서 색깔 변화가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언제 성관계를 가졌는지 나타나는 색깔에 따라 추정이 가능하다. 불륜을 의심하는 것 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고 구입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도 “시중에 정액 뿐 아니라 단백질에 반응하는 모조품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륜시약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분분하다. “이 약이 정말 정자에만 반응해 불륜을 잡아낼 수 있는지도 의문” “불륜시약을 사용할 정도로 배우자를 의심한다면 그냥 이혼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반면 “의심하며 마음을 졸이느니 이런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알아내는 것이 낫지 않냐”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 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부 간 불신 깊어”

이에 대해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륜시약 등을 통해 배우자의 불륜을 잡아내려는 것은 가정해체의 전조단계다. 상담을 하면서 굉장히 놀란 것이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의 외도를 잡아내기 위해 불륜시약 등을 사용하고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며 “이런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던 부부들은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부는 많은 경우 가정해체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불륜시약은 지난해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상담한 한 부부의 경우 남편이 사내에서 여직원과 바람을 피웠는데 불륜시약을 동원했다. 또 요즘에는 기관을 통해 국과수에 ‘정액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요즘 세태를 전했다.

이어 “불륜시약까지 나오고 심부름센터가 성행하는 것은 부부간 불신이 깊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여성들은 남성과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회식 등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늘어나면서 여성 외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남녀 모두 성에 대한 기회가 과거보다 많이 노출돼 있고 그만큼 외도 빈도도 늘어나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끝으로 “불륜 확인 장치가 오히려 가정 불신을 조장한다. 또 이런 것을 사용하거나 심부름센터를 이용한 것을 배우자가 알 경우 부부간 신뢰가 깨어졌기 때문에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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